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투데이=김나연 기자| ‘국내 2등 모바일 브라우저’를 보유한 삼성이 데스크톱 브라우저를 출시한다. 그러나 이번 행보는 세계적으로 확장되지 못하고 내수용으로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주요 브라우저들이 완전히 자리를 잡은 상태라 삼성의 새 브라우저가 의미 있는 점유율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30일 ‘삼성 인터넷 PC 브라우저’를 공개하고 신청자를 대상으로 베타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삼성 인터넷 PC 브라우저는 구글 크롬의 오픈소스 버전인 크로미움(Chromium)을 기반으로 개발된 삼성 인터넷 모바일 브라우저의 확장판이다. 갤럭시 스마트폰 이용자에게 익숙한 사용성을 윈도우 데스크톱 환경에서도 구현했다.
삼성전자가 내세운 ‘삼성 인터넷 PC 브라우저’의 핵심은 모바일과 PC 간의 연결성이다. 북마크와 방문 기록 등 브라우저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동기화할 수 있으며, 삼성패스(Samsung Pass)에 저장된 개인정보를 PC에서도 불러와 간편 로그인과 자동완성 기능을 제공한다. 또한 쿠키 기반의 제3자 추적을 차단하는 ‘스마트 추적 방지(Smart Anti-tracking)’ 기능과 웹페이지를 자동으로 번역하고 요약하는 갤럭시 AI 기반 ‘브라우징 어시스트(Browsing Assist)’ 기능도 탑재됐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삼성이 내세운 특장점이 시장에서 뚜렷한 차별점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주요 브라우저들에서 유사한 기능이 모두 구현되어 있기 때문이다. 구글 크롬과 애플 사파리는 계정에 로그인하면 비밀번호, 탭, 북마크를 자동으로 동기화하며, 마이크로소프트 엣지는 윈도우 환경에 통합된 로그인 편의성과 보안 기능을 앞세우고 있다. 개인정보 보호 측면에서는 오픈소스 브라우저 파이어폭스와 크로미움 기반 브라우저인 브레이브, 비발디 등이 이미 강력한 추적 방지 기능을 제공한다. 삼성의 AI 기능 역시 새로운 시도는 아니다. 크롬의 구글 번역·제미나이(Gemini), 엣지의 빙 코파일럿(Bing Copilot) 등 LLM을 활용한 기존 서비스와 특별한 차별점이 보이지 않는다.
데스크톱 브라우저 시장은 이미 판도가 굳어져 후발주자가 두각을 보이기 어려운 구조다. 웹 트래픽 분석 사이트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전 세계 데스크톱 브라우저 시장은 크롬이 약 70%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엣지는 15% 미만, 사파리는 10% 수준에 머문다. 컨텐츠 소비 활동이 주가 되는 모바일과 태블릿 환경에서는 애플 사파리와 삼성 인터넷 등 제조사 브라우저가 20~30%대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지만, 생산 활동이 중심이 되는 데스크톱 환경에서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크롬의 점유율은 최소 60% 이상으로 강력한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이 같은 격차는 단순한 기능 차이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라 구글이 웹 생태계 전반을 장악하며 쌓아온 구조적 우위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구글은 웹 표준의 주요 의사결정 구조를 사실상 주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새로운 웹서비스나 구독형 소프트웨어(SaaS) 기업들이 먼저 크롬 호환성을 맞춘 뒤 사파리나 엣지 대응을 진행하는 관행이 고착화됐다. ‘일단 크롬에서 잘 돌아가야 한다’는 인식이 웹 개발의 기본 전제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특정 소프트웨어나 웹 서비스를 사용하려면 크롬을 써야만 하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크롬이 생산성 중심의 확장 프로그램 생태계에서도 압도적인 입지를 점하고 있다는 점도 격차를 키운다. 크롬의 웹스토어에는 13만 개가 넘는 확장 프로그램이 등록돼 있다. 이는 엣지(2만 5000개)·파이어폭스(1만 8000개)·사파리(1만 개 미만)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특히 협업·웹개발·디자인 관련 확장 프로그램이 잘 갖춰져 있어 개발자나 디자이너 등 직군이 크롬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평가다.
데스크톱 브라우저 시장에서 크롬의 압도적인 위상은 미국 시장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미국은 스마트폰과 PC 모두에서 애플이 강세를 보이는 대표적인 국가다.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맥OS 점유율이 5% 안팎인 반면, 미국에서는 21%를 넘는다. 그럼에도 데스크톱 브라우저 시장에서 사파리의 점유율은 크롬(63.5%)에 크게 밀린 11.1%에 불과하다. 모바일 브라우저 시장에서는 사파리가 49.7%로 크롬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지만, 데스크톱 환경에서는 크롬의 지배력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완성형 생태계를 갖춘 애플조차 이 정도에 그치는 만큼, 후발주자인 데다 글로벌 모바일 브라우저 점유율이 3.3%에 불과한 삼성이 데스크톱 시장에서 뚜렷한 존재감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실상 구글 크롬이 독점하고 있는 데스크톱 브라우저 시장에서 삼성의 현실적 승부처는 국내 시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 인터넷은 국내 모바일 브라우저 시장에서 약 25%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갤럭시 북·탭 등 자사 기기를 중심으로 연동성과 보안을 강화하면 일정한 사용자층 확보는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결국 이번 브라우저는 세계 시장을 겨냥한 공격적 확장보다는 국내 사용자의 생태계 경험을 결속하기 위한 전략적 보완에 그칠 우려가 있다. 삼성전자 MX사업부 최원준 사장은 “모바일과 PC 간 강화된 연결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사용 환경을 확장했다”며 “향후 개인화된 AI 브라우저로 발전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향후 삼성 브라우저가 어떤 방식으로 차별화를 확보할지에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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