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 대신 0.3% 상품으로… 한투운용의 수상한 '포트폴리오 갈아타기'

증권 | 이태윤  기자 |입력

보름 만에 ETF 순자산 1.5조 급증... 신규 ‘ACE 미국 액티브’ 2종이 견인 자사 TDF·공모펀드서 저비용 해외상품 빼고 고보수 'ACE'로 교체 한국투자신탁운용 “운용비용 증가 대비 기대수익률 제고효과가 더 컸다는 판단”

|스마트투데이=이태윤 기자| 한국투자신탁운용의 ETF 순자산이 최근 빠르게 증가한 가운데 ‘ACE 미국대형성장주액티브’와 ‘ACE 미국대형가치주액티브’ ETF가 주목받고 있다. 11월 11일 론칭된 이 두 ETF의 순자산이 빠르게 증가한 것이다. 그리고 이들 순자산 급증 뒤에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자신들이 운용하는 ETF와 공모펀드에 이 두 신규 ETF를 담는 전략이 자리잡고 있다.

이러한 자산운용사의 움직임에 대해 업계 일각에서는 “고객들에게 높아진 비용을 전가하는 게 아니냐”, “ETF 순자산을 부풀리기 위한 행위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1월 10일~27일 사이, ACE 순자산 6.92% 급증

11월 10일 22조 6586억 원이던 ETF 순자산 규모는 11월 27일 24조 2265억 원으로 6.92% 급증했다. 단 14영업일만에 일어난 일이다. 같은 기간 국내 전체 ETF의 순자산은 2.73% 증가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ETF 순자산이 평균을 한참 상회하는 수준으로 커진 것이다.

이 기간 늘어난 한국투자신탁운용의 ETF 순자산은 1조 5679억 원이다. 이 중 11월 11일 상장된 ACE 미국대형성장주액티브와 ACE 미국대형가치주액티브가 차비하는 비중은 43.88%(6879억 원)에 달한다. 11월 27일 기준 이 두 ETF의 순자산은 각각 5077억 원과 1802억 원이다.

ACE 미국대형성장주액티브와 ACE 미국대형가치주액티브의 신탁원본액은 각각 2790억 원과 1425억 원이었다.

11월 27일 기준, 개인 투자자들은 ACE 미국대형성장주액티브를 2256억 원어치, ACE 미국대형가치주액티브를 960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이 둘을 합산하면 2256억 원이 된다. 그리고 나머지 자금 중 일부분은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운용하는 펀드에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ACE TDF ETF로 ACE 성장·가치주 ETF 매입

한국투자신탁운용은 2개의 TDF ETF ‘ACE TDF2050액티브’와 ‘ACE TDF2030액티브’를 운용하고 있다. 27일 기준, 이 두 ETF의 순자산은 각각 289억 원과 126억 원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11월 14일 이들 두 TDF ETF에 담겨 있던 해외 자산운용사의 미국 대형 성장주 ETF와 가치주 ETF를 자신들의 ETF인 ACE 미국대형성장주액티브와 ACE 미국대형가치주액티브로 갈아 끼웠다. TDF ETF에서 이들 두 ETF가 차지하는 비중은 30%가 훌쩍 넘는다.

이 같은 현상은 한국투자신탁운용의 공모 펀드에서도 발견됐다. 순자산 201억 원의 한국투자신종개인연금TDF알아서2020증권전환형자투자신탁의 경우, ACE 미국대형성장주액티브의 비중이 9.33%(11월 19일 기준)로 나타났다. 한국투자신종개인연금TDF알아서2050증권전환형자투자신탁H와 한국투자TDF알아서2055증권자투자신탁UH, 한국투자TDF알아서2055증권자투자신탁H, 한국투자TDF알아서ETF포커스2050증권투자신탁 등의 경우 ACE 미국대형성장주액티브의 비중이 10% 후반대로 확인됐다.

