미국 서부에서 2000년대 들어 2020년까지 첫 20년은 1000년 만에 찾아온 유례없는 가뭄으로 기록됐다. 그런 가뭄에도 서부 지역의 도시들은 늘어나는 인구에 대응해 외형을 확장했다. 노숙자들의 주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당위성도 있었다. 부동산 개발업자들은 서부 여러 도시의 주변지대에 광대한 교외 주거지역을 건설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2021년, 주택 건설은 벽에 부딪치기 시작했다고 기후 환경 솔루션을 모색하는 비영리기관 그리스트가 홈페이지 게시글을 통해 전했다. 그리스트는 유명 여배우 제인 폰다도 기부하고 있다.
게시글에 따르면 이제 서부에서는 주택 건설에 따른 계산서가 산출되지 않는다. 서부의 젖줄기 콜로라도 강 수위는 역대 최저치로 가라앉았고, 겨울비는 내리지 않았다. 캘리포니아에서 텍사스에 이르는 지역 사회는 수십 년간 남용한 지하수 우물이 말라가고 있었다. 지난 겨울 폭우와 폭설(산간지역)에도 불구하고 이 지역의 해갈에는 큰 도움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예측됐다. 위기 상황을 조금 완화시켯을 뿐이라는 진단이다.
서부지역 시정부는 끊임없이 물 가용성을 자문하기 시작했다. 과거 물 문제는 도시의 인구 증가에 방해가 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어지고 있다.
전례 없는 물 부족에 직면한 많은 시정부가 새로운 개발에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유타의 한 마을은 지역의 수원지 상황을 악화시킬 것을 우려해 모든 신규 주택 허가를 중단했다. 콜로라도 주의 대도시 콜로라도 스프링스도 교외 지역에서 만들어지는 새로운 주택 개발지에 대해 도시의 상수도 망을 연결시키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애리조나 주는 지하수 부족을 이유로 일부 피닉스 교외 지역에 새 주택 공급을 거의 중단했다.
그리스트는 대표적인 사례로 주택건설 회사인 D,R 호튼을 꼽았다. 미국 최대의 주택건설 회사인 호튼은 코로나19의 여파로 인한 서부 전역의 ‘저렴하고 넓은’ 주택 수요에 힘입어 작년에만 8만 채 이상의 주택을 건설했다. 이를 통해 60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호튼 역시 개발만 하면 다른 누군가가 물을 제공할 것이라고 가정하고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즉, 세수를 노린 시정부가 이를 해결해 주었다. 그러나 시정부가 물 공급을 중단하면서 호튼은 물 공급처를 찾아야만 했다.
호튼이 찾은 방안은 물 브로커 기업 비들러(Vidler Water Company)였다. 호튼은 지난해 네바다 주 카슨시에 소재한 불과 12명의 직원이 일하는 소규모 기업 비들러를 무려 2억 9100만 달러에 인수했다. 비들러의 연간 매출은 호튼의 10%도 채 되지 않았지만 거액을 들여 M&A한 것이다.
비들러는 특이한 회사다. 가정에 물을 공급하지도 않고, 수처리나 담수화 시설을 소유하지도 않았다. 그 대신 회사는 농촌이나 변두리 지역에 사용되지 않은 수자원을 찾아 이를 매입하고, 빠르게 성장하는 도시와 교외의 개발자와 기업에 되파는 수자원 권리 중개자 역할을 한다. 결국 물 브로커인 셈이다.
지난 20년 동안 비들러는 외딴 농지를 매입하고 이 곳에 우물을 뚫어 물을 확보한 다음, 이들 우물을 한 번에 하나씩 팔아 수천만 달러를 벌었다.
비들러의 행보는 다분히 고전적인 부동산 투기처럼 보인다. 혹은 물 투기일 수도 있다. 물이 투자 기업의 포트폴리오에 들어간 것이다. 비평가들은 비들러의 비즈니스 모델이 서양 수질법의 투기 금지 정신을 위반한다고 주장한다.
호튼의 비들러 인수는 선례가 없었지만 서부지역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서부는 1950년대 이후 다른 지역보다 2배 빠르게 성장했다. 그 혜택은 개발업자들이 가장 많이 누렸다. 그러나 이제 개발업자들은 새로운 물 공급원을 찾아야 한다.
비들러와 같은 회사들이 다수 설립되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새로운 신생 기업이 이 모델을 모방하여 농촌 지역의 물 권리를 사서 개발업자와 지역사회에 판매했다. 콜로라도의 물자산관리(Water Asset Management)나 애리조나의 농장에서 도시로 콜로라도 강 물을 거래하는 회사 그린스톤(Greenstone)이 비들러와 같은 모델이다.
물 부족이 서부의 발전을 막고 주택난을 가중시켜 궁극적으로는 지역사회를 황폐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진다. 마실 물조차 부족하면 주택을 건설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지고, 사람들은 결국 서부를 떠날 것이라는 걱정이다. 폭염과 고온으로 사람이 사는 임계점에 도달하고 있는 상황에서 물부족까지 겹친 서부는 총체적인 위기에 빠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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