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투/리포트] 미 서부 대화재, 산악지대 지하수도 위협…“서부에 스마트시티는 없다”

글로벌 |입력
산에 눈이 줄어들어 콜로라도 강이 마르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산에 눈이 줄어들어 콜로라도 강이 마르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콜로라도 주립대의 환경전문가 스테파니 캠프 교수는 2021년 6월 콜로라도주 조 라이트 저수지 근처의 산불 실험장을 방문하고는 아연실색했다. 가문비나무와 전나무가 무성해 바람도 시원하고 그늘졌던 이곳은 2020년 8월 발생한 카메론피크 대화재(Cameron Peak Fire)가 밀어 닥치면서 그 많던 나무를 모두 태웠다.

이제는 잔해만 남아 토양은 검은 색을 띠고 있다. 당분간은 아무 것도 자라지 않을 것이다. 땅 속에는 여전히 열기가 남아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고 캄프는 말한다. 그리고 불에 타지 않은 곳으로 들어가면 여전히 눈이 쌓여 있는 살아 있는 숲이 반긴다. 무슨 의미일까. 캄프 등 환경전문가들이 이곳을 중심으로 산불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해 보고서를 발표했다고 기후 변화 대응 포털 인사이드클라이미트뉴스가 전했다.

포트 콜린스 서쪽의 로키산맥 해발 약 3000m 높이에서 시행된 이번 조사는 지난 2020년 최악이었던 미국 서부의 산불들이 거대한 천연 저수지의 역할을 하는 눈을 없애고 지하수 부족을 초래하고 초봄부터 흘러 내리는 눈 녹은 하천을 말리는 정도를 측정하기 위한 것이었다. 2년이 지난 지금도 산불의 영향은 여전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산 위에 쌓인 눈은 봄이 되면 녹으면서 생태계를 육성하는 하천의 흐름을 유지하고, 숲 생태계를 활성화시키며, 농작물을 위한 물을 공급하고, 지역사회에 공업용수와 식수를 공급한다.

그런데 이달 초 미국 국립과학원회보에 발표된 이번 연구 결과, 미국과 유럽의 산악에 쌓인 눈이 최근 더 빨리 녹고 있으며 빈번한 산불이 눈을 말림으로써 하천을 타고 흐르는 물의 양이 절대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눈과 물의 연결고리가 악순환에 빠져 있음을 시사한다.

위험 지역은 위도와 다른 지리적 요인에 따라 서구의 여러 지역에서 서로 다른 고도에 있지만, 장기 산불 기록에 따르면 수천 년 동안 산불은 많은 고지대 숲에서 보기 드문 방문객이었으며, 화상 간격은 200년에서 300년 또는 심지어 더 길었다.

캠프는 “콜로라도에서 고산 지역에 쌓인 눈은 로키산맥에서 흐르는 거의 모든 하천의 물의 절반 정도를 공급한다”고 말했다. 콜로라도의 고산 지역은 최소 1m 이상의 눈이 연중 쌓여 있으며 철따라 녹고 쌓이기를 반복한다. 캠프는 현재 이베리아 반도를 태운 비슷한 파괴적인 산불의 영향을 연구하고 있다.

연구팀은 또한 1984~2020년까지의 위성 데이터를 분석, 시에라네바다, 캐스케이드, 로키산맥, 그리고 그레이트 베이슨 분지 등을 포함한 서부 산악 연구대상 지역의 70%에 걸쳐 산불이 어떻게 눈 쌓인 지역을 잠식하고 파괴하는지를 보여주었다.

근래 들어 눈이 더 빨리 녹기 때문에 늦여름에는 그 많던 하천의 물이 급격히 줄어들고 흐름이 거의 멈추었다. 콜로라도와 뉴멕시코는 특히 산악 화재에 취약한 것으로 보인다.

연구팀은 "또한 올해 초 일어난 대형 산불로 산에 눈이 내리지 않고 있다. 눈의 손실은 눈에 의존도가 높은 하쳔 일대 지역의 생태계와 물 가용성을 모두 타격할 수 있다“고 썼다. 또 지하로 스며드는 물도 감소시켜 지하수까지 말리고 이는 사람들이 거주하는 지역의 식수 부족 문제를 일으킨다. 나아가 눈이 일찍 녹으면서 땅과 식물들이 더 빨리 따뜻해지고 건조해진다. 기후 변화의 악순환이 더 많은 화재를 일으키는 원인으로 작용하면서 기후 재앙의 발판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콜로라도에서 일어난 카메론피크 대화재는 8월 중순 시작돼 12월 초까지 무려 112일 동안 타올랐다. 마지막에는 콜로라도 주립대 근처까지 퍼졌다. 112일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하기 어려우면 지난 3월 금강소나무의 본고장 경북 울진에서 일어난 화재를 연상하면 된다. 울진 산불은 213시간, 약 9일 정도 타면서 울진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콜로라도의 산불이 얼마나 최악이었는가를 짐작케 한다.

심각한 문제는 서부의 도시들이 점점 도시로서의 기능을 잃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샌프란시스코나 샌디에이고, 새너제이, 포틀랜드, 시애틀 등 서부 해안 지역과 산악 지대의 아름다운 도시들은 현재 모범적인 스마트시티로 손꼽혀 왔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기후는 온화했고 겨울철 우기에는 어김없이 비를 쏟어 부어 주었다. 기온은 선선했다.

그러나 이제 상황은 달라졌다. 여름에 섭씨 40도를 넘는 것은 기본이다. 50도를 넘거나 육박하는 날들이 많아졌다. 주민들이 밖으로 나다니지 못한다. 심각한 가뭄으로 강물이 마르고 호수의 수심이 낮아져 식수를 위협한다. 공업용수를 필요로 하는 공장들이 가동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산불은 빈도가 늘면서 피해 정도도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여기에 이번 연구에서 드러났듯이 화재가 산에 쌓인 눈까지 녹여 강물과 지하수를 줄이고 있다. 본보에서 소개했듯이, 한 보고서는 서부가 사람이 살 수 없는 임계점에 접근하고 있다고 했다.

덴버를 비롯한 콜로라도와 캘리포니아, 애리조나주 등은 미국에서도 국립공원과 자연보호구역이 많기로 유명하며 이곳의 도시들은 산과 강을 배경으로 한 아름다움과 시원한 여름, 산악 엔터테인먼트, 자연친화적인 도시 개발로 특징되는 스마트시티들이다. 가장 혹독한 자연 재난이 서부를 흔들고 있다. 현재로서는 적절한 대책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 캘리포니아 주정부와 샌프란시스코 시정부가 미국에서도 가장 앞장서서 탄소 중립을 선도하고 있지만 여전히 역부족이다.

×

댓글 (0)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댓글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