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를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은 현지에서 아르헨티나 대통령 당선자 하비에르 밀레이(Javier Milei)와 통화했다. 그는 대선 공약으로 중앙은행을 폐지하고 공식 통화를 폐소화에서 달러로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지금은 한 발 물러섰지만 여전히 강하고 과격해 ‘아르헨티나의 트럼프’로도 불린다.
밀레이 대통령 당선인이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이 높은 편이다. 남미 경제에 대한 찬반양론이 첨예한 탓도 있고, 한국의 경제구조와 미래를 그리는 반면교사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밀레이의 인물됨과 사고를 엿볼 수 있는 단초를 네이처지 온라인판이 제공해 눈길을 끌었다. 아르헨티나 과학자들이 밀레이를 ‘반 과학 대통령’이라고 평가하고, ‘극심한 우려’를 표명하며 동요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기후 변화 대응에 대해 반대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밀레이는 자유주의자로 통한다. 그는 56%의 득표율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1983년 민주주의 국가가 된 이래 아르헨티나에서는 주로 페론주의 지도자들에 의해 통치되어 왔다. 정치인들은 대부분 사회 정의와 노동자 권리를 강조한 후안 페론 전 대통령의 포퓰리즘 운동에 영향을 받았다. 그러나 페론주의 후보인 세르히오 마사 현 경제장관은 금융위기에 시달려 이번 선거에서 고배를 마셨다.
그 결과는 아르헨티나 과학계에 많은 불확실성을 가져왔다. 밀레이와 자유당은 국가의 주요 과학 기관인 국립 과학기술 연구위원회(CONICET)를 폐쇄 또는 민영화하고 보건 과학 및 환경부를 없애겠다고 공언했다.
CONICET은 연간 예산이 약 800억 페소(미화 4억 달러)에 달하는 남미 최대이자 가장 유명한 과학기관 중 하나다. 아르헨티나 300여 개 연구기관 약 1만 2000명의 연구원에게 자금을 지원한다. CONICET의 16개 연구센터 소장들은 선거를 앞두고 공동성명을 통해 “기관을 폐지해서 더 나은 나라가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며 밀레이에게 투표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그들은 또 반 밀레이 시위도 조직했다.
CONICET에서 자금을 지원받는 코르도바 국립대학교 식물생물학 종합연구소의 산드라 디아즈 연구원은 밀레이의 대선 공약은 매우 우려스럽다“라며 “과학계가 결단력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과학계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과격한 한 판 대결이 불가피해 보인다. 캐나다, 미국, 아르헨티나, 칠레 등의 국가 회원으로 구성된 ‘과학 아카데미 아메리카 네트워크도 CONICET 옹호에 적극 나섰다. 학계 전반에 “밀레이의 승리가 아르헨티나의 과학, 공교육, 대학, 문화, 환경 및 인권에 있어서 좋은 소식은 아니다"라는 인식이 깔렸다.
아르헨티나의 높은 인플레이션율(140% 이상)과 수십억 달러의 IMF 부채에 대응하여 밀레이는 아르헨티나 국내총생산(GDP)의 최대 15%에 해당하는 정부 지출을 삭감하겠다고 약속했다. 아르헨티나는 남미 세 번째 경제 대국이다. 밀레이는 국가의 공중 보건 및 교육 시스템도 과감하게 구조조정한다는 입장이다.
밀레이는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것도 소극적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기후 변화 주장이 "사회주의적 사기"라고 말했다. 이는 과학계에서 큰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2004년부터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이 발표한 기후 평가 저자인 마틸드 루스티쿠치는 “밀레이의 기후 변화에 대한 입장은 전형적인 거부자”라고 단언했다. 밀레이는 기업들이 ’원하는 만큼‘ 강을 오염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고, 자유당은 바다의 민영화까지 지지한다.
루스티쿠치는 밀레이가 과학의 가치, 환경의 가치, 기후 변화를 부정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밀레이 정부는 지금까지 많은 노력이 들어간 모든 과학기술적 성과와 발전, 그리고 전체 과학계에 엄청난 좌절을 안겨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CONICET이 자금을 지원하는 아르헨티나 로사리오 대학교에서 기후 협상을 연구하는 필라 부에노는 “기후 변화에 대한 국가적 노력은 중단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밀레이는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하는 기후 정책은 고려 대상이 되겠지만, 기후 변화에 대한 적절한 보호 장치 없이 사업 기회로만 바라보는 것은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많은 우려를 낳고 있는 가운데 밀레이는 12월 10일 아르헨티나 대통령에 공식 취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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