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송호길 기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지주회사 한진칼의 최대주주 자리를 호반그룹에 내줬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 항공사 출범을 약 6주 앞두고서다. 2020년 경영권 분쟁을 이겨내고 항공산업 재편을 이끈 조 회장이 정작 지주사 지분율에서는 추월당한 셈이다.
조 회장은 여전히 한진칼 경영권을 유지하고 있지만, 경영 성과 입증과 지배구조 안정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안고 있다.
가족과 벌인 경영권 다툼, 달라진 주총 표심
조 회장은 2003년 한진정보통신 영업기획 담당으로 입사해 대한항공의 경영전략·여객·화물 부문을 거쳤다. 2017년 대한항공 사장에 올랐고, 2019년 부친 고(故) 조양호 회장 별세 뒤 그룹을 맡았다. 당시 가장 먼저 맞닥뜨린 중대 현안은 경영권 분쟁이었다.
2020년 누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이 결성한 '3자 연합'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한진칼 주총에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안은 찬성 56.67%, 반대 43.27%로 통과됐다. 조 회장은 당시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가 대독한 인사말에서 "주주가치를 더욱 높이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후 주주환원의 주요 지표인 배당은 부침을 겪었다. 한진칼은 2020·2021년 결산배당을 하지 않다가 2022년 보통주 주당 170원으로 배당을 재개했다. 2023년 300원, 2024·2025년에는 각각 360원을 지급했다.
그 사이 조 회장을 둘러싼 주총 표심도 달라졌다. 올해 3월 사내이사 재선임 찬성률은 93.77%로 6년 전보다 37.10%포인트 높아졌다. 다만 당시 국민연금은 기업가치 훼손과 주주권익 침해 행위에 대한 감시 의무 소홀 등을 이유로 재선임에 반대했다. 이사 보수한도 승인안의 찬성률도 71.67%로 재선임안보다 낮았다.
주요 주주들의 판단 역시 일치하지 않았다. 호반그룹은 조 회장 재선임에 찬성했지만 보수안에는 반대표를 행사했다. 그로부터 8개월 뒤 호반은 한진칼 최대주주에 올랐다. 높은 재선임 찬성률이 장기적인 지배구조 안정까지 보장하지는 않았던 셈이다.
위기 극복의 승부수, 통합 이후 남은 책임
경영권 분쟁을 넘긴 조 회장에게는 코로나19라는 또 다른 위기가 닥쳤다. 여객 수요가 급감하자 대한항공은 여객기를 화물 운송에 활용하며 대응했다. 화물 매출은 2019년 2조5574억원에서 2021년 6조6948억원으로 커졌고, 전체 매출 중 화물 비중도 21%에서 76%로 높아졌다.
위기 대응에 이어 그룹의 사업구조를 바꾸는 결정도 내려졌다. 같은 2020년 조 회장 체제의 대한항공은 산업은행의 자금 지원과 정부의 산업 재편 정책을 토대로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추진했다. 해외 경쟁당국 심사를 거쳐 2024년 12월 자회사로 편입했고, 통합 대한항공은 오는 12월 17일 출범할 예정이다.
사업 규모가 커진 만큼 조직을 안정적으로 통합하는 일도 중요해졌다. 조 회장은 지난해 9월 한국항공대 학생 간담회에서 "항공사는 결국 사람이 이끌어가는 회사"라며 작은 실수가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구성원들의 책임감과 직업의식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올해 1월 신년사에서는 "그룹의 몸집이 커지고 복잡한 변수들이 늘어나면서 의사 결정을 위한 시간은 길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통합을 앞두고 안전과 구성원의 책임감뿐 아니라 조직 운영의 효율성에도 문제의식을 드러낸 것이다.
이러한 경영 행보는 해외에서도 평가받았다. 항공 컨설팅기관인 아시아태평양항공센터(CAPA)는 지난 10월 코로나19 대응과 아시아나항공 통합 추진을 높이 평가해 조 회장에게 '올해의 아시아 항공사 경영자상'을 수여했다.
다만 최근 실적은 외형 성장과 수익성 과제를 동시에 보여준다. 대한항공의 올해 3분기 별도 매출은 5조44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약 26% 늘었지만 영업이익률은 9.39%에서 8.35%로 낮아졌다.
조 회장이 직접 약속한 서비스 품질도 향후 평가 대상이다. 그는 지난해 3월 기자간담회에서 통합 이후 서비스 저하 우려에 대해 "절대로 질이 떨어질 일은 없을 것으로 약속드릴 수 있다"고 밝혔다. 통합 이후 안전과 서비스 품질 유지, 수익성 개선 여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개인 지분과 우호세력, 지배구조의 다음 변수
조 회장에게는 지주회사 지배력 안정이라는 과제도 남았다. 지난 4일 공시 기준 호반그룹 측 지분율은 20.69%로 조 회장 측(20.58%)을 앞섰다. 조 회장 개인의 보통주 지분율은 5.79%(386만6745주)다.
조 회장 측 지분에는 동생 조현민 사장(5.75%)과 모친 이명희 고문(1.83%) 외에도 정석인하학원·정석물류학술재단, 사우회와 임직원 관련 보유분 등이 포함돼 있다.
반면 호반그룹은 꾸준히 지분을 확대했다. 지난 3월 말 18.87%에서 7월 20.15%, 11월 20.69%로 높였다. 호반그룹 관계자는 최대주주 변경 공시 전인 지난 2일 '단순투자'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조 회장도 지분 확대에 나섰다. 그는 같은 날 개인 명의로 한진칼 주식 32만5000주를 총 370억5000만원에 매입하는 계약을 공시했다. 예정대로 취득하면 본인 보통주 보유량은 419만1745주로 약 8.4% 늘어난다. 회사 측은 "예전부터 준비해온 사안"이라며 "호반의 움직임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경영권 구도에는 델타항공(14.90%)과 산업은행(10.58%) 등 다른 주요 주주들의 판단도 변수다. 델타항공은 대한항공과 합작사업 파트너이며 산업은행은 정책금융기관이다. 두 주주가 조 회장 측과 공동으로 의결권을 행사할지는 불확실하다.
특히 산업은행이 추천한 독립이사 3명은 내년 3월 임기가 끝난다. 한진칼이 올해 3월 주총에서 집중투표제 배제 조항을 삭제한 점도 변수다. 요건을 갖춘 주주가 청구하면 복수 이사 선임 때 의결권을 특정 후보에게 집중할 수 있어 향후 이사회 구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오는 12월 통합 대한항공 출범과 내년 3월 한진칼 주총은 조 회장의 경영 성과와 주주 신뢰가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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