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X 빠져나간' 삼성전자 초기업노조 최승호 위원장, 재신임 투표 돌입

30일 오전 10시까지 투표 진행 부서 간 보상 격차에 조합원 이탈 가속 DX선 칩 하이닉스와 경쟁입찰로 구매하자는 주장까지

산업 |황태규 기자 | 입력 2026. 06. 24. 15:56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최승호 위원장이 20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노사협상 결렬에 따른 총파업 강행 입장을 밝히기 위해 조정회의장에서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최승호 위원장이 20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노사협상 결렬에 따른 총파업 강행 입장을 밝히기 위해 조정회의장에서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스마트투데이=황태규 기자|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가 최승호 위원장의 재신임 여부를 묻는 조합원 투표에 돌입했다. 올해 임금·성과급 협상 과정에서 반도체(DS)와 디바이스경험(DX) 부문 간 보상 격차 논란이 불거지고, 조합원 이탈이 이어지며 과반 지위를 잃은 데 따른 책임 절차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초기업노조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오는 30일 오전 10시까지 조합원을 대상으로 전자투표를 진행한다. 안건은 최 위원장 재신임과 규약 개정이며, 위원장 재신임 안은 재적 조합원 과반 찬성으로 가결된다.

이번 투표는 지난달 잠정 합의 이후 불거진 노조 내부 갈등이 직접적 배경이다. 초기업노조를 포함한 공동교섭단은 지난달 20일 사측과 반도체 부문 사업 성과의 10.5%를 재원으로 하는 특별경영성과급 신설, 최대 5억원 규모 주택자금 대출제도 신설, 평균 임금 6.2% 인상 등을 골자로 한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합의안은 조합원 투표에서 가결됐다.

문제는 합의 이후에 불거졌다. 특별경영성과급이 DS부문 실적 기반으로 설계되면서 DX부문 직원들 사이에서 상대적 박탈감이 확산했다. 올해 삼성전자 영업이익을 증권가 평균 전망치인 350조원으로 가정하면 DS부문 내 메모리사업부 직원은 1인당 6억원에 달하는 성과급을 받을 것으로 계산된다. 반면 DX부문 직원에게 돌아가는 몫은 1인당 600만원 상당의 자사주에 그친다는 지적이다.

이에 최근 DX부문 직원들은 성과급 격차에 항의하는 취지로 검은 옷을 입고 출근하기도 했다. DX부문 일각에서는 "그동안 DS부문 반도체 칩을 요구하는 가격에 구매해왔지만, 앞으로는 SK하이닉스 등 외부 업체와 경쟁 입찰을 붙여야 한다"는 격앙된 주장까지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부서 간 성과급 차이는 조합원 이탈로 이어졌다. 교섭 당시 7만6000명을 넘으며 과반 노조 지위를 확보했던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의 조합원 수는 23일 오후 1시 기준 5만5780명으로 줄었다. 이탈한 조합원 다수는 DX부문에 몰린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들 상당수가 동행노조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동행노조는 24일 오전 11시 기준 가입자 수가 2만6894명으로, DX부문 직원 과반을 넘어섰다.

노조 내 갈등은 법적 분쟁으로도 번졌다. 동행노조는 지난달 잠정합의안과 임금협약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가처분을 신청했으나, 수원지법 민사31부는 23일 이를 각하했다. 또한 전삼노(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는 최 위원장이 DX 조합원 현장 소통 활동을 문제 삼고 사과를 요구했으며, 최 위원장이 협상 과정에서 "DX 못 해먹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사실도 불씨가 됐다. 최 위원장은 해당 발언이 부적절했다고 인정하며 사과한 바 있다.

이러한 상황에 최 위원장이 내건 재신임 조건은 사실상 DS 중심 노선 전환 선언에 가깝다는 평가다. 그는 재신임될 경우 △DS부문 교섭 단위 분리 노동위원회 요구 △초기업노조만의 DS부문 단독 교섭 추진 △DS부문 위원회 신설 및 근로자대표 지위 확보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분리교섭이 인정되지 않더라도 교섭대표노조 지위 확보를 통해 공동교섭단 없이 초기업노조 단독 교섭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재신임 여부에 따라 삼성전자 노사 교섭 지형도 달라질 전망이다. 최 위원장이 재신임에 성공할 경우 초기업노조는 DS부문 중심 교섭을 본격화하고, DX부문에서는 동행노조를 중심으로 한 대응 움직임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재신임이 부결될 경우 현 집행부 노선이 흔들리면서 내년 교섭 주도권 확보도 복잡해질 수 있다.

한 노사관계 전문가는 "한 회사에 여러 노조가 존재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노조마다 각자의 성향이 있고, 추구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에 협상력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과반 노조의 지위 상실에 대해서는 "회사로서는 과반 노조 지위를 가진 단체에 우선적으로 대응할 수 밖에 없다. 그러한 지위가 사라진 것은 해당 노조의 협상력에 부정적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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