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우세현 기자| 미국의 강도 높은 반도체 수출 통제망이 다년간 가동됐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빅테크 기업이 기어코 우회로를 뚫고 엔비디아의 최신 플래그십 인공지능(AI) 칩인 B200 반도체에 접근하는 데 성공했다.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틱톡의 모회사인 중국 바이트댄스는 동남아시아의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을 통해 엔비디아의 최상위 AI 칩 '블랙웰(Blackwell)' 기반의 대규모 컴퓨팅 인프라를 원격으로 임대할 계획이다. 이미 기존 모델(H100)을 같은 방식으로 빌려 쓰고 있는 바이트댄스는, 이번 최신 칩 확보를 위해 초기 대금 지불까지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클라우드로 우회하는 전형적 '꼼수'
이러한 우회 접근은 현행 미국의 수출 통제가 첨단 반도체의 물리적인 '중국 영토 내 반입'을 막는 데 치중되어 있다는 점을 노린 전형적인 꼼수다. 제3국에 구축된 데이터센터에 온라인으로 접속해 연산 능력만 빌려 쓰는 이른바 '클라우드 사각지대'를 파고든 것이다. 문제의 핵심인 AI 칩 자체는 중국 밖에 머물지만, 그 칩이 뿜어내는 압도적인 데이터 처리 결과물은 바이트댄스가 고스란히 챙겨가면서 사실상 미국의 제재가 무용지물이 된다.
바이트댄스의 우회로 역할을 맡은 곳은 동남아 클라우드 기업 아올라니 클라우드다. 아올라니는 엔비디아 칩 탑재 서버를 조립하는 에이브레스로부터 관련 장비를 사들여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이들의 계획대로 모든 구축이 완료되면 말레이시아 데이터센터에 투입되는 엔비디아의 B200칩만 3만 6000여 개에 달하며, 하드웨어 비용은 25억 달러(약 3.7조 원)를 훌쩍 넘길 전망이다. B200을 비롯한 블랙웰 시리즈는 기존 모델을 압도하는 데이터 처리 속도와 전력 효율을 갖춰 대규모 AI 모델 학습에 없어서는 안 될 핵심 부품으로 통한다.

이들이 말레이시아를 데이터센터 거점으로 택한 것은 다분히 전략적이다. 저렴한 전력과 토지 비용은 물론, 미중 패권 갈등 속에서도 중립 노선을 유지하고 있어 규제 리스크를 피하려는 중국 기업들에게 최적의 도피처로 꼽힌다. 바이트댄스는 이곳의 막대한 컴퓨팅 파워를 바탕으로 중국 본토 밖에서 글로벌 AI 연구개발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현재 아올라니 측은 자체 법률 검토를 마쳤으며 미국의 수출 통제 규정을 철저히 준수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엔비디아 역시 통제 국가 외부에서 클라우드를 구축하고 운영하는 것은 현행 규정상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글로벌 경쟁력 갖추려는 필사적 노력
바이트댄스가 칩 소유권조차 갖지 못하는 기형적인 임대 방식에 3조 원이 넘는 거액을 투입한 것은 글로벌 시장에서의 실질적인 매출 타격을 막기 위한 고육책이다. 현재 바이트댄스는 전체 매출의 4분의 1을 해외에서 거두고 있는 만큼 글로벌 시장 의존도가 낮지 않다. 오픈AI나 구글 같은 미국 빅테크들과 직접 경쟁해야 하는 해외 시장 특성상, 인프라 고도화가 늦어지면 서비스 경쟁력 저하가 곧장 해외 매출 급감이라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내수 시장을 넘어 글로벌 플레이어로 자리 잡은 바이트댄스 입장에서는, 우회 논란을 감수해서라도 최신 칩을 확보하는 것이 해외 시장 점유율을 지키고 수익성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적인 선택인 셈이다.
특히 이번 행보에는 지난 1월 틱톡의 미국 사업권 강제 매각 사태 이후, AI 시장에서만큼은 주도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전략적 판단도 깔려 있다. 비록 미국의 제재로 칩을 직접 소유할 수는 없지만, 클라우드라는 우회로를 통해 인프라 공백을 메우는 것이 선두 주자들과의 기술 격차를 좁히기 위한 최선의 대처라고 본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사태는 막대한 자본력으로 규제의 틈새를 공략하는 중국 기업의 집념과 함께, 물리적 반입 차단에만 집중된 현행 미 제재 방식의 명백한 한계를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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