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런 트렌드는 쇠락하거나 무관심지역이었던 곳에 활력을 불어넣고 장소의 의미를 되찾게 해준다. 또한 삭막한 도시에 인간적인 훈기를 불어 넣어 준다. 그곳이 역사적으로 잊혀졌던 곳이든, 허름한 건물에 새로 개업한 맛 집이든 관계없이 말이다.
스마트시티라고 해서 기술적 장치로만 가득하고 그 통제 아래서 움직이는 모델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인천 송도가 스마트도시로서 인간적인 모습이 결여된 곳으로 평가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혹자는 송도를 ‘영혼과 정신이 결여된’ 유령같은 스마트시티라고 혹평한다.
인간적인 스마트시티 모델가운데 하나가 레저블(legible) 도시다.
읽을 수 있는 도시, 잘 찾을 수 있는 도시 정도로 해석되는 레저블 도시는 다니기에 편한 도시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보행자 도로 등 인프라도 필요하지만 거기에 도착하기 위한 길 찾기가 쉬워야한다.
기술과 데이터를 사용해서 방문자나 주민들에게 도시를 좀 더 읽을 수 있게 만들어주는 일은 단순히 길을 찾아가는 수고를 덜어주는 것을 넘어선다. 그 과정에서 도시를 이해하고 경험하는 면적을 넓혀 준다. 숨어 있는 장소를 용하게 찾아가듯이 숨어있는 패턴을 찾아내고 그런 과정에서 도시의 서사적 관계를 발견해내는 것은 도시를 그야말로 스마트하게 만드는 소프트웨어적 요소가 될 것이다. 박물관과 도서관, 교육기관 등을 여행지도에 추가하여 좀 더 전략적인 정보 지도가 필요하다.
또한 이벤트나 활동, 교통 등 지역과 연계된 다양한 자원들을 제공해서 도시에 한발 더 가까이 참여하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다. 지식•정보•콘텐츠의 종합세트는 스마트도시를 달리는 파이프라인과 같다. 1996년 세계 최초로 시작한 영국 브리스톨은 레저블 도시의 견본이라고 할 수 있다.
레저블을 요즘 유행어로 표현한다면 걷기를 통한 인문학이 떠오른다. 주민과 방문객들이 도시의 이곳저것을 걸으면서 다양한 경험을 공유하고 새로운 발견을 축적해 나갈 수 있는 도시는 인간적인 향기가 넘친다. 그것이 바로 스마트 시티이다.
글: 라니 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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