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박재형 기자| 현대자동차가 30년 가까이 축적한 수소 기술을 바탕으로 차량 제조에서 수소 생산·공급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지난 1998년 전담 연구개발 조직을 꾸려 시작한 현대차의 수소전기차 개발은 투싼 수소차와 넥쏘, 버스·트럭으로 이어졌다. 국내 누적 판매 5만대를 넘어선 현재는 차량에 넣을 수소를 만들고 공급하며, 산업 현장에서 사용할 곳을 확보하는 사업으로 확장하고 있다.
6일 찾은 경기 고양시 킨텍스 ‘월드 하이드로젠 엑스포(WHE) 2026’ 현대자동차그룹 전시관에는 이러한 역사가 담겨 있었다.
전시관에는 넥쏘와 파비스 기반 수소전기 청소트럭뿐 아니라 수소를 생산하는 수전해 스택, 내구성을 높인 상용 연료전지 시스템, 자동 충전로봇이 전시됐다. 폐자원으로 수소를 만들어 지역에 공급하는 ‘HTWO 에너지 청주’ 사업도 소개했다.
전기 만드는 연료전지에서 수소 만드는 설비까지

부스에 전시된 고분자전해질막(PEM) 수전해 스택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수소차와의 차이부터 설명했다. 수소차는 수소를 넣어 전기를 만들지만, 수전해 설비는 전기를 통해 수소를 얻는다는 것이다. 자동차에 탑재하는 부품이 아니라 규모를 키워 수소 생산시설에 사용하는 장치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수전해는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와 산소를 분리하는 기술이다. 이 가운데 수소를 모아 연료로 활용한다. 수소와 산소의 반응으로 전기를 만드는 연료전지와 반대 방향의 반응을 이용한다. 현대차는 두 장치의 기술·부품 공용화를 추진하며 차량 개발 과정에서 확보한 역량을 생산설비로 넓히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전시에서 수전해 스택 12개를 묶어 5MW(메가와트)급 전해조 스택 모듈(ESM) 1기를 구성하는 방식을 처음 공개했다. 그룹에 따르면 모듈 1기는 연간 약 700t(톤)의 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 여러 모듈을 병렬로 배치하면 수백MW급 플랜트로 확장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구)광주광역시에 1MW급 컨테이너형 수전해 실증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보령·부안·제주에서도 추가 실증사업을 추진 중이다. 전시장에 제시한 대규모 생산 구상과 함께 실제 시설에서 기술을 검증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폐자원이 차량 연료로…청주에서 시작한 생산·충전 사업
수전해 전시와 함께 소개한 ‘HTWO 에너지 청주’는 수소 생산과 소비를 연결한 실제 사업 사례다. 현대차그룹이 직접 운영하는 첫 자원순환형 수소 생산·충전 복합사업장으로, 청주 공공하수처리장에서 발생하는 하수 슬러지의 바이오가스를 활용한다.
바이오가스의 불순물을 제거해 바이오메탄으로 정제한 뒤 수증기와 반응시켜 수소를 생산한다. 생산한 수소를 압축·저장하고 차량에 충전하는 설비까지 갖췄다. 하루 약 500㎏의 수소를 생산할 수 있으며, 그룹은 2030년까지 하루 평균 생산량을 2t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다.
핵심은 지역에서 발생한 폐자원을 차량 연료로 바꿔 다시 지역에 공급한다는 점이다. 현대차그룹은 생산지와 소비지를 연결해 다른 지역에서 수소를 운반·저장하는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소차를 공급하는 제조사가 연료 생산과 충전 사업에도 참여하는 모습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청주를 중심으로 파주의 바이오가스 기반 수소 생산시설과 인도네시아 사업 등도 소개했다. 수전해와 폐자원 수소 생산을 함께 제시한 것은 지역마다 확보할 수 있는 전력과 자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생산 기술을 갖추는 데서 나아가 현지 여건에 맞는 공급 방식을 마련하는 것이 사업 확대의 과제로 분석된다.
넥쏘와 청소트럭…상용차는 내구성과 운행 관리에 초점


모빌리티 분야에서는 2027년형 넥쏘와 파비스 기반 수소전기 청소트럭이 관람객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승용차와 작업용 차량을 함께 배치해 일상 이동에서 도시 관리 업무로 넓어지는 수소 활용 범위를 보여줬다는 평가다.
이를 뒷받침하는 핵심 장치는 연료전지 시스템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행사에서 장거리 운행 환경에 맞춰 내구성을 높인 상용 연료전지 시스템을 처음 공개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엔진형 연료전지 시스템의 가운데 있는 스택을 가리키며 전기를 만드는 반응이 일어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전력을 배분하는 장치와 열 관리, 공기·수소 공급 계통 등이 결합한다. 내연기관처럼 연료를 태우는 엔진은 아니지만, 차량에 필요한 동력을 공급하는 핵심 장치라는 의미에서 엔진에 빗대 설명했다.
적용 대상에 따라 형태도 달라진다. 이 회사 관계자는 철도에 사용하는 플랫형 모듈과 지게차용 파워팩, 여러 장치를 결합한 발전기 등을 예로 들었다. 차량에서 확보한 연료전지 기술을 바탕으로 구조와 구성을 바꿔 활용처를 넓혀가는 방식이다.
한편 상용차에서는 오래, 안정적으로 운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연료전지 내구성 개선과 함께 실제 운행 데이터를 분석하는 통합 관제 시스템 ‘블루링크 업타임 케어’를 전시했다. 차량 상태를 관리해 운행 중단 시간을 줄이고 안정적인 운행을 지원하는 기술이다. 차량 판매 이후의 운영까지 사업 범위를 넓히는 셈이다.
충전로봇도 개발 중…차량 보급과 사용 여건 함께 개선

파비스 기반 수소전기 청소트럭과 연계한 자동 충전로봇 ‘ACR-H’는 충전 작업의 변화를 보여주는 전시물이다. 비전 인공지능(AI)으로 차량 충전구를 인식하고 보호캡을 연 뒤 커넥터를 체결하도록 개발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로봇을 도입하면 운전자가 차량에서 내리지 않고 충전할 수 있고, 24시간 운영을 지원해 편의와 운영 효율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아직 상용화된 모델은 아니”라고 전했다.
수소 생산설비와 충전로봇, 내구성을 개선한 연료전지와 차량 관제 시스템은 모두 수소차를 보급하고 운행하는 조건과 연결된다. 연료를 공급할 기반을 마련하고 충전 부담과 차량이 멈추는 시간을 줄여야 고객이 수소차를 사용할 수 있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전시관의 도시 모형과 영상으로 다음 수요처도 제시했다. 새만금 AI(인공지능) 밸리, 도시 생활, 항만 물류, 제조 산업을 주제로 수소 생산과 활용을 연결하는 시나리오다. 주거단지의 전기·열 공급부터 항만 장비와 철도 운송, 제조 공정까지 자동차 밖의 수요를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같은 확장이 실제 사업으로 이어지려면 생산시설과 함께 수소를 꾸준히 구매할 고객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다만 국내 차량 시장에서는 지원 집행이 과제로 남아 있다. 올해 9월 말 기준 수소버스 등 상용차 국비 지원 물량 중 지방비가 확보된 비율은 70.6%였다. 내년 수소차 구매지원 예산안은 올해보다 약 23% 줄어든 4457억원으로 편성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현대차는 생산시설과 충전망, 차량과 산업 수요를 연결해 지속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드는 일이 과제가 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수소 생산 역량을 기반으로 다양한 활용처를 발굴하고 밸류체인 전반에 최적화된 솔루션을 제공해 실질적인 사업으로 연결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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