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금융권에 충당금 충분히 쌓으라고 재차 경고한 배경에 은행권의 대손충당금 적립 방식이 느슨하다는 문제인식이 작용했다. 금감원이 새해 들어 은행 8곳에 무더기 경영유의를 통보했다.
경영유의는 "금융회사 임직원에 신분 제재를 수반하지 않는 컨설팅 성격의 조치 요구"라고 금감원은 설명한다. 따라서 작년 결산에서 대손충당금 문제가 발견될 경우 제재가 뒤따를 것이란 압박이다.
24일 금감원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11일 KB국민, 신한, 우리, NH농협 등 주요 은행 4곳에 경영유의 1건씩을 조치했다.
4개 은행의 대손충당금 산정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판단이다. 금감원은 "부실 위험 확대 가능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기대신용손실에 기반한 대손충당금이 과소 산정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지난 8일 인터넷 은행인 카카오뱅크에 경영유의 2건을 통보했다. 같은 날 BNK경남, DGB대구, 광주 등 지방은행 3곳에 경영유의 1건씩을 조치하라고 통보했다.
카카오뱅크와 지방은행들도 대손충당금 산정체계를 지적 받았다.
비슷한 시기에 금감원은 은행의 지난 2023년 결산이 끝나는 대로 충당금 실태를 집중 점검하겠다고 예고했다. 작년 실적을 윤색하고 싶은 경영진을 향해 이복현 금감원장도 연일 충당금을 제대로 쌓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원장은 지난 23일과 24일 이틀에 걸쳐 사업성 없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장에 대손충당금 100% 원칙을 강조하면서, 손실 인식을 회피한 경영진과 회사에 엄격한 책임을 묻겠다고 압박했다.
그는 지난 23일 금감원 임원회의에서 "단기 성과에 치중해 PF 손실 인식을 회피하면서 남는 재원을 배당·성과급으로 사용하는 금융회사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직설했다.
하루 뒤 증권업계 간담회에서 그는 "일부 회사의 리스크 관리 실패가 금융시장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한다면, 해당 증권사와 경영진에 대해 엄중하고 합당한 책임을 묻겠다"고 다시 책임을 언급했다.
이 원장은 "위기때마다 반복되었던 유동성부족 상황이 또다시 발생하는 금융회사에 대해서는 회사의 지속가능성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음을 유념해주시기 바란다"고 단언했다.
이에 따라 실적 발표를 앞둔 은행들이 지난해 실적에 부동산 PF 대손충당금을 얼마나 반영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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