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우세현 기자| 수소 트럭 사기극으로 미국 월가를 발칵 뒤집어놓았던 '니콜라(Nikola)' 창업자 트레버 밀턴(Trevor Milton)이 AI 제트기 사업가로 돌아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특별 사면으로 면죄부를 얻은 그가 또 다른 혁신 기술 시장에 뛰어들면서, 과거의 과장된 마케팅과 실체 없는 투자 유치가 재현될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투자자 사기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던 밀턴은 최근 소형 제트기 제조업체 '사이버제트 에어크래프트(SyberJet Aircraft)'의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했다. 징역 4년형을 앞두고 있던 그는 지난 2025년 3월 트럼프 대통령의 전격적인 사면 조치로 기사회생한 뒤 10억 달러(약 1조 4900억 원) 규모의 자금 조달에 나섰다.
니콜라 때의 행보와 닮아있는 경영 방식

밀턴이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사이버제트는 지난 40여 년간 투자자만 바뀌며 단 4대의 비행기를 고객에게 인도하는 데 그친 부실기업이다. 하지만 밀턴은 투자자들에게 이 회사의 가치를 40억 달러(약 6조 원)로 부풀려 제시하며, 세계 최초의 AI 자율 비행 소형 제트기 'SJ36'을 2032년까지 출시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내놓았다. 특히 그는 테슬라가 자동차 소프트웨어를 혁신한 방식을 차용해, 항법 및 통신을 담당하는 핵심 부품인 항공전자장비를 외부에서 조달하지 않고 밑바닥부터 자체 개발하겠다고 선언했다.
항공전자장비는 비행기의 두뇌에 해당하는 기기로, 철저한 안전성이 요구되어 막대한 자본과 시간이 투입되는 분야다. 기존 대형 항공사들조차 전문 기업의 제품을 사용하는 상황에서 자금난을 겪던 소형 회사가 이를 독자 개발하겠다는 것은 항공업계의 엄격한 규제와 인증 절차를 간과한 무리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러한 밀턴의 행보는 과거 니콜라의 몰락 과정을 정확히 빼닮아 있어 시장의 불신을 키우고 있다. 2020년 밀턴은 기업인수목적회사(SPAC)라는 우회 상장 제도를 통해 니콜라를 단숨에 증시에 데뷔시키며 한때 포드 자동차의 시가총액을 뛰어넘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자체 동력 없이 언덕에서 굴러가는 트럭의 모습을 마치 정상 주행하는 것처럼 조작한 영상을 유튜브에 올려 투자자를 기만했다는 사실이 공매도 전문 기관인 힌덴버그 리서치의 폭로로 드러나면서 기업은 파산에 이르렀고 그는 사기범으로 전락했다.
현재 그는 신형 제트기 개발 과정을 유튜브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제작해 대중의 기대감을 증폭시키고 있으며, AI 비행 관련 규제를 완화하기 위해 트럼프 대선 캠프 핵심 인사의 가족이 속한 로비 업체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기술적 실체보다는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여론전과 인맥 중심의 로비로 기업 가치를 부풀리는 과거의 공식이 그대로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파산한 니콜라 출신의 기술진을 대거 영입하고, 자율 비행 기반의 군용 무인 제트기를 기존 방위산업체보다 저렴하게 공급하겠다는 장밋빛 청사진을 내놓고 있지만, 구체적인 기술 시현이나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 방안은 여전히 이론 단계에 머물러 있어 '제2의 니콜라 사태'를 경계하는 목소리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돈으로 면죄부를 샀다는 의혹

제트기 사업의 실체만큼이나 시장의 이목이 쏠린 지점은 그의 기사회생 배경에 얽힌 거액의 정치 자금이다. 감옥행을 앞둔 범죄자가 유력 대선 후보에게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은 직후 전격적인 사면이 이뤄지자, 업계 안팎에서는 이 기부금이 사실상 사면을 얻어내기 위한 거래가 아니었냐는 강한 의혹이 제기됐다. 실제로 밀턴 부부는 2024년 대선 당시 트럼프 캠프는 물론 현 보건복지부 장관인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등 핵심 측근들에게 최소 320만 달러(약 47억 원)의 정치 자금을 쾌척했다.
여기에 밀턴의 법적 방어를 담당했던 핵심 변호사 브래드 본디가 현 트럼프 행정부의 팸 본디 법무장관과 남매 지간이라는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사면 과정에 권력 실세들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면 당시 밀턴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펜이 종이에 사각거리는 소리까지 들려주며 서명 사실을 알렸고, 그가 측근인 케네디 주니어에게 훌륭한 추천을 받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밀턴을 향해 "그가 잘못한 것은 나를 가장 먼저 지지한 것뿐"이라며 공개적으로 두둔하는 모습을 보였다.
밀턴 측은 이러한 정경유착 의혹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순수하게 후원했을 뿐이며, 법무장관과의 인맥 역시 재판이나 사면에 어떠한 역할도 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오히려 자신은 전임 바이든 행정부 법무부의 무리한 표적 수사에 당한 정치적 희생양이었다고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백악관 측 역시 대변인을 통해 "기부금은 사면 결정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며, 철저한 법률적 검토를 거친 결과"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사면 직후 밀턴이 워싱턴 유력 인사 및 사우디아라비아 투자자들과 어울리며 "이제 당신을 믿을 수 있다"는 환대 속에 재계 주류 무대로 화려하게 복귀하면서, 막대한 자금력과 인맥이 만들어낸 '정치적 면죄부'라는 비판의 꼬리표는 쉽게 떨어지지 않고 있다.


댓글 (0)
댓글 작성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로그인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