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치솟던 에너지 가격은 1년여 만에 다시 하락하고 있지만 식품 가격은 내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기업들이 마진을 높이면서 이것이 물가 상승을 불러오는 것일 수 있다고 9일(현지시간) 분석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전 세계적인 식료품 가격 상승을 촉발했다. 두 나라 모두 곡물과 비료를 만드는데 필요한 원료 주요 수출국이기 때문이었다.
이에 따라 지난해 3월 유엔(UN)이 집계한 곡물, 식물성 기름, 설탕, 육류, 유제품 등을 포함한 식량 가격 지수는 반세기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 가격은 7월부터 급격히 하락하기 시작했고 이제 지난해 2월 정점에서 18.7% 떨어졌다. 하지만 미국과 EU에서 음식 가격은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
지난 3월까지 1년간 유로존의 식품, 주류, 담배 가격은 15.4% 상승했다. 반면 에너지 가격은 0.9% 하락했다. 미국의 식품 가격은 지난 2월까지 12개월동안 10.2% 급등하면서 에너지 가격 상승률(5.2%)을 크게 앞질렀다.
WSJ은 이렇게 세계 상품 시장에서 식자재 가격은 2022년 4월 이후 계속 떨어지고 있지만 가계가 지불하는 식료품 가격이 계속 고공행진을 하는데엔 기업들이 높은 이윤을 챙기는 것이 이유가 되고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와 관련, 파비오 파네타 유럽중앙은행(ECB) 집행이사는 최근 '이윤·물가의 연쇄 상승'(profit-price spiral)을 언급했다. 파비오 파네타 이사는 "기업들의 기회주의적 행동(물가가 오르는 사이에 가격을 급격하게 올리는 행위)은 핵심 인플레이션이 하락하는 것을 지연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판테온 거시경제 연구소의 이코노미스트 클라우스 비스테센도 "상품 가격이 내림에도 식품 가격이 내리지 않고 있는 것을 설명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기업들의) 마진이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ING에 따르면, 지난 2019년 말~2022년 말 독일의 농업 부문(포장 식품 제조업체 및 소매업체 제외) 마진은 63% 증가했다. 이는 임금 인상이 아니라 이윤 증가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ING는 "농업, 건설, 무역, 운송 부문의 가격 마진 상승은 주로 이익 증가로 설명될 수 있다"면서 "에너지 및 상품 가격 상승 때문이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EU 통계청은 지난해 4분기 영업흑자을 낸 기업들의 비중이 42%로 2007년 이후 가장 높았다고 밝혔다. 반면 근로자에게 돌아가는 몫(임금)은 소폭 하락했다. 미국의 경우도 지난해 4분기 이익률이 사상 최고치엔 근접했다.
이런 가운데 EU 국가들은 지난해까지 가계의 에너지 비용 증가를 막기 위해 가격 상한을 두는 등 분투했지만 이제는 식품 가격 상승 방어에 주력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달 주요 소매업체들과 식품 가격을 낮게 유지하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브루노 르메르 프랑스 재무장관은 "오늘날 프랑스 국민과 가정, 일상생활을 어렵게 하는 것은 식품 가격의 상승"이라면서 "오는 6월까지 3개월 동안 지속될 협정에 따라 식품 공급업체들의 이익 마진을 수억 유로 감소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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