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 녹색과 밝은 색이 많을수록 사람들이 더 행복하고 차분한 감정을 갖게 하고 사기를 북돋운다는 가상현실(VR) 헤드셋 이용 실험 결과 보고서가 나와 주목된다. 프랑스 릴 대학 연구팀이 발표한 이 보고서는 학술지 ‘가상현실 프론티어’에 발표됐으며 논문 요약본은 가디언, BBC 등 유럽 매체들이 보도했다.
릴 대학 연구팀은 36명의 자원봉사자를 모집, VR을 사용하여 콘크리트, 유리, 금속 등 단조로운 인공물 중심의 도시 풍경을 자연 색 중심으로 변화시켰을 때 이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실험했다. 참가자들은 실험실에서 시선 추적기(아이 트래커)가 달린 VR 헤드셋을 착용하고 다양한 환경의 도시를 경험했다. 헤드셋을 착용해 도시를 걷는 상황이 연출됐다.
연구원들은 노란색과 분홍색 등 밝은 색상뿐만 아니라 초록으로 뒤덮인 초목의 조합, 정 반대되는 콘크리트와 유리, 금속 중심의 도시환경을 조성하면서 참가자들의 반응을 모니터링했다. 그 결과 참가자들은 환경 변화에 따라 눈 깜빡임 속도가 달라졌으며 걷는 방식과 시선의 방향이 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참가자들은 헤드셋 실험이 끝난 후 자신들의 경험에 대한 설문지를 작성했다.
참가자들은 공통적으로 녹색 초목을 보았을 때 발걸음이 매우 느려졌다. 그리고 심장 박동수는 증가했다. 같은 환경에서 그들의 시선은 땅을 향하지 않고 정면과 주변 경관을 바라보면서 고개를 더 높게 유지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참가자들에게 색을 더하고 빼는 것은 그다지 큰 차이를 주지 않았지만 밟고 있는 땅에 다채로운 무늬가 추가되었을 때 더 호기심과 기민함을 느꼈다고 한다. 녹색과 다채로운 밝은 색이 참가자들의 심신을 즐겁게 해 주었음을 나타냈다. 다채로운 밝은 색들은 꽃이나 식물의 열매와 같은 효과를 보여 준다.
이 연구는 사람들이 가상 현실을 통한 경험이 실제 도시에서의 삶과도 유사할 것임을 전제하고 있다. 연구팀은 "가상현실에서 얻어진 인간 행동의 변화는 자연 환경에서의 변화를 예측할 수 있게 한다“고 밝혔다.
건축 심리학자이자 컨설턴트인 마이클 매트론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도시의 자연을 높이 평가하며, 자신의 주위에서 자연을 빼앗겼을 때 분노와 같은 감정으로 반응한다”면서 “자연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얼마나 유익한지를 일깨워 준다”고 부연했다.
이 보고서는 도시 환경에서 식물들의 식생과 색채의 복원 효과가 매우 크다는 것을 보여준 연구라는 지적이다.
도시 환경의 연구를 위해 VR을 사용한 것은 특이한 실험이었다. 실제 환경에서 참가자들이 경험하는 소음, 교통 또는 날씨 변화와 같은 요소들을 계량화 또는 수치화하기는 쉽지 않지만 기술을 이용한 시물레이션은 이를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실험이라는 것이다.
연구팀은 향후 온도와 같은 생리적인 변화를 측정하고, 냄새와 소리를 추가해 생체적인 요소와 몰입 환경을 더해 연구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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