포트폴리오를 미국 ETF에서 ACE ETF로 교체하는 작업은 주로 11월 14일 진행됐다. 14일 전후로 한국투자신탁운용 ETF의 순자산은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14일 2947억 원이던 ACE 미국대형성장주액티브의 순자산은 17일 3278억 원으로, 11.95% 증가했다. ACE 미국대형가치주액티브의 순자산도 1514억 원(14일)에서 1568억 원(17일)으로 늘었다. ACE 미국대형가치주액티브의 비교지수인 CRSP US Large Cap Value Price Return Index는 11월 13일부터 18일까지 쭉 하락했다. ACE 미국대형가치주액티브의 순자산 증가가 주가 상승이 아닌 외부 자금 유입으로 인한 것이란 의미다.

한국신탁자산운용 측은 “모든 펀드에서 수익률을 제고하기 위한 포트폴리오 조정은 언제나 있을 수 있는 일이고, 이번 조정 또한 그 일환이다”며 “이번 조정은 해외 ETF 대비 수수료가 저렴한 ETF(=ACE 미국나스닥100 ETF)와 기대수익률이 높은 ETF(=ACE 미국대형성장주액티브 & 미국대형가치주액티브)를 같이 편입하여 전체적으로 운용비용 증가 대비 기대수익률의 제고효과가 더 컸다는 판단에 근거했다”고 답했다.

‘비용 상승·AUM 키우기’ 문제서 자유로울 수 없어

ACE 미국대형성장주액티브와 ACE 미국대형가치주액티브는 기존 펀드 내 미국 자산운용사의 대형 성장·가치주 ETF 자리를 대체했다. 대체된 미국 ETF에는 Vanguard Growth ETF(VUG), Vanguard Value ETF(VTV), SPDR Portfolio S&P 500 Growth ETF(SPYG) 등이 포함돼 있다.

문제는 이들 ETF의 전체비용(Total Expense)은 0.04%로 매우 저렴한 반면, ACE 미국대형성장주액티브와 ACE 미국대형가치주액티브의 경우 총보수가 0.3%로 상대적으로 훨씬 비싸다. 특히 국내 ETF의 경우 투자자들이 총보수 0.3%에 더해 추가적인 비용(증권매매수수료, 기타비용)까지 부담하게 된다. 즉, 미국의 ETF와 한국투자신탁운용의 ETF의 비용이 10배 이상 차이가 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한국투자신탁운용은 기존 포트폴리오 대비 편입 자산의 총 비용이 소폭 상승했다고 인정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이번 교체로 기존 포트폴리오 대비 편입 자산의 총 비용은 소폭 상승했지만, 운용 전략의 핵심은 기대수익률을 제고한다는 것”이라며 “상승한 운용 비용보다 더 큰 기대수익률 개선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ACE 미국대형성장주액티브와 ACE 미국대형가치주액티브가 ‘액티브 ETF’라는 점에서 더 높은 비용이 ‘정당화’될 수 있다는 점도 있다. 다만, 미국에서는 오랜 기간 가치 및 성장주 투자 용도로 검증된 패시브 ETF를 액티브로 운용할 필요가 있냐는 의문이 나온다. 이에 더해 TDF ETF 및 공모펀드가 장기투자용이란 점을 고려한다면, 추가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전략보다는 비용을 최소화하는 전략이 더 적절한 게 아니냐는 주장이 힘을 받는다.

이 지점에서 한국투자신탁운용이 ETF에서 발생하는 운용보수를 안정적으로 수취하기 위한 수단으로 성장·가치주 ETF를 활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한국투자신탁운용은 기존 타사 ETF를 자신들의 ETF로 대체하면서 ETF 전체 순자산을 늘리는 효과도 획득했다.

국내 자산운용사의 한 고위 관계자는 “높은 보수를 보면, 이는 개인 투자자들을 위해 설계된 ETF가 아니지 않을까 생각된다”며 “내부 일임 자금을 활용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는 이 같은 전략적 행위에 대해 일종의 ‘내부 자금 밀어주기’의 한 유형이라고 진단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이번 교체는 AUM 순위 방어 등의 외형적 목적이 아닌, 운용 전략 고도화를 통해 고객의 실질 수익률을 높이는 것에 초점을 맞춘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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