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최아랑 기자| 국내 연구진이 반도체 결정이 생기는 위치를 정하고 그 자리에서 하나의 결정만 자라게 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차세대 적층형 AI 반도체 구현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KAIST 강기범 교수, UNIST 김병조 교수, 한양대 김우희 교수, 티디에스이노베이션 등이 참여한 공동연구팀이 산화물 장벽에서 나오는 화학 성분을 이용해 2차원 반도체 결정의 생성 위치를 정밀하게 제어하는 소재 성장 기술을 개발했다고 8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이날 0시(한국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실렸다. 논문명은 '식각 플럭스를 통한 2차원 반도체의 공간 결정적 핵생성'(Spatially deterministic nucleation of 2D semiconductors by etching flux)이다. 과기정통부의 개인기초연구 사업과 나노소재기술개발 사업 등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원자층 수준으로 얇은 2차원 반도체는 기존 연산 회로 위에 반도체를 쌓아 올려 AI 칩 성능을 높이고 전력 소모를 줄일 수 있는 소재로 꼽힌다. 실제 칩에 쓰려면 필요한 위치에 품질이 균일한 반도체를 형성해야 한다.
2차원 반도체는 원자들이 모여 작은 결정핵을 만들고 여기에 원자가 계속 붙으면서 자란다. 여러 곳에서 자란 결정이 서로 만나면 원자 배열이 어긋난 경계가 생기고, 이 경계가 전자의 이동을 방해해 반도체 성능을 떨어뜨리는 문제가 있었다.
반도체를 미리 정한 영역에서만 자라게 하는 선택성장 기술이 있었지만, 영역 안에서 결정핵이 생기는 위치는 확률에 맡겨져 있었다. 이 때문에 단결정의 크기와 위치 정밀도에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성장 영역을 둘러싼 산화하프늄 등 산화물 장벽에서 나오는 산소가 2차원 반도체인 이황화몰리브덴의 결정핵 형성을 억제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 억제 작용은 장벽에 가까운 가장자리에서 강하고 먼 중앙에서는 약하다.
연구팀은 이 차이를 이용해 성장 영역 중앙에서만 결정핵이 하나 생기도록 유도했다. 이 결정이 옆으로 퍼지면서 경계 없이 이어진 단결정으로 자랐다. 연구팀은 400개 실험 패턴 가운데 99% 이상에서 중앙에 이황화몰리브덴 단결정을 형성했다.
앞서 지난 7월에는 강 교수가 속한 KAIST 연구팀이 성균관대 연구팀과 함께 2차원 반도체에서 전기가 막힘없이 흐르는 구조를 구현했다고 밝힌 바 있다.
과기정통부는 이번 성과가 반도체 소재가 자라는 영역을 정하는 데서 나아가 성장이 시작되는 위치까지 설계할 수 있게 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회로 설계에 맞춰 필요한 위치에 고품질 반도체를 직접 키우는 제조 기술로 발전하면 소자를 여러 층으로 쌓는 적층 공정의 기반이 된다는 설명이다.
연산 처리 부분과 메모리를 수직으로 가깝게 배치하면 데이터 이동에 드는 시간과 에너지를 줄일 수 있어 데이터센터 전력 부담 완화와 AI 서비스 응답 시간 단축에 도움이 된다고 과기정통부는 덧붙였다.
강기범 KAIST 교수는 "2차원 반도체 성장 과정에서 결정이 어디서 시작될지를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실제 반도체 제조 공정에 적용하고, 연산과 메모리를 수직으로 집적하는 AI 반도체 기술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김성수 과기정통부 연구개발정책실장은 "반도체 소재의 형성 원리를 탐구하는 기초연구와 원천기술 개발로 제조 공정의 새로운 해법을 제시한 사례"라며 "연구자들의 창의적인 연구를 이어가고 성과를 핵심 기술로 발전시킬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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