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은 7년 만에 금융위원회의 기관 정기감사를 실시했다. 7년 만의 감사에서 금융위가 내부통제를 못해 내부에 도덕적 해이가 만연한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해 4월 24일부터 5월 24일까지 금융정책 당국인 금융위의 상시업무를 제외한 조직, 인사, 예산, 기술금융, 공인회계사 제도만 감사했는데, 위법·부당사항 총 16건을 적발했다. 감사원은 지난해 12월 14일 감사결과를 최종 확정했다.
◇ 초과근무수당 305만원 타간 `월급루팡` 5급
금융위 5급 사무관 김야근(가명) 씨는 재작년 12월 저녁 6시 33분에 퇴근해 금융위 동료 박잔업 씨와 금융위 청사 근처에서 술을 마시고 밤 10시 31분 청사에 돌아와서 공무원 전자인사관리시스템인 e-사람시스템에 4시간 가량 야근한 것처럼 잔여 업무를 입력했다. 김야근 씨의 수법을 배운 박잔업 씨도 같은 날 6시간 야근한 것처럼 꾸미고, 자정에 업무용 택시를 타고 집에 돌아갔다.
16일 감사원에 따르면, 금융위 소속 5급 사무관 135명이 지난 2020년 4월부터 2023년 3월까지 총 2365회에 걸쳐 시간외 근무수당 4661만7190원을 부당하게 타갔다. 금융위 정원이 작년 3월 말 기준 333명이란 점에 비추어 보면, 40% 넘는 인원이 시간외 근무수당을 부당하게 타간 셈이다. 성실하게 일한 나머지 금융위 공무원의 얼굴에 먹칠했다.
직원 1명이 많게는 91회나 초과근무 수당을 타갔다. 이렇게 타간 액수는 적게는 1만4070원에서 많게는 305만5330원에 달했다. 월급쟁이의 한 달 월급 정도를 타간 셈이다. 100만원 이상 타간 직원도 10명이 달했다.
더 큰 문제는 금융위가 지난 2021년 11월 초과근무 수당을 부정하게 타간 직원 7명을 적발하고도, 돈만 돌려받고 내부통제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내부 공지에 초과근무수당에서 개인 시간은 제외하라는 지시만 내리고 조용히 넘어가서, 도덕적 해이를 부추긴 꼴이 됐다.
이에 감사원은 금융위에 부정수령액 4661만7190원에 가산징수금 1억6970만5530원을 더해, 총 2억1632만2720원을 환수하라고 조치했다.
게다가 금융위는 법령에 근거가 없는 비정규부서 9개를 방만하게 운영해서, 과장 이상 보직자가 증가해 부서당 실무인력이 줄어드는 결과를 초래했다.
또 부족한 인력을 파견으로 보충한다는 명분으로 지난해 3월 정원의 16%에 달하는 53명을 민간기관 임직원을 데려와 썼다.
◇ 병원·주유소에 중소기업 대출 펑펑
내부통제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금융정책 당국인 금융위와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우수한 기술력을 가진 중소기업을 위한 정책자금의 취지를 훼손했다는 사실이다.
기술금융 제도는 기술신용평가(TCB)를 토대로 기술금융 대출을 낮은 이자에 넉넉한 한도로 지원하는 제도다. 기술신용평가기관 6곳이 중소기업의 기술·신용을 심사해서 기술신용평가서를 발급한다. 그 등급에 따라 중소기업은 기술금융 대출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지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감사원이 점검한 기술신용평가서의 표본 중 49%(1890건)가 평가서를 부실 발급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주유소, 자동차 수리업체, 경영컨설팅업체가 저리의 정책금융을 쓴 것이다.
기술금융 대출의 68.8%는 일반대출에 불과해, 기술금융 대출 실적이 부풀려진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 하위 기관인 금융감독원도 지난해 4월 평가기관이 거짓으로 기재한 평가서를 발급했다고 검사 결과를 발표해, 기술신용평가서의 신뢰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한국은행도 시중 은행의 기술금융 대출 실적을 토대로 2%의 정책자금을 나눠주는 금융중개지원 대출제도를 방만하게 운영했다.
기술신용평가서가 있다는 이유로 기술금융과 무관한 병·의원, 편의점, 음식점, 학원, 예식장 등이 은행에서 2~3% 저리로 정책자금을 가져다 쓰는 데도 심사 없이 지원만 했다.
기술신용평가기관이 기술신용평가서를 남발하는 데도 금융위도, 한국은행도 손을 놓은 것이다.
게다가 금융위는 기술금융 실적만 평가에 반영해서 기술금융 취지를 살린 은행에 불이익을 주고, 양적 확대에 치중한 은행에 혜택을 주는 결과를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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