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스마트시티투데이는 미국 애리조나 주 피닉스 시에서 펼치고 있는 ‘시원한 코팅 포장도로’ 성과를 보도한 바 있다. 도심 숲 조성을 통해 도시 열섬 효과를 완화하는 것은 서울의 경의선 숲길 등이 모범적인 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피닉스 시의 정책은 숲 조성이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해 단기간에 효과를 낼 수 있는 도로에서 열섬 효과를 줄이는 방법을 도입한 사례였다.
이와 유사하게 도시에 세워지는 무수한 건물에 사용되는 콘크리트를 재활용해 콘크리트 정글을 좀 더 푸르게 만드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고 블룸버그시티랩이 보도했다. 스위스 취리히가 대표적인 도시다. 취리히의 사례는 유럽 도시의 소식을 전하는 메이어EU와 세계경제포럼(WEF)의 연례 총회 성격을 갖는 다보스 포럼에서도 소개됐다. 소개된 개발 사례와 조사기관의 데이터를 보면 납득이 간다.
취리히는 대부분의 도시들이 지속 가능성을 강조하기 훨씬 전부터 친환경 정책을 개발해 왔다. 그 결과 환경친화적인 건설을 발전시키는 선두주자가 되었다는 평가다.
친환경 건설이 스마트시티에서 갖는 의미는 각별하다. 스마트시티의 본질은 4차 산업혁명 요소 기술을 활용해 도시 전반의 기능과 서비스를 스마트하게 전환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시민들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시민의 삶의 질 향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청정한 대기, 오염되지 않은 수자원, 청정에너지의 사용 등 환경적인 요인이다. 그런 점에서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고, 최우선 과제는 탄소 저감이다. 전기차의 보급 확대 등이 대표적인 예다. 모두가 스마트시티의 필수 구성 요소가 된다.
취리히는 지난 20여 년 동안 논의됐던 ‘건설에 사용되는 자갈의 양을 줄이는 방법’ 연구에 착안해 보다 지속가능한 건설을 진행해 왔다. 취리히는 2002년 학교를 지으면서 여기에 사용된 콘크리트의 80%를 재활용 콘크리트로 충당했다. 이는 첫 번째 재활용 콘크리트 건물이었다.
그로부터 3년 후, 모든 공공 소유 건물은 재활용 콘크리트를 사용할 것을 권장했다. 2013년에 시는 이산화탄소 저감 시멘트 사용을 의무화했다. 이제 다른 도시에서도 10년 이상 취리히에서 표준이 되어온 관행을 채택하고 있다.
재활용 콘크리트 사용이 과연 기후 변화를 완화하는 녹색 정책이 될 수 있을까. 대답은 ‘Yes’다. 건축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콘크리트는 기후 변화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 모래, 자갈, 물이 혼합되는 시멘트 생산은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약 6~8%를 차지한다.
산업화와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2030년까지 전 세계 건설은 3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단체들은 콘크리트 재활용이나 대체 재료를 사용해 탄소 배출을 저감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새로운 시멘트 생산을 줄이는 것 자체가 탄소 발생을 줄이는 것이라는 논리다.
시멘트의 원료는 소성 석회석이다. 이 때문에 콘크리트의 총 탄소 배출량은 매우 많다. 시멘트 생산을 위해서는 섭씨 1450도의 고온으로 가공된다. 석회석 분쇄는 미세한 입자로 분쇄돼 클링커라는 물질을 생성한다. 탄소 배출은 석회석의 화학적 분해 과정에서 총 배출량의 60%를 차지한다. 분해 공정에 동력을 공급하는 연료 연소의 부산물로도 탄소가 나온다.
스위스에서는 시멘트 대용으로 연소된 오일 셰일을 사용하는 관행이 일반화돼 있다. 소성 점토의 사용 증가도 또 다른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스위스 시멘트 산업은 1990년 이후 화석 연료 사용으로 인한 탄소 배출량을 3분의 2 이상 줄였다.
스위스에서는 콘크리트는 재활용 인증을 위해 최소 25%의 재활용 재료를 포함해야 한다. 취리히는 새로운 건물 건축에 이러한 친환경 자재를 널리 사용했다. 유명한 미술관인 쿤스트하우스 취리히는 98%가 재활용 콘크리트를 사용해 확장됐다. 새 병원과 주택 단지의 재활용 재료 비율은 95%에 도달했다. 자재에 대한 재활용 연구는 로잔에 소재한 에콜 폴리테크닉 페더럴의 건설재재연구소 카렌 스크리브너 교수가 이글고 있다.
2019년에 발표된 사례 연구에 따르면 취리히는 콘크리트를 재활용해 건물에서만 약 1만 7000입방미터의 재료를 절약했다고 한다. 2019년에는 로마와 헬싱키의 전문가가 취리히를 방문해 노하우를 전수받았다. 친환경 건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음을 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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