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투데이=심두보 기자| 11월 3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 동부 연방지방법원 배심원단이 삼성전자에 1억 9140만 달러(약 2740억 원)의 배상을 평결한 특허 침해 소송(사건 번호 2:23-cv-00495-JRG)은 삼성 OLED 기술의 핵심적인 두 축을 겨냥했다는 점에서 파장이 크다.
이번 소송의 원고인 픽티바 디스플레이스(Pictiva Displays)는 아일랜드에 본사를 둔 특허 라이선싱 기업 '키 페이턴트 이노베이션스(Key Patent Innovations)'의 자회사이다. 이들은 제품을 직접 제조·판매하지 않고 특허 라이선스 및 소송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특허 관리 전문 기업(NPE)'이다. 픽티바는 2020년 독일 오스람(Osram)으로부터 사들인 특허 포트폴리오를 근거로 2023년 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서 배심원단은 2개 특허에 대해서 삼성의 침해를 인정했다. 이 두 특허는 각각 OLED 디스플레이의 '심미적 외관'과 '핵심 구동 성능'을 책임지는 기술로, 삼성 주력 제품의 정체성과 직결된다.
◆ 547 특허: 인피니티 디스플레이의 핵심
첫 번째로 침해가 인정된 '547 특허(U.S. Patent No. 8,314,547)'는 소비자의 감성과 직결되는 '디자인'에 관한 기술이다. 미국 특허청 심판 문서에 따르면, 이 특허는 OLED 디스플레이가 꺼진 상태일 때 "바람직한 색상 인상(desired color impression)"을 갖도록 설계하는 기술을 다룬다.
스마트폰이나 TV 화면이 꺼져 있을 때, 패널은 형광등이나 태양광 같은 외부 빛을 반사한다. 이때 패널 내부의 복잡한 층들로 인해 반사광이 오염되어 "바람직하지 않은 노란색 인상(undesirable yellow color impression)" 을 띠는 문제가 발생한다.
'547 특허'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패널 상단에 구조화된 층을 두는 방식을 제시한다. 이 층은 외부 빛을 '노란색' 파장으로 변환하는 '파장 변환층'(제1영역)과, 그 보색인 '파란색' 파장으로 필터링하는 '필터층'(제2영역)으로 나뉜다. 이 두 가지 상보적인 색상의 빛이 합쳐지면 광학적으로 무채색, 즉 특허청 문서가 언급하는 '바람직한 흰색 인상(desirable white color impression)'이 된다.
결과적으로 이 기술은 화면이 꺼졌을 때 반사되는 지저분한 '유색 반사광'을 중화시켜 제거한다. 소비자가 체감하는 것은 색이 낀 '뜬 검은색'이 아닌, 베젤과 구분되지 않는 깨끗하고 깊은 '완벽한 검은색'이다. 이는 삼성전자가 '갤럭시 S' 시리즈 등에서 강조하는 '인피니티 디스플레이'의 심미적 완성도를 구현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기술이다.
◆ 425 특허: OLED의 심장에 대한 기술
두 번째로 침해가 인정된 '425 특허(U.S. Patent No. 11,828,425)'는 디자인이 아닌, OLED의 심장부인 '엔진' 그 자체에 관한 기술이다. 픽티바가 법원에 제출한 소송장에 따르면, 이 특허는 디스플레이가 빛을 내는 핵심인 유기층 시퀀스의 특정한 소재 조합과 구조에 관한 것이다.
이 기술이 해결하려 한 문제는 OLED의 가장 고질적인 난제인 '효율'과 '번인(Burn-in, 잔상)'이다. OLED 패널은 '유기물' 소자가 스스로 빛을 내는 방식인데, 이 유기물은 수명이 정해져 있어 특정 화면을 오래 켜두면 해당 픽셀만 먼저 열화되어 화면에 영구적인 잔상이 남는다. 또한, 픽셀의 발광 효율이 낮으면 원하는 밝기를 내기 위해 더 많은 전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배터리 수명도 단축된다.
'425 특허'는 바로 이 픽셀의 '효율'과 '수명'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핵심 소재 구조를 다룬다. 이와 같은 소재 구조는 'Always-On Display(AOD)'와 같은 삼성 디스플레이의 핵심 기능을 가능하게 한다. AOD는 24시간 화면 일부를 켜두는 특성상, 픽셀 효율이 낮고 수명이 짧으면 배터리 소모와 잔상 문제로 구현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 구조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첫째는 '전구' 자체의 성능을 높이는 발광층(EML)이다. 이 특허는 EML에 기존 형광 소재가 아닌, 고효율을 내는 인광 소재인 이리듐(Ir) 복합체를 포함하는 구조를 핵심 권리로 한다.
둘째는 이 고효율 '전구'에 전력을 손실 없이 공급하는 '전선'에 해당하는 전자 수송층(ETL)이다. 특허는 이 ETL 층을 특정 소재(예: Liq, 리튬 복합물)를 사용하여 'n-도핑(n-doped)'하는 방식을 포함한다. 픽티바는 이리듐 기반의 발광층과 n-도핑된 수송층을 조합해 전력 효율은 극대화하고 소자 수명은 늘리는 이 특정 레시피가 자사의 특허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픽티바는 '갤럭시 S23 울트라'의 패널을 그 침해의 대표적인 예시로 지목했다. 픽티바의 주장에 따르면, 삼성은 S23 울트라 패널의 EML에 이리듐(Ir) 복합체를 사용하고, ETL에 Liq를 사용한 'n-도핑' 구조를 적용했으며 , 이는 앞서 설명한 특허의 핵심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는 게 픽티바 측 논리의 골자다.
나아가 '425 특허' 원문 자체가 '유연한(flexible)' 기기와 '캡슐화(encapsulation)' 기술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만큼, '갤럭시 Z 폴드'나 'Z 플립'처럼 수십만 번을 접어야 하는 폴더블 폼팩터의 내구성을 확보하는 데도 이 기술이 기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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