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박재형 기자| 지난해 12월 해양수산부를 부산으로 이전하며 '해양 수도 부산’을 천명한 이재명 정부가 후속 클러스터 구축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 기관 이전은 이렇게 속전속결로 이뤄졌으나 이후 추진 중인 해운사를 중심으로 한 민간 기업 이전 과정에서 인력 이탈 및 업무 효율성 저하와 관련한 지적이 나오며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SK해운과 에이치라인해운은 부산으로…인력 이탈 리스크 적어
11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서울에서 부산으로 이전한 해운사는 SK해운과 에이치라인해운 두 곳이다. 두 회사는 올해 상반기 내 이전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두 회사가 부산으로 본사 이전을 비교적 쉽게 할 수 있던 요인으로는 인력 구조가 꼽힌다. 두 회사는 서울 본사 근무 인원이 상대적으로 적어 이전 비용과 인력 이탈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실제 SK해운과 에이치라인해운은 각각 1398명, 1150명의 직원 중 육상 직원은 200~300명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두 회사는 장기운송계약 중심의 사업 구조를 갖고 있어 화주와의 접촉이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화주 접점이 잦은 다른 해운사들에 비해 서울에 영업 기반을 둘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라는 것이다.
국내 1위 선사 HMM 부산 이전은 ‘안갯속’
하지만 국내 1위 선사인 HMM의 상황은 다르다. HMM에는 약 1900명의 직원이 근무하며 육상 직원은 1057명으로 해상 직원 893명보다 더 많다.
이는 HMM 노동조합이 본사의 부산 이전에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다.
정성철 HMM 육상노조위원장은 기자와 통화에서 “(HMM 본사) 부산 이전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직원들 삶의 균형이 무너질 수 있고, 현재 맞벌이하는 부부도 많아 가족 해체가 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회사가 외부자문기관에 의뢰해 작성한 이전 검토에서도 효율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또 한국해운협회가 150개 이상의 선사에 본사 이전 의향을 물어본 것으로 안다. 이 설문조사에서 대부분의 해운사는 답을 하지 않았고, 응답한 2~3개 업체도 (본사 이전에) 부정적인 답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HMM 노조는 서울 여의도 파크원 타워2 인근에서 부산 이전 계획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11일 열 예정이다. 노조는 매주 수요일 점심 시간 대를 골라 여의도에서 최대 500명이 모이는 이전 반대 집회를 개최하는 것을 계획 중이다.
반면 정부는 HMM 본사 부산 이전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월 소셜미디어서비스 엑스에 HMM의 부산 이전 문제를 언급한 바 있다.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HMM이 이전해야 한다는 취지의 글이었다.

이에 따라 이달 말 개최 예정인 HMM 정기 주주총회에서 부산 이전과 관련한 정관 변경 안건이 채택될지에 국민 관심이 쏠리고 있다.
HMM의 정관 제3조(소재지)는 ‘회사는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본사 부산 이전을 추진하려면 정관을 변경해야 한다.
상법상 정관 변경은 출석한 주주 의결권 3분의 2 이상과 발행주식 총수 3분의 1 이상 찬성이 있어야 가능한 특별 결의 사항이다.
해운사 이전에 해운업계는 우려의 시선…서울에 남는 게 낫다는 주장도 제기돼
이처럼 유독 현 정부가 지역균형발전을 강조하고 있고, 그 필요성에 대한 국민 공감 역시 크지만 기업 입장에서의 본사 이전이 불러올 부작용 등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운사는 당장 본사를 옮기면 인력 이탈과 더불어 업무 효율성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해운사에 화물 운송을 의뢰하는 화주가 주로 수도권에 있어 해운사 본사도 같은 지역에 있는 게 효율적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또한 고부가가치 화물 유치와 해상운송 네트워크를 확보하려면 금융·인적 인프라가 좋은 서울에 남는 게 낫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된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학과 교수는 “(정부에서) 지방 발전의 일환으로 해양수산부를 이전하고, 해운사도 이전하려고 한다. 하지만 요즘은 해운사를 비롯한 모든 기업체가 인공지능(AI), 빅데이터와 밀접하게 관련돼 운영된다. 이에 (부산에) 있을 필요성이 부족하다”고 분석했다.
강 교수는 “또 해운사가 금융 허브와 연결되는 게 더 효율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그래서 해수부 같은 관공서의 경우 부산으로 옮길 수 있겠지만 해운사들은 옮길 필요성도 없을 뿐만 아니라 그런 추세도 아니다. (본사 이전을) 하면 부작용은 틀림없이 나타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해수부 관계자는 “해운 기업을 강제로 이전하는 것은 아니며, 해양수도에서 발생한 시너지라는 비전과 이전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를 바탕으로 선사의 이전을 지원할 것”이라며 “재정, 세제 지원 등 지원책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며, 관계 부처 기관과 협의 중”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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