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살편세’를 위한 스마트시티] 빌 게이츠의 ‘예측’과 스마트시티

산업 | 입력:
공유 사무실 (사진=셔터스톡)
공유 사무실 (사진=셔터스톡)

빌 게이츠.

‘두말이 필요 없는’ 인물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에서 자선가로 변신한 그가 최근 팟캐스트를 새로 개설하고 첫 방송을 했다. 쥐나 개나 다하는 유투브와는 달리 팟캐스트는 그리 인기가 없는 채널이다. 허지만 ‘하고 싶은 자기만의 이야기’를 하기에는 여러모로 편리한 도구가 팟캐스트이다. 빌 게이츠가 이 채널을 택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일거수 일투족이 주목을 받는 빌 게이츠이므로 당연히 팟캐스트 개설과 첫 방송 역시 미국언론의 주목을 끌었다. 첫 방송의 주제는 코로나 바이러스 팬데믹이었다. 배우 라시다 존스(Rashida Jones)와 함께 빌 게이츠는 미국 국립 알레르기 및 전염병 연구 소장을 역임한 미국의 저명한 의사이자 면역 학자인 앤서니 파우치(Anthony Fauci)를 게스트로 초청해 백신 개발의 진전 상황, 우리 모두가 지금 취해야 할 조치, 그리고 코비드 이후의 삶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빌 게이츠가 당연히 선택할 만한 주제였을 것이다. 또 할 말도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필자의 주목을 끈 것의 그 주제와 관련된 빌 게이츠의 예측이었다. 특히 스마트시티와 관련된 빌 게이츠의 ‘예측’은 필자의 스마트시티와 관련된 ‘황당무계’한 상상과 닿아 있어 눈길을 사로 잡았다. 어떤 예측이었길래 그랬을까? 우선 빌 게이츠가 팟캐스트에서 한 주요 예측을 살펴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게이츠의 주요 예측은 다음과 같다.

원격미팅의 일상화 (Remote meetings will be normalized.)

게이츠에 따르면, 팬데믹 이전에는, 직접 만나는 것보다 버추얼로 만나자고 한다면, 고객들을 경시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걱정했을지 모르지만, 코로나 이후에는 고객을 직접 만날 것인지, Zoom으로 만날 것인지를 결정하는 일은 일상화될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여성들을 노동력으로 끌어들였고, 참여하지 않은 많은 여성들이 '내가 직접 생산현장에 참여해야 하나?'라는 생각했던 것과 비슷하다. 빌 게이츠는 "이제 (화상회의를 통해 업무를 해도 될까?) 그런 질문을 해도 된다"고 말했다. 그것은 업무 회의뿐만 아니라 개인간에 이루어졌던 다른 대면접촉활동에 대해서 모두 해당된다.

빌 게이츠는 "Zoom이나 마이크로소프트 팀즈와 같은 화면을 통한 진료, 비즈니스 상담, 학습이라는 아이디어는 더 이상 변방의 현상이 아니라 대중적인 현상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소프트웨어의 극적인 개선 (Software will have improved dramatically.)

빌 게이츠는 원격 미팅이라는 아이디어가 더 자연스러워 보일 뿐만 아니라, 이를 지원하는 소프트웨어가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더 이상 소프트웨어와 씨름하면서 어렵게 화상회의를 진행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기술혁신이 이루어 질 것이라는 말이다.

"팬데믹 이후 급증한 화상회의 수요에 비해 이를 지원하는 소프트웨어는 다소 엉성했지만, 이제는 더 많은 사람들이 이를 이용하고 있고 이에 따라 소프트웨어의 혁신도 가속화돼 그 발전속도에 사람들이 놀라는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그는 예측한다.

기업들의 사무실 순차 공유 (Companies may share an office on rotation.)

만약 우리가 원격으로 더 많은 일을 한다면, 그것은 우리가 사무실에 가는 일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는 상당한 연쇄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그 중 첫 번째는 기업들이 부동산에 관한 결정을 내리는 방식에서 감지질 것이다.

"사람들의 사무실 출근이 줄어들 것이다. 따라서 당신은 직원이 사무실로 출근하는 날이 서로 다른 제3의 기업과 오피스를 공유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게이츠는 제안한다.

주거지의 선택이 확 바뀐다 (We'll choose to live in different places.)

