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안효건 기자|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이 세계에서 가장 비율 높은 한국 중복상장 심각성에 일침을 가했다. 일본 사례를 심층적으로 분석해 한국거래소 주도의 강력한 거버넌스 개혁을 시행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12일 서울 여의도에서 개최한 세미나를 통해 "대만 TSMC는 모든 자회사 지분을 100% 소유해 자회사 가치와 모회사 가치가 일치한다"면서 "한국도 충분히 가능한데도 지금처럼 중복상장이 성행하는 근본 원인은 이른바 '회장님의 욕심'에 있다"고 지적했다. 소수 자회사를 소유할 자금에 외부 자금을 얹어 사익 편취 공간을 만든다는 비판이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 역시 중복상장이 단순한 지주사 할인을 넘어 지배주주의 무소불위 권력 낳는 도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표는 "한국 지배주주들은 다단계 옥상옥 구조로 사업회사 실제 경제적 지분율이 3%도 안 되면서도 이사회를 100% 장악한다"며 "사실상 10배짜리 차등의결권을 행사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직격했다.
이 대표는 그 사례로 가비아를 들었다. 시가총액 4000억원 수준 가비아는 그 아래에 KINX(시총 약 6000억원) 등 알짜 자회사를 거느렸다. KINX에 대한 실질적인 지분율은 10~12% 남짓에 불과하지만 지배주주는 39%에 달하는 의결권 지배력을 행사한다.
그는 "이러한 불균형 구조에서는 지배주주가 현금을 배당으로 환원할 동기가 전혀 없다"며 "오히려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거나 엉뚱한 사업을 벌이는 등 이해 상충 문제가 필연적으로 발생한다"고 꼬집었다.
코웨이 모회사인 넷마블 사례도 언급하며 "게임 사업에 투자하겠다고 1조7000억원 기업공개(IPO) 자금을 조달한 뒤 이를 렌탈 회사 코웨이 인수에 쓴 것은 투자자에 대한 기만이자 중복상장 구조 폐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모회사 주주와 자회사 주주 모두의 이익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중복상장이 근절되지 않는 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는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김형균 차파트너스 본부장은 일본의 거버넌스 개혁 성공 아이콘인 히타치 사례를 상세히 소개하며 한국이 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22개에 달하는 상장 자회사를 거느렸던 히타치는 2009년부터 비핵심 자회사를 과감히 매각하거나 완전 자회사로 편입했다.
이를 위해 공개매수와 상장폐지를 단행해 평균적으로 주가 대비 60%에 가까운 프리미엄을 지급했다. 그 결과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미만이었던 히타치 주가는 현재 장부가치 4배 수준에 육박하는 극적인 가치 상승을 이뤄냈다.
김 본부장은 한국의 특수한 사각지대 문제도 짚었다. 국내 상장 자회사의 모회사가 해외에 상장한 경우 중복상장 해소 압박을 교묘히 피하면서도 여전히 거버넌스 문제를 야기한다는 것이다. 이밖에 승계를 앞둔 기업이 자회사 상장으로 모회사 디스카운트를 유도해 상속세와 증여세를 절약하는 사례도 꼬집었다.
김정남 APG 선진시장 전 헤드는 2007년 467개사에 달했던 일본 중복상장 기업이 2023년 약 215개사로 줄었다고 소개했다. 이어 도쿄증권거래소(TSE)의 강력한 리더십과 시장 개입이 현상 변화를 만들어냈다며 한국거래소에 적극적 역할을 주문했다.
김 전 헤드는 "한국은 금융위원회와 국회 등 관과 정치권 주도로 소액 주주 보호 장치가 입법화되는 반면 한국거래소는 상대적으로 수동적인 자세에 머물러 있다"며 "사각지대가 발생하기 쉬운 법적 강제보다는 거래소가 능동적으로 나서 기업 인식 전환과 투자 관행 문화적 변화를 유도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주문했다.
2023년 야마지 히로미 도쿄증권거래소 최고경영자(CEO)는 PBR 1배 이하 상장사에 디스카운트 해소 방안을 공시하도록 의무화한 바 있다. 이를 이행하지 않은 기업은 그 명단을 매달 웹사이트에 공개했다. 그 결과 2024년 초에는 85% 이상 대상 기업이 지배구조 개선안을 공시했다. 아울러 투자자 100여 곳과의 인터뷰를 거쳐 중복상장 유지 시 자본 효율성과 주주 가치 관점에서 그 합리성을 수치 등으로 명확히 설명하도록 압박했다.
심혜섭 변호사는 국내 기업이 중복상장 지배구조를 재편하는 과정에서 일반 주주들이 겪는 피해를 조명했다. 지배주주가 '현금 대가 주식의 포괄적 교환' 제도를 악용해 헐값에 소수 주주를 강제 축출한다는 지적이다. 그 사례로는 도레이케미칼, 부산도시가스, 신세계푸드 등 사례를 거론했다.
심 변호사는 "결국에는 자본시장법과 시행령을 개정하는 게 가장 급선무"라며 자본시장법이 강제하는 '시가 중심주의'를 제도의 가장 큰 맹점으로 지적했다. 지배주주가 자의적으로 산정한 공개매수가가 오히려 시장 가격의 상단을 고정시켜 버린다는 것이다. 포괄적 교환가액이나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이 왜곡된 시가에 맞춰져 소수 주주가 공정 가치를 보장받지 못한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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