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심원단 "삼성전자가 특허를 '고의'로 침해했다"…‘사전 인지' 증거 주효 [삼성 디코드]

산업 | 심두보  기자 |입력

OLED 특허 소송 1심서 1억 9140만 달러 배상 판결 나와 배심원단, 픽티바 측의 '사전 인지' 주장 인정해 고의 침해 인정 시 배상액의 최대 3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 부과 가능

|스마트투데이=심두보 기자|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 법원에서 열린 OLED 특허 소송 1심에서 1억 9140만 달러(약 2740억 원)라는 거액의 배상 평결(사건 번호 2:23-cv-00495-JRG)을 받았다. 11월 3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 동부 연방지방법원 배심원단은 삼성전자가 픽티바 디스플레이스(Pictiva Displays)의 특허를 고의로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이번 소송의 원고인 픽티바는 아일랜드에 본사를 둔 특허 라이선싱 기업 '키 페이턴트 이노베이션스(Key Patent Innovations)'의 자회사이다. 이들은 제품을 직접 제조·판매하지 않고 특허 라이선스 및 소송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특허 관리 전문 기업(NPE)'이다.

픽티바는 2020년 독일의 조명 및 광학 기업 오스람(Osram)의 특허 포트폴리오 수백 건을 사들인 바 있다. 바로 이 오스람에서 유래한 OLED 관련 특허들이 이번 소송의 핵심 쟁점이었다. 소송이 처음 제기된 시점은 2023년이다.

픽티바는 삼성전자가 총 5개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했고, 배심원단은 이 중 2개 특허에 대해서 삼성의 침해를 인정했다. 이 특허들은 각각 디스플레이가 꺼진 상태의 외관을 결정하는 기술(547 특허)과 고효율·장수명 OLED 소재 및 구조(425 특허)에 관한 것으로 삼성 주력 제품의 핵심 기술들이다.

'547 특허'가 다루는 '꺼진 상태의 외관' 기술은 삼성 '갤럭시 S' 시리즈나 'Z 폴드'와 같은 플래그십 스마트폰의 디자인 정체성과 직결된다. 화면이 꺼졌을 때 이음새 없이 완벽한 검은색을 구현해 고급스러운 '인피니티 디스플레이'의 느낌을 완성하는 데 이 기술이 활용되는 것이다.

'425 특허'의 '고효율·장수명 OLED 소재 및 구조'는 삼성전자의 또 다른 핵심 기능인 'Always-On Display(AOD)'나 유연한(flexible) 화면 폼팩터를 구현하는 데 기여한다. 픽티바는 특허 침해의 사례로 삼성이 '갤럭시 S23 울트라'에 이 고효율·장수명 구조를 그대로 적용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평결에서 삼성전자에게 가장 뼈아픈 대목은 배심원단이 고의성을 인정했다는 점이다. 이는 재판 과정에서 픽티바 측이 제시한 ‘사전 인지’ 증거가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픽티바는 소송 제기 약 3년 전인 2020년부터 삼성전자에 특허 침해 사실을 알리는 경고 서한을 보내고 라이선스 협상을 시도했던 기록을 제시하며, 삼성이 특허의 존재와 침해 위험을 명확히 알고도 수년간 갤럭시 스마트폰 등 관련 제품 판매를 강행했다고 주장했다.

배심원단의 '고의성' 판단은 삼성에게 평결된 배상금 이상의 후폭풍을 몰고 올 수 있다. 미국 특허법상 고의 침해가 인정되면, 담당 판사인 로드니 길스트랩은 배심원단이 산정한 배상액 1억 9140만 달러의 최대 3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부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향후 판매다. 픽티바는 이번 승소를 근거로 해당 특허 기술이 사용된 삼성 갤럭시 스마트폰과 TV 등 주력 제품에 대한 미국 내 판매 금지 가처분을 신청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를 얻게 되었다. 삼성으로서는 천문학적인 추가 배상금을 물거나, 최악의 경우 미국 시장 판매가 막히기 전에 막대한 비용을 들여 특허를 회피하는 설계 변경에 나서야 하는 위기에 몰릴 수 있다.

삼성전자는 1심 배심원 평결에 즉각 불복하고 항소할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이러한 '고의성' 주장을 전면 부인하며 침해 사실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삼성의 핵심 반박 논리는 픽티바의 특허가 애초에 무효라는 것이다.

삼성 측 변호인단은 재판 과정에서 픽티바가 주장하는 '547' 및 '425' 특허의 기술 내용이 특허 출원 이전에 이미 선행 기술로 존재했다고 주장했다. 즉, 이 기술들은 픽티바가 처음 발명한 새로운 것이 아니며, 따라서 미국 특허청은 애초에 이 특허를 승인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것이 삼성 측 논리다.

삼성은 이와 동일한 논리로 미국 특허청(USPTO)에 '당사자계 특허 무효 심판(IPR)'을 별도로 청구해 둔 상태다. 항소 법원(CAFC)에서의 재판과 별개로, 만약 특허청이 IPR 심판에서 삼성의 손을 들어줘 해당 특허 2건에 대해 무효 결정을 내린다면, 이번 배심원 평결은 그 근거를 잃고 원천적으로 무력화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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