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삼일. 스스로 계획했던 것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고 포기하는 것을 말한다. 무엇인가 바꾸는 일은 쉽지 않다. 개인의 경우도 이러저러한 상황을 핑계로 작심삼일로 그치는데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이 포함되어 있는 일은 더욱 그렇다. 스마트시티 로의 전환 역시 마찬가지다. 당초 목적한 바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많은 장애물들을 헤쳐 나가고 극복하는 것이 필요하다. 리더십, 전략, 로드맵, 교육이 중요시되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다. 물론 테크놀로지도 큰 역할은 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멋진 비전을 내세우고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더라도 그야말로 ‘삽질’로 끝나는 사례들은 우리는 많이 봐왔다. 스마트시티 건설과 관련해서도 그런 사례들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다. 모 지차제의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하고 할 수 있다. 이 지자체는 스마트시티 사업과 관련 지난 5년간 10억 원의 비용을 투입, 다섯 차례에 걸친 용역을 실시했으나 용역 결과에 따라 추진되는 사업이 거의 없다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구체적인 방향을 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용역만 반복하고 결과물이 사업과 이어지지 못하는 사례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 같은 사례는 비단 이 지자체만의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전국 도시의 스마트화’라는 국가적 과제를 수행해 가는 동안 ‘무용지물 용역의 전국화’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우려는 ‘라떼’세대의 전형적인 증표일 것이다. 이왕 스마트시티에 관한 우려를 하기 시작했으니 한걸음 더 나가보자. 최근 받은 이메일은 그런 우려를 더 짙게 해주어서 말이다. IDC는 이런 제목의 이메일을 보내왔다. “Speak Your Mind in IDC's Search for the Top Smart City Projects. Vote Now!” IDC가 아시아태평양지역 국가의 도시들이 추진하고 있는 스마트시티 프로젝트에 대한 시상을 하고 있다는 것은 스마트시티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거나 관심을 가지고 있는 독자라면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IDC Smart City Asia/Pacific Awards 2021에 대한 응모를 받아 심사를 한 결과 본선에 진출한(Finalists) 아시아 태평양 국가 도시들의 프로젝트에 대해 투표를 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내용이었다. ‘행살편세를 위한 스마트시티’ 칼럼을 쓰고 있으니 링크를 타고 들어가 살펴본 것은 당연지사. 제법 많은 시간을 들여 꼼꼼히 살펴봐야 할 정도도 내용이 복잡하고 많았다.
IDC는 ▲ADMINISTRATION, ▲CIVIC ENGAGEMENT, ▲DIGITAL EQUITY AND ACCESSIBILITY, ▲ECONOMIC DEVELOPMENT, TOURISM, ARTS, LIBRARIES, CULTURE, OPEN SPACES, ▲EDUCATION, ▲PUBLIC HEALTH AND SOCIAL SERVICES, ▲PUBLIC SAFETY – DATA-DRIVEN POLICING, ▲PUBLIC SAFETY – NEXT-GENERATION EMERGENCY SERVICES, ▲SMART BUILDINGS/SMART TECH PARKS, ▲SMART WATER, ▲SUSTAINABLE INFRASTRUCTURE, ▲TRANSPORTATION - CONNECTED & AUTONOMOUS VEHICLES, PUBLIC TRANSIT, RIDE-HAILING/RIDE-SHARING, ▲TRANSPORTATION – TRANSPORT INFRASTRUCTURE, ▲URBAN PLANNING AND LAND USE 총 14개 분야에서 각 도시들이 추진하여 성과를 낸 프로젝트들은 본선 진출 도시를 선정해 공개투표에 나선 것이다. 국가 대상 시상제도가 아니라 도시가 추진한 프로젝트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한 국가에서 복수의 도시가 본선에 진출한 경우도 있었다. 중국과 대만의 경우가 그렇다.
처음에는 그저 호기심으로 각 분야 본선 진출 도시 리스트를 쭉 살펴보았다. 그러다가 갑자기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그래서 기록을 해가면 정리를 해보니 우려가 솟구쳤다. 본선 진출 도시들을 국가별로 모아보았다. 중국(17개 도시), 대만(14개 도시), 싱가포르(9개 도시), 뉴질랜드(7개 도시), 인도네시아(6개 도시), 말레이시아(3개 도시), 필리핀(3개 도시), 인도(2개 도시), 호주(2개 도시), 태국(2개 도시) 순으로 집계됐다. 일본은 아예 없었다. 그렇다면 한국은 몇 개 도시가 본선에 진출했을까? 4개 분야에서 본선에 진출했다면 믿어지는가? 도시 자체로만 보면 대구광역시와 세종자치시 단 두 곳뿐이었다. 그나마 체면을 세운 것이라면 대구가 ▲PUBLIC HEALTH AND SOCIAL SERVICES ▲PUBLIC SAFETY, ▲TRANSPORTATION 3개 분야에서 본선에 진출한 것일 것이다. 세종시는 ▲TRANSIT, RIDE-HAILING/RIDE-SHARING 분야에서 본선에 진출했다. 국가 주도로 스마트시티를 추진하고 있는 중국은 논외로 치더라도 얼추 필리핀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점에서 살짝 충격을 받았던 게 필자의 심정이다. 특히 행정, 시민참여, 경제발전(문화, 관광, 예술 포함), 지속가능성 등 ‘행살편세’를 위한 스마트시티 부문에는 명함도 못 내밀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맥이 빠지는 건 필자의 기대가 너무 앞섰기 때문일 것이다. ‘라떼’세대들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손가락 끝에서 맴돈다. ‘뻔하지~~’라는 말로 끝나는 그 말을 타이핑하는 것을 애써 참으며 다짐하며 위안을 하고 있다. ‘그래 열심히 공부하고 연구해서 기여를 해보자!’ 이런 칼럼을 쓸 기회를 가지고 있는 것이 바로 그것 때문일지도 모르잖아… 허나 이런 참혹한(?) 현상을 극복해내고 정말 ‘행살편세’를 위한 스마트시티를 후대에게 전해주려면 자위만 하고 있는 것보다는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서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그것이 그저 개인적인 이익이나 사업 때문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봄을 시샘하는 폭설, 비가 내린 후, 눈보라와 함께 폭설이 내려앉은 소나무들의 줄기가 눈에 띄게 휘어져 있다. 실제로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아름드리 나무가 통째로 꺾이기도 한다. ‘행살편세’를 위한 스마트시티를 이루어가는 것 역시 비슷할 것이다. 비바람, 눈보라 그리고 젖은 눈의 무게를 이겨내야 이루어질지도 모른다. 그런 비련과 난관은 ‘행살편세’를 위한 스마트시티가 이루어질 수 있다면 감당해내야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나 우리 사회, 국가가 말이다.
* 행살편세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편한 세상
필자: 이연하. 전직 언론인. CEOCLUB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퍼실리테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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