더 많은 원격 근무로 인한 연쇄적인 효과는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우리가 사는 공동체도 재편성시킬 것이라고 빌 게이츠는 믿고 있다. 도심(Downtown)은 덜 중요해지고, 오히려 우리가 퇴근 후 잠을 청하고 일상생활을 했던 지역공동체가 더 중요해진다. (그리고 우리는 심지어 우리가 사는 주거지의 디자인도 바꾸어야 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살고 싶어했던 시애틀과 샌프란시스코와 같은 도시는 보수가 좋은 사람들조차도 허덕일 정도로 임대료가 터무니없이 비싸다.”고 빌 게이츠는 지적한다. 당신이 매일 방문해야 하는 거점 사무실이 없으면, 그렇게 비싼 곳에 살아야 할 이유가 없어진다. 교통이 훨씬 복잡하지 않은 소규모 도시에서 더 큰 집을 짓고 사는 게(a bigger house in a smaller community) 훨씬 더 매력적이다.

직장보다 ‘사는 곳’에서 더 많은 친구를 사귄다 (You'll socialize less at work, and more in your community.)

빌 게이츠는 이러한 변화의 최종적인 연쇄적 효과로 우리가 사람들과 교류하는 방식도 바뀔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당신이 직장에서 사람들과의 교류에는 에너지를 덜 소비하고, 자신이 사는 곳을 중심으로 사귄 지인들과 교류하는데 더 많은 에너지를 쏟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내 생각엔... 일을 하면서 얻는 사회적 접촉의 양이 줄어든다면 아마도 저녁에 동네 친구들과 만나고 싶은 욕구가 더 커질 수 있다.  원격으로 많은 일을 하게 되면 사회적 교류가 결핍되며 이를 일과 종료 후 보충하고자 하는 욕구는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게이츠는 말했다.

빌 게이츠가 팟캐스트에서 예측한 7대 변화 중에서 다섯 가지를 요약한 것이다. 스마트시티 건설, ‘지역 뉴딜’과 관련 지어 생각을 하게 하는 예측이라는 필자의 생각때문이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빌 게이츠는 세계적으로 영향력이 어마어마한 인물이다. 과거의 명성 때문만이 아니다. 세계최고의 갑부이기 때문만도 아니다. 세계최고의 투자자이기 때문이다. 투자는 세상을 바꾸는 가장 중요한 동력 중의 하나이다. 빌 게이츠의 이러한 예측, 도시와 삶의 양태의 변화, 더 나아가 스마트시티 건설과 관련된 예측을 바탕으로 ‘투자’에 나선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놀랍게도 그가 창업한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거쳐 스마트 비즈니스는 물론 스마트 농업, 스마트시티에도 활용할 수 있는 스마트 테크놀로지 분아에서 다른 기업들보다 월등하게 앞서 있다.

빌 게이츠의 예측 중에 필자의 눈길을 끌어 당긴 것은 “주거지의 선택이 확 바뀐다 We'll choose to live in different places.”라는 네 번째 예측이었다.


[사진=빌 게이츠 팟캐스트 공식 웹페이지 영상 캡쳐]

다시 한번 살펴보자,

“도심(Downtown)은 덜 중요해지고, 오히려 우리가 퇴근 후 잠을 청하고 일상생활을 했던 지역공동체가 더 중요해진다. (그리고 우리는 심지어 우리가 사는 주거지의 디자인도 바꾸어야 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살고 싶어했던 시애틀과 샌프란시스코와 같은 도시는 보수가 좋은 사람들조차도 허덕일 정도로 임대료가 터무니없이 비싸다.”고 빌 게이츠는 지적한다. 당신이 매일 방문해야 하는 거점 사무실이 없으면(원격 근무를 하면), 그렇게 비싼 곳에 살아야 할 이유가 없어진다. 교통이 훨씬 복잡하지 않은 소규모 도시에서 더 큰 집을 짓고 사는 게(a bigger house in a smaller community) 훨씬 더 매력적이다.”

빌 게이츠의 예측은 추가적인 설명을 덧붙일 필요가 없을 정도로 명확하다. 굳이 필자의 생각을 덧붙여 보자면, 이 예측은 스마트시티, 특히 ‘지역 뉴딜’을 통해 스마트시티를 추진하고 있는 우리 정부와 지자체들에게 나가야 할 방향을 명확하게 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빌 게이츠는 “오랫동안 과거의 일상으로 완전히 되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Things won't go totally back to normal for a long time.)”라는 예측을 덧붙이고 있다. ‘뉴 노멀’이 ‘노멀’, 일상, 대세가 될 것이라는 말이다.

빌 게이츠의 ‘예측’을 어떻게 해석하고 그가 예측한 ‘뉴 노멀’을 ‘노멀’로 만들어 갈 것인가는 ‘행살편세’를 위한 스마트시티 건설을 위한 우리의 몫이다. 특히 정부와 지자체들의 몫은 더 크다.

