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김한솔 기자| 행동주의 펀드 쿼드자산운용이 영원무역 이사회에 발송한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공개서한’의 공식 회신 기한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영원무역은 지난해 자체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했지만 쿼드자산운용이 주주환원 확대와 내부거래 해소, 경영진 보상체계 개편 등을 추가로 요구하면서 회사가 기존 계획을 보완한 대책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린다.
자본 효율성 지적…“배당성향 25%면 2030년 현금 2.2조”
투자업계에 따르면 7월 31일은 쿼드자산운용이 영원무역에 요구한 공개서한의 공식 회신 마감일이다. 시장에서는영원무역이 이미 한 차례 발표한 밸류업 계획보다 강화된 대책을 제시할지 주목하고 있다.
영원무역은 지난해 8월 발표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통해 2027년까지 주가순자산비율(PBR) 0.8배 달성, 자기자본이익률(ROE) 10% 이상 유지, 연결 기준 배당성향 25%로 단계적 확대, 기업지배구조 핵심지표 준수율 80% 달성 등을 목표로 내걸었다.
그러나 쿼드자산운용은 이 같은 목표만으로 영원무역의 자본 효율성을 실질적으로 개선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쿼드자산운용 분석에 따르면 영원무역이 목표로 제시한 ‘ROE 10% 이상 유지’는 2025년 실제 ROE인 12.66%보다 낮다. PBR 0.8배 역시 2026년 6월 기준 이미 도달한 수준이다. 과거 1배를 웃돌았던 영원무역의 PBR이 장기간 하락해 왔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현 수준을 2027년 목표로 제시한 것은 기업가치 회복 목표로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특히 배당성향 25% 확대 목표를 두고 양측의 시각차가 크다. 영원무역의 2025년 연결 기준 배당성향은 18.2%다. 쿼드자산운용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영원무역이 기업설명회에서 밝힌 향후 5년간 12억달러 규모의 자본적 지출(CAPEX)을 모두 집행하더라도 배당성향을 25%로 유지하면 순현금은 2025년 말 1조1000억원에서 2030년 말 2조1840억원으로 늘어난다.
현금이 계속 쌓이면 쿼드자산운용이 영원무역의 저평가 원인으로 지목한 자본 비효율이 심화될 수 있다. 수익성이 낮은 금융자산과 부동산이 늘어날수록 본업에서 창출한 높은 수익률이 전사 기준에서는 희석되기 때문이다. 공개서한에 따르면 영원무역의 OEM 본업 투하자본이익률(ROIC)은 17.5%로 높은 수준이다. 반면 총자산의 약 33%를 차지하는 1조5000억원 규모의 금융·부동산 자산 수익률은 2.1%에 그쳐 전사 ROIC를 7.7%까지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쿼드자산운용은 이를 해소하기 위해 배당성향을 글로벌 동종기업 수준인 70%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배당성향을 70%로 높이면 장기 ROE는 13.3%, PBR은 2.3배까지 개선될 수 있다는 계산도 제시했다.
계열사 지분 매각·부동산 거래…지배구조 쟁점 부각
이번 공개서한은 재무지표 개선뿐 아니라 옥상옥 지배구조 아래에서 이뤄진 최대주주 측 및 비상장 계열사와의 내부거래 적정성도 문제 삼았다. 쿼드자산운용은 OEM 본업과 무관한 자산 거래를 거치면서 상장회사 주주에게 귀속될 수 있었던 경제적 이익이 최대주주 측으로 이전된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2025년 말 기준 영원무역그룹은 성기학 회장과 성래은 부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와이엠에스에이(YMSA)가 영원무역홀딩스 지분 29.39%를 보유하고, 영원무역홀딩스가 다시 영원무역 지분 50.52%를 지배하는 구조다. 영원무역은 비상장 개인회사와 지주회사를 거쳐 지배되는 손자회사에 해당한다.
