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투/포커스] 전기차 배터리용 리튬 광산, 안데스 산맥 홍학 위협…‘기후대응 솔루션이 환경 파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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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대응 솔루션이 때로는 자연환경을 파괴하는 부작용을 일으킨다. 사진=픽사베이
기후 대응 솔루션이 때로는 자연환경을 파괴하는 부작용을 일으킨다. 사진=픽사베이

칠레, 아르헨티나, 볼리비아의 안데스 산맥 높은 곳에 있는 염분 호수 아래에는 전기 자동차 배터리에 쓰이며 풍력 및 태양열 발전 전기를 저장하는 용도로 사용되는 리튬이 세계에서 가장 많이 매장되어 있다.

이곳은 다국적 기업들이 대거 몰려들어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많은 양의 물을 필요로 하는 리튬 광산업은 환경적인 영향이 너무 크다고 경고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고자 하는 리튬 배터리가 오히려 환경을 파괴해 염수 호수 생태계를 위험에 직면하게 만들고 있다고 인사이드클라이미트뉴스가 전했다.

홍학(플라밍고)은 염수 호수 근처에서 서식하는 조류의 한 품종이다. 호수 생물과 곤충을 먹고 연못 주변에서 새끼를 기른다. 건조한 안데스 산맥에서 염수 호수의 물은 생명 유지를 위한 거의 유일한 원천이다.

칠레와 미국의 과학자 팀의 연구에 따르면, 리튬 채굴이 집중된 염수 호수의 살라 드 아타카마에 서식하는 두 종의 홍학 개체가 11년 동안 10~12% 감소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원격 감지 기술을 사용하여, 기온 상승으로 인한 호수 물의 증발과 리튬 채굴 작업에서 증가한 물 수요의 결과로 지표수 면적이 크게 감소했다는 것을 발견했다. 10% 내외의 감소는 얼핏 보면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실상은 매우 심각하다.

홍학은 오래 사는 장수 조류다. 그러나 번식은 매우 느리다. 번식이 느린 가운데 장수 종들이 10% 이상 감소했다는 것은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일어나기 어려운 확률이다. 그만큼 심각한 상황이 안데스 산맥에서 일어나고 있다.

홍학은 관광객들을 불러들여 지역 경제를 활성화한다. 그러나 앞으로 리튬 광산이 살라 드 아타카마를 넘어 확장되고 기후 변화가 심해지면 홍학 서식지는 줄어들고 개체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사우스캐롤라이나 대학의 생물학자 네이선 새너는 “리튬을 사용한 배터리를 재활용하거나, 물을 적게 사용해 리튬을 채굴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살라 데 아타카마의 안전을 위해 칠레는 현재 기후 변화와 환경 문제를 우선시하는 내용으로 헌법을 개정하고 있다. 칠레는 천연자원의 진정한 소유자가 누구인지, 누가 이익을 얻을 수 있는지, 나아가 자연 그 자체가 스스로 보호할 권리를 가지는지 등을 재평가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로이터통신은 유엔이 지난주 지구상의 모든 인류에게 재난 조기경보시스템을 제공한다는 목표를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유엔은 이에 따라 세계기상기구(WMO)에 5년 이내에 조기경보시스템을 세계적으로 시행하기 위한 행동 계획을 마련해줄 것을 요청했다. 오는 11월 이집트 샤름 엘셰이크에서 열리는 유엔 기후변화협약당사국회의(COP27)에서 기존 시스템을 구축하고 격차를 줄이겠다는 계획을 전달할 예정이다.

지난 50년 동안, 날씨나 물과 관련된 재난은 전 세계 어딘가에서 일평균 한 번 이상 발생했다. 이러한 재해로 인해 평균 100명 이상이 사망하고 매일 2억 달러 이상의 손실이 발생한다. WMO는 개발도상국에서 조기경보시스템을 시행하고 확대하기 위해서는 5년에 걸쳐 15억 달러가 투자되어야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 세계의 기상 변동 알람이 자연환경과 생태계의 보전에 어떤 도움을 줄 지는 미지수다. 실질적인 생물 생태계 보호를 위해서는 새로운 방법론의 모색이 필요해 보인다.

안데스 산맥에서의 리튬 채굴이 기후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이면서도 자연을 파괴하는 ‘지킬과 하이드의 양면성’은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옥수수로 만든 에탄올이 석유를 대체함으로써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솔루션으로 각광받았다. 그러나 에탄올 수요가 폭발하자 산림을 개간하고 녹지를 파괴해 옥수수 농장을 만들었다. 여기에 농약과 비료를 쏟아부었고 결국 토양 오염으로까지 이어졌다. 이는 본보 2월 25일자 ‘[스투/리포트] 옥수수로 만든 에탄올, 휘발유보다 기후에 더 나쁘다?’라는 제목으로 보도됐다.

기후 대응이 늦고 탄소 제로를 향한 발걸음이 더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자연환경의 보전은 기후 대응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핵심이다. 자연녹지만큼 탄소를 저감하는 수단은 많지 않다. 환경 보전과 기후 대응은 수학 용어로 말하면 ‘이콜’ 관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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