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은 王이다!!!’
‘라떼’세대들이 즐겨 찾던 서울 종로 뒷골목 허름한 선술집 벽에 써있던 ‘구호’이다. 리츠 칼튼 호텔 체인을 창업한 세자르 리츠가 한 이 말은 지금도 ‘진리’이다. 일본에서는 ‘고객은 신이다’(お客様は神様です)라는 말까지도 있었다. 이 말은 일본 라떼 세대를 대표하는 엔카 가수 미나미 하루오(三波春夫)가 한 말이다.
물론 세월이 흐르고 환경이 달라짐에 따라 요즘 세대들의 표현은 달라지고 있지만 ‘왕’이던 ‘신’이던 간에 자기자신이 아니라 남을 상대로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이 말은 반드시 지키고, 실행해야 할 ‘명제’이다. 더욱이 이제는 그런 ‘고객’들에게 어떤 ‘경험’ – ‘서비스’라는 말은 사라진 지가 오래됐다 – ‘고객 경험’을 제공하느냐가 핵심이 되었다.
뛰어난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 비즈니스의 좋은 예는 많다. 예를 들어 코스트코를 보자. 매장에 들어갈 때마다 새로운 제품을 찾을 수 있고, 새로운 것을 경험할 수 있으며, 받는 서비스 수준은 매번 지속적으로 높아져 있는 것을 고객들은 느낀다. 아마존은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을 지도 모른다. 이 거대 온라인 소매 업체는 간단한 구매 경험, 빠른 배송 및 번거롭지 않은 반품으로 유명하다. 이런 ‘고객 경험’이 미국 전체 온라인 판매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이유일 것이다. 그야말로 비즈니스의 성패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된 것이다.
‘고객’에 관한 ‘진리’는 민간 부문뿐만 아니라 공공 부문도 마찬가지이다. 스마트시티 역시 피해가거나 외면할 수 없다. 스마트시티의 ‘고객’은 누구인가? 스마트시티도 ‘고객’들에게 이런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까?
우리는 종종 도시에 살고 있거나 체류하는 사람들을 '시민' 또는 '구성원'이라는 표현으로 쓰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실제로는 도시의 ‘고객’이다. 시민, 관광객, 학생, 직원, 기업 등 모두 도시의 고객이다. 그들이 근무하는 곳에 써 붙여놓고 있는 ‘민원인’이 아니다. 그렇다면 도시 리더들은 도시에서 살고, 일하고, 노는 모든 고객들에게 최고의 서비스,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인가?
도시를 담당하고 있는 관청은 많은 부서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고객은 도시에 부서가 40개 이상 있던 말던 신경 쓰지 않는다. 특히 스마트시티의 경우 부서가 더 늘어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도시가 직면한 과제는 시민들, 고객들의 경험을 최대한 단순하게 만들고 실제로 뒤에서 일어나는 복잡성을 드러내지 않는 것일 수 있다. 아마존에서 물건을 사면 집으로 가져 오는 방법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 고객들은 그저 제 시간에 배달되었는지 확인하고 싶을 뿐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도시는 고객과의 모든 상호 작용에서 최상의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도시가 맡아야 할 세 가지 주요 책임은 다음과 같다.
기업으로서의 도시(City as an Enterprise):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기록 시스템을 제공하고 데이터 기반 의사 결정 문화를 포함하는 도시의 능력.
서비스 제공자로서의 도시(City as a Service Provider): 아동 및 성인 사회 복지, 공공 안전 및 집행, 탄력 있고 번영하는 지역 경제를 구축하는 등 사람 기반 서비스를 제공하는 도시의 능력.
인프라 제공자로서의 도시(City as an Infrastructure Provider): 끊임 없이 변하는 시민의 기대치를 충족하는 인프라를 설계, 제공 및 유지하는 도시의 능력.
전 세계 도시의 고위 임원들이 공동체의 혁신에 관한 새로운 아이디어와 과제를 논의하고 있는 시티 이노베이터(City Innovators)라는 포럼은 도시의 고객들에게 제공 할 수 있는 가능한 해결책과 그 도전을 둘러싼 가정을 고려하여 도시에서의 책임을 주제로 진행한 토론에서 다음과 같은 과제를 도출했다.
과제 1: 시의 아젠다를 내부적으로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첫째, 도시는 올바른 의제를 만드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것은 시의 의제에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올바른 자료를 찾는 문제이다. 의제가 설정되면 커뮤니케이션 및 실행이 필요하다. 소통은 중요한 단계이기 때문에 정부 내 사람들은 공통된 목표를 가지고 함께 모일 수 있다. 물론 보다 나은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고객과 외부 기관을 포함한 다른 이해 관계자들을 참여시킬 필요가 있다. 지역사회 참여와 수용은 성공의 열쇠이다.
