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건설사가 좌불안석이다. 지난해 5월 윤석열 정부 들어 시작된 중견건설사의 이른바 '벌떼입찰'에 대한 고강도 수사가 서서히 결말을 향하고 있다. 전날 호반건설에 이어 대방건설 중흥건설 우미건설 제일건설 등 지난 정부 5년간 공공택지의 40%를 싹쓸이하다시피 낙찰받은 이들 중견사들이 숨소리를 죽인 채 긴장하고 있다.
설상가상 원자재값 상승과 금리인상 등으로 중견건설사의 아파트 분양 일정이 지연되면서 일감마저 줄고 있는데 그야말로 엎친데 덮친격이다. 이들 중견 건설사들의 주된 사업지가 대부분 미분양이 속출하는 지방에 쏠려있고, 1군 건설업체와 달리 사업 포트폴리오마저 다양하지 못해 2023년은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험로가 될 전망이다.
16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중소형건설사들 사이에서 호반건설에 이어 공정거래위원회 제재 대상에 대방건설, 중흥건설, 우미건설 등이 제재 리스트에 올라있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회자되고 있다. 원희룡 건설교통부 장관이 이미 구두 개입 형식으로 이들에 대한 수사 가능성을 언급해온 탓이다.
전날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608억원 과징금 철퇴를 받은 호반건설이 벌떼입찰에 대한 수사결과의 첫 단추였다는 얘기다.
중견건설사들은 크고 작은 계열사들을 동원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추첨방식으로 공급한 공공택지를 차지하기 위해 다수의 계열사와 협력사까지 동원해 우수한 사업지를 확보해 사업을 키워왔다. 당시 공공택지는 추첨방식으로 이뤄졌다. 더 많은 계열사를 동원할수록 낙찰받을 확률이 커지는 구조이다.
이러한 이유로 벌떼 입찰로 불리는 계열사 동원이 유행처럼 번졌다. 이같은 행위가 불법은 아니지만 정부와 사법 당국은 벌떼입찰에 대해 곱지않은 시선을 가지고 있다. 대주주간 부당내부거래나 일감몰아주기 등의 일환으로 어렵게 확보한 공공택지를 계열사 간 전매하는 행위가 발견된 사례들이 많았던 탓이다.
정부는 올해 4월 공공택지 매각입찰에서 벌떼입찰을 막기 위해 △‘1사 1필지 제도’ △주택건설사업자 등록증 대여에 따른 제재 대상 확대 △택지 관련 업무 직접 수행 원칙 등을 제시했다. 이를 어길 시에는 토지매매계약 해제 및 환수, 3년 간 1순위 청약 참여 제한 등과 같은 행정처분을 내리기로 했다.
◇대방건설·우미건설·호반건설 작년 12월 경찰 조사
경찰은 지난해 12월 벌떼입찰이 의심되는 대방건설·우미건설·호반건설 등 3곳을 압수수색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3년간 공공택지를 낙찰받은 101개 업체 전수조사를 통해 계열사가 낙찰받은 택지를 해당 건설사가 택지업무를 대신한 정황을 의심해 경찰에 수사의뢰한 후속조치였다. 경찰은 해당 건설사 계열사 대표 등 10여명을 피의자로 입건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이날 또다시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끝날때까지 끝난게 아니다"라며 "호반건설뿐만 아니라 그동안 적발된 수십 개의 벌떼입찰 건설사가 현재 경찰·검찰 수사와 공정위조사 등을 받고 있다”며 “이와 함께 제도적 보완을 통해 벌떼입찰을 원천봉쇄하겠다”며 전했다. 사실상 벌떼입찰로 성장해온 중견건설사에게 강력한 경고발언을 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벌떼입찰 금지로 중견건설사는 공공택지 확보의 기회가 줄어든 반면 대형 건설사에게는 거꾸로 공공택지를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아졌다.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사업성이 좋은 재건축·재개발 등 도시정비 사업 수주경쟁에서 대기업에 뒤처질 수 밖에 없는 중견건설사가 공공택지 확보로 성장을 이어왔지만 앞으로는 대기업과의 격차가 더 벌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후 원자재값이 급등하고 금융비용이 오르면서 시행사와 조합이 분양일정을 미루면서 착공현장이 줄어드는 것도 중견건설사에게는 부담이다.
◇코오롱글로벌 2021년 9276세대 공급→작년 1419세대 85%'↓'
건설사 도급순위 16위의 코오롱글로벌은 2021년 9276 세대를 공급했지만 지난해에는 1419세대에 그쳤다. 한해만에 85% 급감한 것. 올해는 3323가구를 공급한다는 계획이지만 부동산 경기상황이 불투명해 사업계획 자체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한해의 절반이 가까운 이달 현재 988가구 공급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사업계획의 1/3도 이루지못한 상황이다.
또 다른 중견 건설사들의 실적도 코오롱글로벌과 크게 다르지 않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올해 4월까지 주택 인허가 실적은 지난해 대비 23.3% 감소했고, 착공실적은 6만7305가구로 작년 같은 기간대비 43.2% 줄었다. 대형 건설사의 사업현장을 빼면 중견·중소 건설사의 착공실적은 더 초라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규제 완화로 대형건설사 현장이 많은 수도권 분양시장에 온기가 돌 기미가 있지만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에 국한됐다. 지방과 광역시에서는 여전히 집값하락세가 지속되고 미분양물량만 누적되고 있다.
일부 중견건설사들은 악성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후 미분양을 막기위해 외부의 전문 분양 마케팅업자에게 기대고 있다는 서글픈 상황이다.
중견건설사에게 우호적인 요건이 하나도 없는 것이 요즘 현실이다. 지방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는 것이 중견건설사에게는 유일한 해법이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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