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영원무역 성기학 회장 검찰 고발…“계열사 82곳 누락, 역대 최대 규모”

사회 | 이재수  기자 |입력

|스마트투데이=이재수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성기학 영원무역그룹 회장을 공시대상기업집단 등 지정을 위한 자료(이하 ‘지정자료’) 허위 제출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23일, 성 회장이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지정자료를 제출하면서 소속 회사 현황을 대거 누락했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영원'은 2009년 영원무역홀딩스를 주축으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돼, 2021년부터는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지정돼야 했지만 소속회사를 기업집단 현황에서 제외해 2023년까지 지정에서 제외됐다. 이후 2024년에서야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최초 지정됐다.

성 회장은 본인이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를 비롯해 딸들이 소유한 회사, 남동생이 소유한 회사, 조카가 소유한 회사 등 △2021년 69개사 △2022년 74개사 △2023년 60개사 등 총 82개 소속회사를 현황에서 제외했다.

누락된 회사들의 자산 합계는 3조2400억 원에 달한다. 공정위는 이를 동일인의 지정자료 허위 제출 행위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이자, 최장 기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을 회피한 사례로 판단했다.

◇ 간소화 제출은 면죄부 아냐!

영원그룹 측은 2022년까지 지주회사 체제 중심의 5개 주력 계열회사만을 소속회사 현황에 포함시켰다. 영원 측은 2022년까지는 자산총액이 5조 원에 미치지 않아 공정위가 계열회사 현황 등 핵심 자료만 제출하도록 요청했고, 이에 따라 지주회사 체제 중심의 5개 주력 계열회사만 포함해 제출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공정위는 “핵심 자료만 제출하도록 한 것은 기업집단의 업무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일부 항목을 간소화한 것에 불과하다”며 “제출 의무의 법적 근거와 허위 제출에 대한 책임은 일반 지정자료와 동일하다”고 선을 그었다. 형식이 간소화됐을 뿐, 내용까지 간소화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특히 성 회장은 1974년 창업 이래 기업집단 ‘영원’의 동일인이자 지주회사인 영원무역홀딩스 대표이사로 장기간 재직해 왔다. 공정위는 “계열회사 범위를 충분히 인지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음에도 간소화된 지정자료 형식을 악용해 누락했다면 책임이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출처 =공정거래위원회
출처 =공정거래위원회

◇ 친족 소유 회사도 대거 빠져

이번 누락에는 성기학 회장 본인이 본인이 지분을 보유한 회사(㈜솜톰(지분 100%), ㈜푸드웰(지분 6.67%))를 비롯해 둘째 딸(성래은, 래이앤코(유)), 셋째 딸(성가은, 이케이텍㈜·㈜피오컨텐츠·㈜티오엠), 남동생(성기인, ㈜트레이드하우스보고), 조카(성민겸, ㈜푸드웰·㈜푸르온·㈜후드원)가 소유하는 회사 등 계열회사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모를 수가 없었던 회사들조차 누락했다. 공정위는 성 회장이 이들 회사가 계열사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자료에서 제외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두 딸이 소유한 래이앤코(유), ㈜이케이텍, ㈜피오컨텐츠 등은 영원무역홀딩스 및 ㈜와이엠에스에이 등 주력 계열사와 거래 관계도 존재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는 “친족 계열회사 여부를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음에도 계열회사 범위를 정확히 파악하려는 노력이 현저히 부족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영원이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을 회피함에 따라, 누락 회사들을 포함한 모든 소속회사가 2021~2023년 동안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 제공 금지, 각종 공시 의무 등 대기업집단 규제 적용을 받지 않으면서 이익을 봤다고 판단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자산총액 5조 원 미만 기업집단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간소화된 지정자료 제출 방식을 운영해 왔는데, 이 과정에서 계열회사를 누락한 행위에 대해 동일인을 고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유사 위법행위에 경종을 울리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어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제도는 경제력 집중 억제 정책의 근간이자, 다른 법령에서도 대기업 판단 기준으로 폭넓게 활용된다”며 “앞으로도 정확한 지정자료 제출이 이뤄지도록 감시를 강화하고 위법행위가 적발될 경우 엄중히 제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성기학 회장은 누구

성기학 영원무역그룹 회장
성기학 영원무역그룹 회장

성기학 회장은 1947년생으로 서울대학교 무역학과를 졸업한 뒤 1974년 영원무역을 창업했다. 이후 ‘노스페이스’ 등 유명 스포츠, 아웃도어 브랜드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생산하는 영원무역과 노스페이스를 국내 라이선스 판매하는 영원아웃도어, 두 축으로 성장한 회사로 2024년 대기업 집단으로 지정됐다.

그는 오랜 기간 영원무역홀딩스 대표이사로 재직하며 그룹 전반의 의사결정을 이끌어온 인물로 평가된다. 한때 ‘보수적이지만 안정적인 경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던 만큼, 이번 고발 조치는 패션의류 업계에 적지 않은 파장을 낳고 있다.

성기학 회장의 책임 여부는 향후 진행될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가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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