대표적인 쟁점은 방글라데시 자회사 TVL(Tekvision BD)의 지분 매각과 이후 실적 변화다. 쿼드자산운용의 공개서한에 따르면 영원무역은 2024년까지 매출이 발생하지 않고 누적 순손실 약 30억원, 자본잠식 28억원을 기록하던 TVL을 2025년 1분기 성래은 부회장과 영원무역홀딩스에 약 1억2000만원에 매각했다.
TVL은 매각 직후인 2025년 2분기부터 영원무역과의 거래를 통해 매출을 내기 시작했다. 2025년 전체 매출 96억원 가운데 99%인 95억원이 영원무역과의 내부거래에서 발생했다. 같은 해 당기순이익은 38억원을 기록했고, TVL은 1년 만에 자본잠식에서 벗어났다.
영원무역이 손실과 자본잠식 부담을 감수한 법인을 최대주주 측에 매각한 직후 영원무역과의 거래를 통해 실적이 급격히 개선됐다는 점에서 매각가격과 거래조건의 적정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게 쿼드자산운용의 주장이다. 쿼드자산운용은 TVL을 영원무역이 다시 인수하고, 특수관계인 거래에 대한 통제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대구 부동산 거래도 지적 대상에 올랐다. 영원무역은 2010년 57억원에 취득한 대구 수성구 만촌동 부동산을 2012년 YMSA에 60억원에 매각했다. YMSA는 해당 부지를 개발한 뒤 2023년 영원무역에 587억원에 다시 매각했다. 쿼드자산운용은 YMSA가 이 거래를 통해 약 315억원의 개발·처분이익을 거둔 것으로 분석했다.
YMSA는 같은 해 부동산 매각대금과 기존 보유 현금을 바탕으로 성래은 부회장에게 총 815억원을 대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쿼드자산운용은 이를 근거로 영원무역의 자금이 내부거래를 거쳐 최대주주 측으로 이전된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실적과 보상 따로 움직여…임원 보수 기준 도마 위
경영 성과와의 연계성이 부족한 보상체계도 공개서한의 핵심 쟁점이다.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영원무역의 영업이익은 62% 감소했고 ROE는 26.8%에서 12.3%로 하락했다. 반면 같은 기간 성래은 부회장의 보수는 약 300% 증가했다.
보수의 절대 규모를 넘어 지배주주와 임직원 간 격차도 문제 삼았다. 경제개혁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영원그룹 지배주주의 보수는 그룹 내 최고 보수를 받은 전문경영인의 10.7배로, 국내 대기업집단 가운데 격차가 가장 컸다. 성래은 부회장이 계열사 겸직을 통해 받은 합산 보수도 영원무역 직원 평균 급여의 156배에 달했다. 쿼드자산운용은 이를 최고경영진에 보상이 과도하게 편중된 구조라고 지적했다.
보수 산정 기준의 일관성도 논란이다. 영원무역은 실적이 증가했던 2022년에는 ‘전년 대비 실적 증가’를 상여 지급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실적이 부진했던 2023년에는 실적이 더 저조했던 3년 전인 2020년과 비교해 성장했다는 점을 보상 근거로 들었다. 비교 기준을 달리 적용하면서 실적 흐름과 관계없이 상여를 지급할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됐다는 것이 쿼드자산운용의 지적이다.
영원무역은 2024년 스캇이 대규모 손실을 기록한 상황에서도 스캇 2대 주주와의 중재 진행과 경영 정상화를 위한 노력 등을 성 부회장의 상여 산정 근거에 포함했다. 2026년에는 스캇 관련 중재 성과와 전년 대비 실적 증가 등을 근거로 이사 보수 한도를 기존 100억원에서 150억원으로 높였다.
쿼드자산운용은 기존 밸류업 계획을 실질적인 기업가치 개선으로 연결하려면 경영진 보상도 ROE와 PBR, 총주주수익률(TSR) 등 주주가치 지표와 연동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실적과 주주가치 목표 달성을 조건으로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을 지급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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