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김종현 기자| 아파트 분양시장에서 부지가 가진 과거의 '이야기'를 앞세우는 단지가 늘고 있다. 방송국과 철도시설, 공장, 터미널처럼 지역 주민들에게 친숙했던 공간이 새로운 주거 단지로 탈바꿈하면서다. 기존에는 역세권, 학군, 브랜드가 단지 가치의 핵심 요소였다면, 최근에는 장소의 역사가 차별화 포인트로 작용하고 있다.
이처럼 도심 내 방치되거나 기능을 다한 유휴 부지를 주거 및 복합 시설로 재개발하는 것을 부동산 업계에서는 '브라운필드(Brownfield) 개발'이라고 부른다. 기존 도심의 훌륭한 교통망과 생활 인프라를 그대로 누릴 수 있어 가치가 높게 평가된다.
서울 영등포구 ‘브라이튼 여의도’는 1982년부터 MBC가 사용했던 옛 사옥 부지에 들어섰다. 2023년부터 입주를 시작해 아파트와 오피스텔 중심의 복합개발을 마쳤다. 노원구 광운대역 일대는 과거 시멘트 사일로와 물류시설이 있던 철도 부지에 최고 49층, 1856가구 규모의 주거시설이 조성된다. 중랑구에서는 38년간 동북권 교통 거점이었던 상봉시외버스터미널이 최고 49층 주거시설로, 용산에서는 옛 철도정비창 부지가 국제업무존을 포함한 대형 복합개발지로 변모하고 있다.
지역에서도 장소의 기억을 살린 개발이 활발하다. 광주 북구 임동의 옛 전남·일신방직 공장 부지는 주거와 상업·문화를 아우르는 4300여 가구 규모의 복합단지로 바뀐다. 부산에서는 과거 경마장과 미군기지였던 터가 2014년 부산시민공원으로 개장한 이후 주변 재정비사업을 통해 대규모 주거 단지로 변신 중이다.
이러한 부지들은 상대적으로 면적이 넓어 주거, 상업, 커뮤니티 시설을 종합적으로 쾌적하게 배치하기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오랫동안 지역을 대표하는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인지도가 높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지역 주민들에게 오랫동안 알려진 부지는 새 개발이 시작될 때 별도로 위치를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며 “여기에 대규모 개발과 상품성이 더해지면 지역의 새로운 대표 주거지로 자리 잡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부산 연제구 연산동에서는 신규 아파트의 견본주택으로 쓰이던 자리가 실제 아파트로 바뀌는 사례가 나온다. GS건설이 오는 10월 분양하는 ‘연제갤러리자이’는 오랜 기간 자이 브랜드 견본주택인 ‘자이갤러리’가 운영됐던 부지에 들어선다.
연제갤러리자이는 지하 4층~지상 최고 43층, 3개 동, 전용면적 84㎡ 총 499가구 규모로 지어진다. 부산도시철도 1·3호선 연산역과 교대역, 거제역을 이용할 수 있다. 남향 위주 배치와 함께 4베이(Bay) 판상형 등의 평면 설계가 적용된다. '4베이 판상형' 구조란 거실과 방 3개가 모두 채광이 좋은 전면(남향)을 향해 일렬로 배치된 형태로, 통풍과 일조량이 풍부해 수요자들의 선호도가 매우 높은 주거 형태다.
단지 내 커뮤니티 시설로는 교보문고와 협업한 북라운지, 피트니스클럽, 골프연습장 등이 조성된다. 고층부에는 자쿠지가 포함된 게스트하우스 등을 갖출 예정이다.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연산동에서 자이갤러리는 오랫동안 신규 아파트를 보러 가는 장소로 알려져 있었다”며 “주민들에게 익숙한 견본주택 자리에 실제 자이 아파트가 들어선다는 점 자체가 다른 신규 단지와 구분되는 이야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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