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요세미티 국립공원은 한국인들에게는 가장 잘 알려진 공원이다. 빙하의 침식에 의해 만들어진 절경은 어떤 국립공원보다도 아기자기하면서도 장엄한 멋을 자랑한다. 산 중턱 곳곳에 호수와 폭포를 만들어 냈다.
해마다 봄이면 요세미티 국립공원에는 없던 폭포들이 마구 생겨난다. 겨우내 얼어 있던 빙하가 녹으면서 계곡에 물을 채우고 천길 낭떠러지로 물을 떨어뜨려 폭포를 만들어 낸다. 이 물들은 강에 물을 채우고 대표 어종인 송어를 살찌운다.
그런 요세미티 국립공원이 4월 말에 폐쇄됐다. 5월 초까지 폐쇄는 이어진다고 한다. 그런데 그 이유가 희한하다. 홍수 위험 때문이란다. 해발 최고 4000m인 요세미티에 웬 홍수 위험일까.
세계경제포럼(WEF)과 미디어 제휴 관계에 있는 에코워치가 공동으로 게재한 소식에 따르면 중부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많은 빙하를 품고 있는 요세미티 계곡 대부분에서 눈이 급속히 녹아내려 홍수가 발생할 것으로 예보됐다고 한다. 가을과 함께 가장 많은 관광객들이 모이는 봄철에 공원을 폐쇄할 정도로 홍수 위험이 심각하다는 소식이다. 동시에 인근 자이언 캐년도 같이 폐쇄됐다.
그 전에는 기록적인 폭설 때문에 2월 말에 인근 모든 국립공원이 3주 동안 대중에게 개방되지 않았다. 공원 대변인인 낸시 필립에 따르면, 날씨 때문에 공원 역사상 가장 광범위하고 긴 기간의 폐쇄 중 하나였다.
미국 국립공원관리국은 서부 시에라네바다 산맥의 계곡 폐쇄가 지난달 28일 오후 10시에 시작돼 최소한 5월 3일까지 계속될 것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폐쇄가 연장될 수도 있다고 발표했다. 로이터통신은 계곡을 통해 이 지역 최대 강줄기인 머세드 강으로 눈녹은 물이 흘러드는 속도에 따라 폐쇄 기간이 연장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가디언지는 국립기상국 기상학자 데이비드 스펙터의 말을 빌어 빙하가 녹는 지점이 하강하면 문제가 더 심각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당분간 계곡의 일부만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상황이 더 나빠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기상학자들과 기후공학자들은 요세미티의 이번 현상을 심각한 기후 변화의 징후로 해석한다. 중부 캘리포니아는 지난겨울 계속해서 평소보다 낮은 영하의 기온을 기록하면서, 시에라네바다 산맥의 일부 지역에 올 겨울 기록적인 한 번에 1m가 넘는 폭설이 내렸다. 누적적으로 4m 이상을 기록한 지역도 있었다. 빙하가 한껏 두터워졌다. 그런데 봄이 찾아오고부터는 다시 무더위로 되돌아갔다. 벌써 섭씨 30도를 웃도는 날씨가 이어지고 있으며, 올 여름에는 폭염도 예상된다. 갑작스러운 무더위로 인해 급속한 해빙이 일어나 대량의 물 유출과 홍수가 발생하게 된 것이다.
물이 많은 요세미티 계곡은 방문객들에게 인기가 최고지만 머세드 강이 10피트를 넘을 우려가 높아지면 요세미티 계곡은 폐쇄된다. 10피트는 홍수 단계의 높이다. 이 높이에서는 강이 범람하기 시작해 도로 등 중요 인프라를 손상시킨다. 머세드 강은 4월 말부터 7월 초까지 간헐적으로 범람 단계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고 국립공원관리공단 웹사이트는 전한다. 그러나 실제 폐쇄로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캘리포니아주 기후학자인 마이클 앤더슨은 요세미티 지역이 5월 말에 심각한 홍수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주당국은 홍수 예방을 위해 저수지에서 물을 방출하고 있다.
산 정상 부근의 요세미티 국립공원은 물로 몸살이지만, 오랫동안 폭염과 가뭄에 시달려 물 부족이 심각했던 캘리포니아 중부 산호아킨 계곡은 모처럼 풍부한 수량에 한시름 돌렸다. 말라가던 호수는 최근의 대량의 물 유입으로 다시 채워졌고 목장과 농지가 물에 잠겼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관계자들의 시선은 그리 즐겁지 않다. 로이터통신은 툴레레 분지를 방문했던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기후 위기가 바로 이런 모습"이라고 한탄조로 말했다고 보도했다.

댓글 (0)
댓글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