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 차별은 미국도 예외 없어’…뉴욕, 빈 호텔 노숙자 주택 개조 작업 난항

글로벌 | 문지혜  기자 |입력
뉴욕시 대부분의 호텔이 밀집한 맨해튼 시가지 전경. 사진=픽사베이
뉴욕시 대부분의 호텔이 밀집한 맨해튼 시가지 전경. 사진=픽사베이

코로나19로 영업을 중단한 뉴욕의 호텔을 노숙자들을 위한 주택으로 개조할 수 있도록 규정한 뉴욕주 법이 유명무실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이 프로그램을 위해 예산으로 책정된 1억 달러는 한 푼도 쓰여지지 않았다고 블룸버그시티랩이 보도했다.

노숙자를 돌보는 두 비영리 기관이 호텔 개조에 관심을 표명했지만, 공식 지원서조차 제출하지 못했다고 한다. 법이 작년에 제정됐지만 용도 변경 등 건축 법규의 완화가 뒤따르지 못한 탓이다. 프로젝트 비용이 과도하게 소요되고 시간도 오래 걸려 이들의 노력이 좌절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 프로그램은 자본을 보유하지 못한 비영리 개발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규정상 기관들은 자금을 모은 후에야 호텔을 구입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자금력이 풍부한 영리 부동산 회사들과의 입찰 경쟁에서 번번이 밀린다. 영리 업체들은 호텔을 민간용 아파트로 개조하고 있다.

법을 고치기에는 시간이 촉박하다. 코로나19가 수그러들면서 관광객들이 뉴욕으로 돌아오고 있으며 호텔 부동산 가격은 뛰어오르고 있다. 비영리 개발자들에게 기회는 더욱 줄어들고 있다. 뉴욕시 호텔 협회에 따르면, 1년 전에는 빈 호텔이 200개였지만 현재는 약 115개로 줄어들었다. 금리와 인플레이션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대출 비용, 인건비, 재료비마저 가파른 상승세다.

주 의회 의원들은 법안 수정에 나서고 있다. 일단 프로그램에 할당된 1억 달러는 내년으로 이월된다. 캐시 호철 주지사는 임대안정법의 적용을 받는 경우 건물의 용도를 변경하지 않고 호텔을 저렴한 주택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주법을 개정하겠다고 한다.

주 의회 상하 양원 역시 공감하고 있다. 내년에는 예산을 2억 5000만 달러로 늘리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의회는 4월 1일로 예정된 최신 예산안을 통과시킨 뒤 호텔을 무주택자용 주택으로 전환하는 것을 완화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할 계획이다.

호텔 전환 프로그램이 중단되는 동안 도시의 노숙자 위기는 더 심각해졌다. 현재 약 4만 5000명의 사람들이 대피소에 거주하고 있다. 이들의 일부는 약물 남용이나 정신 질환으로 고통받고 있다. 또 다른 일부는 거리와 지하철에서 노숙하고 있다. 관계자들은 노숙이 맨해튼 미드타운의 관광과 삶의 질을 해침으로써 도시의 회복을 방해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한다.

당초 이 프로그램은 뉴욕의 가용 주택을 늘리는 동시에 패망한 호텔 업계를 지원하는 법으로 통과된 것이었다. 법은 곤경에 처한 호텔을 사고 개조하기 위한 자금 조달 메커니즘을 만들었다. 그러나 시와 주 정부의 규제에 따라 부동산의 전환을 앞당길 수 있는 후속 조치는 이어지지 못했다. 현행 법률로는 호텔을 인수한 후 토지 이용 검토 과정을 거치는 데만 1년 이상이 소모된다고 한다.

법은 또한 뉴욕 시의 12만 550개에 달하는 호텔 객실 중 약 80%가 맨해튼에 있으며, 대부분이 최소한의 조리 공간조차 수용할 수 없을 정도로 작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객실에는 욕실과 주방이 설치되어야 한다고 규정했다. 주방을 추가하고 주거용 건물에 대한 다른 건축 법규 요건을 준수하려면 엄청난 비용이 소요된다.

뉴욕시의 여행 산업은 완전한 회복에 몇 년이 걸릴지는 몰라도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접객 데이터 회사인 STR에 따르면 지난 3월 12일까지 일주일간 시내 호텔 객실의 약 60%가 손님으로 채워졌으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0%포인트 증가한 숫자다.

뉴욕 시의 노숙자 문제는 현재로서는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정책 우선 순위에서도 밀린다. 노숙자 차별은 미국에서도 예외가 없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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