이를 위해 정부와 지자체들이 참고로 할 만한 사례는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 도심에서 북동쪽으로 2km 남짓 올라가면 바다로 둘러싸인 옛 항구 터, 칼라사타마의 스마트시티 추진 방식이다. 특히 리빙랩(생활 실험실, Living Lab)을 통해 스마트시티로 탈바꿈해가고 있는 모습이 그렇다.

‘기획 단계부터 정부·자치단체·주민·시민단체·대학·기업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모습은 이곳 칼라사타마에선 자연스러운 풍경’이라고 한 미디어는 전하고 있다. 모든 실험이 철저히 시민의 참여와 통제 아래 진행되도록 함으로써 기업이 멋대로 기술을 앞세워 사회적 갈등을 일으키지 않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조금 더디게 가더라도 시민과 함께 가야 한다는 점을 놓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방식은 우리나라에서도 도입되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주민 의견 수렴’이라는 그동안 행정에서 해왔던 형식적인 방법을 칼라사타마 식으로 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빌 게이츠의 예측과 관련, 스마트시티 추진, 특히 지역 스마트시티 추진과 관련해서 추진해야 할 것은 기업들과의 소통과 참여일 것이다. 스마트 테크놀로지와 관련된 이야기 아니다. 기업들의 비즈니스 방식, 운영 방식, 근무 방식의 변화에 대한 논의를 말하는 것이다. 전세계 주요 비즈니스 파트너 기업들이 빌 게이츠가 예측한 것과 같은 방식(원격 근무, 하이브리드 근무 그리고 대도시 오피스 순차 사용 등)으로 바뀐다면 우리나라 기업들과 그렇게 갈 수 밖에 없겠지만, 문제는 얼마나 능동적으로 선제적으로 바꾸어 가느냐 일 것이기 때문이다.

빌 게이츠의 이러한 ‘예측’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사례도 최근 나타났다. 특히 직장인들이 대도시가 아니라 소규모 도시, 우리 식으로 말하자면, 농촌, 어촌, 산촌의 소규모 도시로 이주해서 사는 데 큰 걸림돌인 ‘아이들 교육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여서 그렇다.

KT는 22일 경상북도, 의성군과 손잡고 의성군 안계면 '이웃사촌 시범마을' 청년들의 농촌 정착을 돕기 위한 ICT(정보통신기술) 인프라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특히 KT는 농촌 정착을 준비하는 청년들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인 자녀 교육 걱정을 우선적으로 덜어주기 위해 안계초등학교를 ‘10기가 AI스쿨’로 변모시켰다. 안계초등학교 학생들은 AI(인공지능)·VR(가상현실)·10기가 네트워크 기술로 학교에서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게 됐다. 학생들에게는 소프트웨어 코딩 수업이 가능한 AI 학습교구, 천재교육의 교과 학습 콘텐츠가 탑재된 KT 슈퍼 VR, 교육형 스크린 스포츠 KT 리얼큐브가 지원됐다. 또 선생님들은 학교 전체에 구축된 10기가 인터넷 환경과 AR(증강현실) 스마트보드를 활용해 실감형 원격 화상 교육을 진행할 수 있다.

이선주 KT 지속가능경영단장(상무) "KT의 기술이 청년들의 농촌 정착에 보탬이 돼 우리나라의 지방소멸 위기 극복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 사례는 빌 게이츠의 ‘예측’이 우리나라에서 아주 구체적이고 당장 실현 가능이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청년들의 농촌 정착’이라는 코로나 바이러스 팬데믹 이전의 발상을 뛰어넘어 ‘도시 직장인들의 농촌 이주’의 유도로 전환할 경우 지역 소도시의 스마트시티로의 재생, 혁신은 가능할 것이다. 특히 대도시와의 지리적, 물리적 거리 문제는 앞으로 큰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것이다. 이미 드론 택시의 시험 비행도 성공했지 않는가?

빌 게이츠의 ‘예측’은 그저 예측이 아니다. ‘행살편세’를 위한 스마트시티 건설을 위한 발상의 전환을 요구하는, 실행 가이드 라인일 수 있다. 지금 시끄러운 ‘전세’ 문제를 포함한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를 완전히 다른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길을 찾으라는 ‘예언’이다.

20년 전 서울의 한 호텔 컨퍼런스 무대 뒤에서 강연을 위해 들어서는 빌 게이츠와 마주쳤을 때 보았던 그의 눈 빛에서 느꼈던 느낌과 팟캐스트에서 한 그의 예측을 마주하면서 느껴진 느낌이 달라진 것이 없다는 점은 필자가 느끼는 ‘작은 행복’이다.

* 행살편세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편한 세상

이연하. CEOCLUB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퍼실리테이터. MSC 국제공인 명상지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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