과제 2: 대내외적으로 어떻게 쌍방향 소통을 교육하고 관여할 것인가?
이 과제에는 많은 가정들이 수반된다. ‘대중은 관심을 가지고 있고 참여하고 싶어하며, 정부는 경청하고 행동할 의지가 있고, 정부는 교육하고 참여하려는 공통의 목표를 가지고 있다. 정부는 시민들의 피드백에 응답할 것이다’라는 가정이 그것이다. 만약 이러한 가정들 중 하나라도 적합하지 않다면, 진행하기 전에 계획이나 행동을 통해 처리하거나 완화해야 한다.
일단 가정이 충족되면, 이 도전에 성공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내외부적으로 교육이 서면, 구두, 비디오, 또는 다른 수단을 통해서든 투명하게 추진해야 한다. 자문 위원회, 신흥 기술 위원회, 민간 산업, 대학 포럼 등에서 함께 모여 논의할 필요가 있다.
과제 3: 시민들과 어떻게 파트너십을 맺고 신뢰를 쌓을 것인가?
이러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시는 올바른 데이터 개인 정보 보호 정책과 거버넌스를 적절히 갖추어야 한다. 시민과의 소통은 투명하고 명확해야 한다. 많은 시민들은 ‘실험용 쥐’로 이용될 수도 있다고 느끼기 때문에 '실험용' 또는 '시범용'이라는 단어를 싫어한다. 신뢰를 쌓는 동시에 사업을 추진하려면 그 가치를 설명하고 시민들도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도록 그 과정에 참여시켜야 한다. 시민을 중심에 두고, 제약조건을 솔직하고 명확하게 밝히고, 성공을 촉진하고, 실패로부터 배우는 것은 모두 도시가 신뢰를 쌓을 수 있는 길이다.
과제 4: 도시 내에서 부서 간 협업을 어떻게 할 것인가?
이 문제를 가볍게 다루려면, 정부의 위계질서를 이해하고 그것이 최선의 방법으로 구조화 되었는지에 대해 이해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어떤 종류의 위계질서가 협업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 시는 부서간 관계 구축, 부서간 예산으로 포상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협업을 육성해 함께 일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도시 목표를 분명하게 말하는 것 또한 필수적이다. 왜냐하면 부서들은 모두 같은 공통의 목표를 위해 함께 일하고 있다고 느껴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들은 도시 리더들이 논의한 도전의 예에 불과하다. 도시가 서비스·인프라 제공자로서의 역할을 고민하기 시작할 때, 도시민들을 행복하게 하고, 일하고, 방문하게 하는 최상의 고객 경험을 전달할 수 있다. 새로 추진되고 있는 스마트시티의 경우는 특히 그렇다.
스마트시티 건설이라는 도적적인 과제에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에 대한 ‘시각’을 바꿔야 할 것이다. 특히 ‘민원인’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 것부터 해야 할지도 모른다. 발상을 전환하고, 개선의 기회에 초점을 맞추어야 하며, 고객 경험에 대한 혁신적 접근방식이 필요하다.

이러한 과제들은 특히 향후 스마트시티의 시민들이 될 밀레니얼 세대의 특성을 고려할 때 잘 해결되어야 할 것이다. 밀레니얼 세대는 모든 것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에 이전 세대보다 더 높은 수준의 기대치를 가지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그들은 그들에게 이용 가능한 과다한 선택권을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이유로 그들의 스마트시티에 대한 ‘고객 경험’이 만족스럽지 않을 경우 외면을 당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한 도시에서의 삶은 ‘행살편세’이 될 수 없다고 느끼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밀레니얼 세대의 관심을 끌고 참여를 끌어내려면 전통적인 사고 방식과 형식은 탈피해야 한다. 새로운 세대에는 혁신이 필요하다. 안타까운 것은 그 혁신이 이루어지게 하는 역할을 ‘민원인’이라는 라떼 시절의 ‘사고방식’을 버리지 않고 있는 사람들이 하고 있다는 현실이다. 그런 ‘사고방식’을 ‘스마트’하게 바꾸는 것이 ‘행살편세’를 위한 스마트시티의 성공적인 실현의 첫 걸음일 것이다.
* 행살편세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편한 세상
이연하. CEOCLUB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퍼실리테이터. MSC 국제공인 명상지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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