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이런 일이' 기아가 현대차를 눌렀다

글로벌 | 김세형  기자 |입력
양재동 현대차, 기아 사옥 전경
양재동 현대차, 기아 사옥 전경

'작은집' 기아가 '큰집' 현대자동차 시가총액을 뛰어넘는 사단이 벌어졌다. 

예상을 뛰어넘는 주주환원책을 내놓은 기아가 최근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 시류를 제대로 탔다. 

31일 주식시장에서 기아는 전 거래일보다 5% 급등한 10만2900원으로 10만원을 돌파하면서 거래를 마쳤다. 시가총액은 41조3703억원이 됐다. 

그러면서 시가총액 순위도 한 단계 상승했는데 공교롭게도 발판은 현대차였다.  

현대차도 이날 19만4600원으로 2.42% 상승 마감하면서 눈에 띄는 상승세를 보여줬다. 이날 코스피지수가 0.07% 하락한 2497.09포인트로 마감하고 코스닥은 2.4% 급락하는 등 장이 전반적으로 어수선한 가운데서다. 

하지만 상승폭이 기아에 미치지 못했고, 시가총액 41조1640억원으로 기아보다 2100억원 적었다. 결국 동생보다 한 단계 낮은 7위가 됐다. 

현대차와 기아는 둘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기아가 현대차보다 마진이 좋기는 하지만 그렇다해도 그것만으로도 프리미엄을 주기는 어렵다는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게다가 정의선 그룹 회장은 현대차 대표이사지만 기아차에는 사내이사로 등재돼 있을 뿐이다. 

주주환원책의 강도가 형과 동생이 뒤집어지는 사단을 냈다는 평가다. 

기아는 지난 25일 사상 최대의 2023년 실적을 발표하면서 주당 5600원의 결산배당과 함께 주주가치 제고정책을 추가로 내놨다. 

기아는 지난해 1월 매해 최대 5000억원의 자사주를 매입한 뒤 50%는 소각하고, 나머지는 사내유보한다는 내용의 중장기 주주환원정책을 내놨다. 

올해는 그 발표대로 5000억원의 자사주를 매입하고 절반도 상반기 안에 소각하되, 여기에 3분기까지 실적에 따라 나머지 50%도 소각할 수도 있다고 나아갔다. 이는 깜짝 주주환원책으로 받아들여졌고, 그날 기아 주가는 폭등세로 마감했다. 

이에 비해 현대차는 결산배당만 공시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4월 연간 배당성향 25% 이상, 기보유 자사주 3년간 발행주식의 1%씩 소각한다는 내용의 주주환원책을 내놨다. 

결산배당 규모는 연간 배당성향 약속에 맞춘 것이었으나 추가 당근이 없다는 점에서 큰 반응은 이끌어내지 못했다. 

그런 가운데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키로 하면서 더 주주친화적인 모습을 보인 기아가 투자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이것이 현대차를 앞지르는 원동력이 됐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주주환원책이 주가 상승 기울기를 갈랐다"고 말했다. 

이같은 역전극이 지속될 지는 장담할 수 없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실적 발표와 관련, "현대차는 지난해말 기준 12조원의 혐금 여력을 갖고 있고, 정부 정책에 맞춰 추가 자사주 매입 및 소각 가능성이 있다"며 "기아도 지난해 말 순현금 16조7000억원을 보유하고 있는 가운데 현금 축적 속도를 감안할 때 추가 자사주 매입 여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의지에 따라 현대차가 다시 형님 체면을 지킬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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