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김나연 기자| 24일 고려아연 정기주주총회가 주주 입장 지연으로 개회가 미뤄진 가운데, 사전에 공개된 북미 주요 연기금의 표심이 시장의 이목을 끌고 있다. 장부상 확인 가능한 이들의 합산 보유 지분은 전체 발행주식의 0.05%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 연기금의 표심이 주총의 물리적 승패를 가를 절대 표 수의 문제는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이번 사안의 방점은 글로벌 기관투자가들이 현 경영진과 MBK·영풍 양측의 지배구조를 어떻게 평가했는지 보여주는 상징성에 찍힌다.
공시에 따르면 장부상 명확히 확인 가능한 북미 주요 연기금의 실제 지분 규모는 합산 0.0473% 수준으로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회계연도 2025년 6월 30일 기준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는 9268주를 보유 중이라고 공시했다. 이는 고려아연 전체 발행주식의 약 0.0444% 수준이다. 회계연도 2025년 6월 30일 기준 작성된 캘리포니아교직원연금(CalSTRS)의 고려아연 보유 지분은 612주(약 0.0029%)에 그친다. 두 연기금의 보유비중이 주총의 물리적 판세를 직접 뒤집을 만한 물량은 아니라는 의미다.
나머지 주요 연기금의 정확한 지분 규모는 공시 기준에 미달하거나 규정에 가려져 있어 파악이 불가능하다. BCI(브리티시컬럼비아공적연금)의 경우, 2025년 3월 31일 기준 발표된 투자 포트폴리오에 고려아연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BCI는 공시하는 포트폴리오의 상장주식(Public Equities) 섹션에 보유금액이 500만달러를 초과하는 종목만 수록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LG에너지솔루션 등 다른 한국 주식은 기재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시 BCI의 고려아연 보유 규모가 500만달러 이하였거나 2025년 3월 이후 새로 편입됐다는 의미다. FRS(플로리다퇴직연금) 역시 13F 공시 규정에 따라 해외 증시에만 상장되어있는 보유 주식 내역을 기재하지 않아 정확한 물량을 확인할 수 없다.
지분의 물리적 크기는 작지만, 이들이 던진 표의 '무게감'은 가볍지 않다. 특히 북미 최대 공적 연기금인 CalPERS는 최윤범 회장과 김보영·이민호 감사위원 후보 선임에 명확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앞서 국민연금이 최윤범 회장 재선임에 찬성하지 않고, 기업가치 훼손 및 주주권익 침해를 사유로 감사위원 후보들에 반대표를 던진 것과 궤를 같이한다. 국내외 핵심 연기금이 최 회장 주도의 이사회 운영과 감사기구의 견제 기능 전반에 나란히 구조적 문제를 제기한 셈이다.
물론 해외 연기금의 표심이 현 경영진에 대한 전면적 불신으로만 기운 것은 아니다. 과거 MBK·영풍 측에 우호적이라 평가받던 CalSTRS는 이번 주총에서 회사 측 지지로 방향을 선회했다. 업계는 미국 제련소 건설 프로젝트 등이 이 같은 기조 변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한다. 실제 CalSTRS는 현 이사회가 제안한 이사 5인 선임안과 최윤범 사내이사, 황덕남 사외이사, 김보영·이민호 감사위원 후보에 모두 찬성했다. 반대로 MBK·영풍 측의 이사 6인 선임안과 액면분할안, 그리고 4인의 이사 후보 전원에는 반대표를 행사했다. 지난 2025년 1월 임시주총 당시 현 경영진의 집중투표제 도입안에 반대했던 행보와 뚜렷이 대비된다.
보유내역이 공시되지 않은 FRS와 BCI 역시 현 이사회 측 안건에 힘을 싣는 쪽을 택했다. FRS는 현 경영진이 올린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안과 5인 선임안, 최윤범 및 황덕남 후보안에 찬성하고, MBK·영풍 측 안건에는 명확히 반대했다. BCI 또한 MBK·영풍의 액면분할안과 이사 6인 선임안이 주주들의 최선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반대했다. MBK·영풍 측 일부 기타비상무이사 후보를 두고서도 최선의 이익 부합 여부를 충분히 입증하지 못했다며 반대표를 던졌다. 대신 현 이사회가 제안한 5인 선임안에는 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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