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투/포커스] 파키스탄 자코바바드, 기후 변화로 폭염 피해…인간 거주 한계치 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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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온난화의 피해를 가장 많이 받고 있는 파키스탄의 메마른 산길. 사진=픽사베이
지구 온난화의 피해를 가장 많이 받고 있는 파키스탄의 메마른 산길. 사진=픽사베이

파키스탄 남부 도시 카라치에서 북쪽으로 약 544km 떨어진 신드 주에 소재한 도시 자코바바드가 지구 온난화로 인해 인간의 생존이 불가능한 한계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비영리 기관 인사이드클라이미트뉴스가 소식을 전했다.

지난 3월 초부터 인도와 파키스탄을 강타한 전례 없는 폭염으로 10억 명 이상의 인구가 피해를 입었으며, 자코바바드는 51일 연속 섭씨 38도 이상의 기온을 기록해 최악의 피해를 입었다. 지난달에는 이곳의 기온이 무려 51도를 기록했고, 그 전에는 세 차례에 걸쳐 50도를 기록했다.

기온과 습도의 상승과 함께 전기와 물 부족 및 에너지 대책의 부재로 이곳에서는 사람의 신체가 견딜 수 있는 한계선을 이미 넘어섰다. 올해 초부터 더 심한 고온현상이 찾아왔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극단적인 상황이 매년 10개월 동안 지속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올들어 남아시아에서 발생한 폭염으로 인도와 파키스탄에서는 이미 9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파키스탄 북부의 히말라야에서는 빙하가 녹고, 인도에서는 밀 수확량이 대폭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기후변화를 연구하는 다국적 단체 WWA(World Weather Attribution)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 변화에 의해 폭염의 발생 가능성이 30배 높아졌다고 한다.

과거 동인도 회사의 지휘자였던 존 제이콥의 이름을 따 명명된 자코바바드는 1847년 제이콥이 도착한 이후 주로 농업 경제를 중심으로 발전했다. 제이콥은 농업과 관개를 위해 인더스 강에 이르는 운하를 건설했다. 자코바바드는 카라치에서 차로 9시간 거리다.

환경 관련 비영리 단체인 버클리 어스(Berkeley Earth)의 예측에 따르면, 파키스탄은 금세기 말까지 섭씨 3.5도의 온난화를 기록할 전망이다. 폭염과 같은 재해는 더욱 잦아질 것으로 보인다. 파키스탄의 신드 지방에서 더 많은 도시들이 예상보다 일찍 50도 이상의 날씨를 경험하고 있다.

파키스탄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 미만에 불과하다. 그러나 기후변화의 위협을 받는 10대 취약국 중 하나다. 선진국들이 기후변화를 일으킨 주범인데 그 피해는 신흥국들이 떠안는다고 주장하는 비판론자들이 대표적으로 거론하는 나라이기도 하다. 2009년 코펜하겐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회의에서 선진국들은 2020년까지 개발도상국에 1000억 달러의 기후 자금을 제공하기로 합의했다. 경제 위기를 겪고 있는 파키스탄은 수십억 달러의 지원을 필요로 한다.

2015년 카라치에서는 전례 없는 폭염으로 15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후 시는 경보시스템, 냉방 인프라 구축, 도시 전역의 인구 밀집지역 도시 열섬 해소 등을 골자로 한 폭염관리계획을 수립했다. 그러나 자코바바드는 극심한 더위에도 불구하고 그런 계획이 없다. 도시의 의료 인프라는 장기적이고 빈번한 폭염에 대처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보건 및 재난관리 부서의 계획이나 지역사회를 위한 냉각 인프라 등은 대부분 정책에 포함되지 않는다.

모든 것은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도시 주민들은 열사병에 대한 대처법을 잘 알고 있다. 열사병 증상이 나타나면 환자를 그늘에 눕히고 냉수를 공급힌다. 시내에서 구호활동을 하는 비정부 풀뿌리단체인 지역사회발전재단과 지역 보건부가 설립한 열사병센터는 병상이 4개에 불과하다.

2019년 미국 정부는 자코바바드의 물 지원 프로그램을 위해 200만 달러를 지원했다. 그러나 지난해 발표된 USAID 보고서에 따르면 물 여과 공장의 잦은 단전과 기술 인력 부족, 지방 정부 기관 간 조정이 거의 이뤄지지 않아 자코바바드에서의 물 공급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주민들은 민간 유통업체로부터 물을 구입한다. 5갤런(1갤런은 3.8리터)짜리 캔은 1센트에 팔린다. 5인 가족이 식수와 청소용 물을 사는데 한 달에 최대 6달러를 쓴다. 문제는 이 도시 대부분의 가정이 하루에 2달러도 벌지 못한다는 현실이다.

주정부는 2019년 세계은행과 손잡고 신드 주 전역에 걸쳐 발전소를 늘리고 에너지 공급을 개선하기 위한 1억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자금의 일부는 2019~2020년에 신드 지방에 있는 20만 가구 이상에 태양광 전기를 제공한다는 것이었지만, 이 프로젝트는 여전히 평가 단계에 있다. 해결책은 요원해 보이고 주민들은 지금도 한계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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