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스마트시티든 완벽할 수는 없다. 어디에서든 그늘이 있게 마련이고 그 중에서도 노숙자 문제는 가장 심각한 당면 과제 중 하나로 꼽힌다. 스마트시티 모범 사례로 꼽히는 우리나라의 서울도 노숙자 문제는 심각하다. 노숙자로 세계에서 가장 골치를 앓는 곳은 샌프란시스코를 중심으로 한 캘리포니아 지역이다.
서울은 노숙자 문제를 정책적으로 풀지 못하고 있다. 노숙인 쉼터를 마련해 주고 식사를 제공하는 수준에 그친다. 일자리 제공 기능도 하고는 있으나 미미하다. 나머지 노숙자에 대한 복지는 대부분 민간에 맡겨진다. 그런 점에서는 캘리포니아가 나은 편이다.
비영리 미디어 조직인 NPR이 전하는 샌프란시스코 중심의 캘리포니아 노숙자 현황은 심각하다. 샌프란시스코 시내를 거닐면 텐트, 임시 변통의 골판지 매트, 배설물이 보도를 뒤덮고 있다. 최고 연봉을 받는 고급 기술자나 전문가들과 최빈층 노숙인들이 공존하는 곳이다.
2018년 주택 상태를 조사하기 위해 전국 투어를 진행하던 한 유엔 관리는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한 후 올린 공식 보고서에서 “도시의 노숙자에 대한 대우는 잔인하고 비인간적이며, 생명, 주택, 건강, 물, 위생에 대한 권리 측면에서 인권을 침해당하고 있다"고 결론지었다. 샌프란스코 노숙자 수는 그 이후로도 8000명 이상 증가했으며, 대부분 쉼터가 아닌 거리에서 생활한다.
현재는 빈곤에 시달리는 사람들로 가득 찬 텐트가 샌디에이고에서 시애틀까지 해안을 따라 뻗어 있다. 2020년 1월 현재 캘리포니아에서만 약 15만 1000명이 노숙을 경험했다고 한다.
노숙자 종식을 위한 전국연맹(National Alliance to End Homelessness)의 낸 로만 회장은 위기의 주된 원인은 간단하다고 말한다. 주택이 너무 부족하고 비싸다는 것이다. 일반 거주자가 주택에 지출하는 임계값은 소득의 3분의 1 미만이라고 한다. 이를 넘어서면 고소득층은 중산층이 임대하던 장소로 옮기고 중소득층은 저소득층이 임대하는 곳으로 몰린다. 그렇다면 저소득층은 갈 곳이 없어진다.
1980년대에 노숙자가 만성적인 문제로 부상했다. 연방 정부가 저렴한 주택 공급 예산을 삭감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노숙자 위기의 핵심 원인은 주택 수요와 공급으로 귀결된다. 샌프란시스코 해안지역은 디지털 기반 경제에서 고임금을 받는 전문가들의 전유물이 됐다. 수요를 따라갈 수 있는 충분한 주택이 지어지지 않았다.
맥킨지 글로벌연구소의 2016년 보고서에 따르면 캘리포니아는 만성적인 주택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5년까지 350만 채의 새로운 주택이 필요하다고 한다. 캘리포니아는 매년 약 10만 채의 주택을 건설했지만 필요로 하는 연간 최소 18만 채에 크게 못미친다.
다른 주의 도시들은 사정이 다소 다르다. 뉴욕시는 사람들이 매일 밤 실내에서 잘 수 있도록 도와주는 보호소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뉴욕은 샌프란시스코나 LA와 비슷한 노숙자 비율이지만 외관은 평온하다.
2020년 1월 현재, 캘리포니아 노숙자 중 72%가 무방비 상태다. 대부분이 거리에서 지내는 셈이다. 뉴욕은 5%만이 거리로 내몰려 있다. 서부 해안의 따뜻한 날씨 때문이기도 하지만, 뉴욕은 1979년 뉴욕 시민들에게 거주의 권리를 주어야 하며 시민들은 거주의 권리를 갖는다는 법원의 결정도 내려졌다.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최근 "안정적인 주거를 제공하기 위해 4만 6000채의 신규주택을 조성하겠다"며 120억 달러 규모의 예산을 책정했다. 계획은 호텔 및 유휴 건물들을 무주택자들을 위한 주택으로 개조한다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들이 노숙자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은 되겠지만 캘리포니아가 만성적인 저렴한 주택 부족과 신규 건설의 지속적인 실패 등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지 못하는 한 오랜 기간 노숙자들과 씨름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노숙자들은 제도적인 지원은 물론 인권 측면에서도 차별받는다. 인권실천시민연대는 ”한국의 노숙자들은 인권의 사각지대“라고 표현했다. 대중들로부터도 외면당한다. 서울역에서는 노숙자들이 지난 1월 코로나19에 집단 감염되기도 했다. 정부가 노숙자를 위해 예산을 배정할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주류다. 그러나 노숙 문제를 적절히 해결하지 못하면 시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스마트시티로의 길은 멀어진다. 최소한의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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