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황태규 기자| 프리랜서, 배달 라이더 포함 약 870만명에 달하는 이른바 '권리 밖 노동자' 보호를 위한 법안 패키지가 국회에서 발의되면서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재계와 소상공인 업계에서는 과도한 사업주 부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특히 상대적으로 열악한 조건에서 영업하는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이제 아르바이트 고용은 포기하고 혼자 일하는 게 낫겠다"는 절망적 목소리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28일 고용노동부와 국회 등에 따르면 지난 2025년 12월 24일 더불어민주당 김태선·김주영 의원이 발의한 이 패키지는 ‘일하는사람기본법’ 제정안과 근로기준법 등 5개 개별법 개정안으로 구성됐다.
핵심은 ‘근로자 추정제’다. 근로자 추정제는 특수고용직·프리랜서 등과 관련한 민사상 분쟁이 발생했을 때 '타인을 위해 직접 노무를 제공했다'는 전제 사실이 확인되면 우선 근로자로 추정하는 것이다. 근로자가 아니라는 사실은 사업주가 입증해야 한다.
이 제도는 근로기준법상 분쟁뿐 아니라 퇴직급여 체불, 최저임금 위반 등 근로자 개념을 전제로 한 여타 제도에도 적용된다.
법안은 현재 소관 상임위원회인 환경노동위원회에 회부돼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5월 1일 ‘노동절’(근로자의 날) 통과를 목표로 입법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재계, 특히 소상공인·프랜차이즈 업계의 반발을 어떻게 누그러뜨리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한국경영자총협회는 해당 법안에 대해 "근로자 추정제가 자유계약 원칙을 훼손하고, 영세 가맹점 인건비 부담을 폭증시킨다"며 자영업자 보호를 위한 대안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이번 개정안이 통과될 시 재계와 소상공인 업계에서 다수의 법적 다툼 발생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근로자 추정제는 근로자성 인정 여부에 있어 노무 제공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기 때문에 빈번하게 근로자성 여부에 대한 다툼이 발생하고 있는 사업 분야에서는 그러한 다툼이 더욱 빈번해질 수 있다. 나아가 그러한 다툼이 집단화 양상을 띠게 되는 경우도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고금리·고물가 상황에서, 득달같이 오른 인건비 부담까지 견디며 점점 더 열악한 처지로 내몰리고 있는 소상공인의 걱정은 더 크다. 늘어난 부담을 가격 인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고, 이게 또 소비자 외면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서울의 한 요식업주는 "이미 인건비의 절반이 아르바이트 비용인데, 소송이 발생한다면 내야 할 변호사비와 패소 리스크로 추가적인 부담이 예상된다. 차라리 직원 안 쓰고 혼자 일하는 게 낫겠다"고 호소했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가맹점 70%가 연 매출 1억원 미만인데, 이 법 통과되면 가격을 올리지 않고는 버틸 수 없다"라고 말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입장문을 통해 “정부와 정치권에서 논의 중인 ‘일하는 사람들의 기본법’은 그 취지에도 불구하고, ‘노동자성 추정’이라는 독소조항을 통해 대한민국 경제의 실핏줄인 소상공인들을 범법자로 몰아넣고 경영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우려가 크다”라며 “‘노동자성 추정 원칙’은 소상공인에게 입증 책임을 전가하는 독소조항이다. 고용 부담을 가중시키고, 소상공인들을 사지로 내모는 ‘노동자성 추정’ 도입을 강행하는 것은 소상공인의 생존권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노동계 역시 해당 법안의 취지에 대해 공감하지만 실효성에 대해선 신뢰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정부의 ‘권리 밖 노동 보호를 위한 패키지 입법’이 문제 개선 방향 자체로는 의미가 있다”면서도 “패키지 입법이 제시한 근로자 추정 조항은 근로기준법 제2조 ‘근로자의 정의’가 아닌, 제104조의2 신고·분쟁 신설 조항이다. 이는 근로자 개념을 법의 총칙에서 명확히 재정의하기보다, 분쟁 해결 과정에서만 한시적으로 적용하는 예외 규정으로 한정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해당 규정은 해석 논란을 불러올 것이며, 사용자에게 노동자성을 부인할 명분을 쥐여주게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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