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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드는 데만 10주 걸려 없어서 못 판다…AI 전력 폭증이 부른 MLCC 품귀

AI 서버, 일반 서버 10배 넘는 MLCC 탑재…2026~2028년 수요 연평균 103% 증가 고용량·고신뢰성 제품 비중 확대에 ASP 상승…긴 생산기간은 공급 확대 제약 삼성전기 올해 6번째 장기공급계약…MLCC 수주·가격·제품믹스 동시 개선

산업 |김나연 기자 | 입력 2026. 10. 07. 07:15
사진=삼성전기 공식 웹사이트
사진=삼성전기 공식 웹사이트

|스마트투데이=김나연 기자| 인공지능(AI) 서버 투자 확대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넘어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시장으로 번지고 있다. AI 가속기의 소비전력이 커지면서 서버 한 대에 필요한 MLCC 수와 용량이 동시에 늘고 있다. 공급 확대 속도는 수요 증가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가격 인상도 시작됐다.

MLCC는 스마트폰과 자동차, 서버 등 거의 모든 전자기기에 들어가는 초소형 전자부품이다. 전기를 저장했다가 반도체가 필요로 할 때 일정하게 공급하고 전압 변동과 부품 간 신호 간섭을 줄여준다. 삼성전기는 MLCC의 기능을 전기를 보관했다가 일정량씩 내보내는 '댐'에 비유한다. 얇은 세라믹과 금속 전극을 여러 겹 쌓아 작은 크기 안에 많은 전기를 저장하는 구조다.

AI 서버는 MLCC의 새로운 대형 수요처로 떠올랐다. GPU와 CPU, HBM, 네트워크 스위치 등 여러 고성능 반도체가 대규모 전력을 동시에 사용하면서 안정적인 전력 공급의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삼성전기에 따르면 AI 서버에 들어가는 MLCC 수는 일반 서버의 10배를 웃돈다. 고온·고전압 환경에서 24시간 가동돼야 해 고용량·고신뢰성 제품이 요구된다.

국내에서는 삼성전기가 대표 수혜 기업으로 꼽힌다. 삼성전기는 AI 서버용 MLCC 시장에서 40% 이상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지난달 기준 글로벌 기업 10여곳과 장기공급계약(LTA)을 체결했다.

증시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삼성전기 주가는 지난달 7일 145만4000원에서 이달 6일 167만5000원으로 한 달간 15.2% 올랐다. 이날 하루에만 5.95% 상승했다. 같은 날 삼성전자는 1.45% 내린 27만2000원, SK하이닉스는 3.69% 하락한 177만3000원에 마감했다.

AI 칩 전력 늘수록 MLCC도 늘어난다

MLCC의 수요가 AI 서버와 함께 증가하는 핵심 원인은 전력이다.

AI 가속기는 세대를 거듭할수록 소비전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엔비디아 AI 가속기의 소비전력은 암페어 세대 약 400와트(W)에서 호퍼 700W, 블랙웰 1100W 수준으로 높아졌다. 향후 루빈 울트라와 파인만 세대에서는 수천W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전력 사용량이 커질수록 반도체 주변에서 전압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하는 지점도 많아진다. GPU에만 MLCC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AI 서버에는 CPU와 HBM, 네트워크인터페이스카드(NIC), 데이터처리장치(DPU), 스위치 등 여러 부품이 함께 탑재된다. 서버 시스템이 고도화될수록 MLCC가 필요한 위치도 증가한다.

AI 서버 숫자와 서버 한 대에 들어가는 MLCC가 함께 증가하는 구조다. 한국투자증권은 AI 서버용 MLCC 수요가 2026년부터 2028년까지 수량 기준 연평균 103% 성장할 것으로 추정했다. 금액 기준 시장규모(TAM)의 같은 기간 연평균 성장률은 134%로 전망했다.

황준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AI서버 MLCC 수요는 수량 기준으로 2026년~2028년 연평균 성장률이 103%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다”며 “AI 칩 출하량 증가뿐만 아니라 AI 칩당 전력의 증가, AI 칩 외의 전력 소모 부품 증가 등이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AI 서버용 수요의 가파른 성장은 전체 MLCC 시장에도 영향을 미친다. 한국투자증권은 AI 서버용 수요 확대에 힘입어 내년 이후 전체 MLCC 수요 증가율이 1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많이 쓰고 고사양으로…ASP도 함께 오른다

AI 서버 확대는 MLCC 출하량뿐 아니라 제품 구성에도 변화를 만들고 있다.

MLCC는 내부에 세라믹 유전체와 금속 전극을 반복해 쌓는다. 같은 크기의 부품에 더 많은 전기를 저장하려면 층을 더 얇게 만들고 적층 수를 늘려야 한다. 층수가 많아질수록 미세한 두께 편차와 균열을 제어하기 어려워져 공정 난도가 높아진다.

AI 가속기의 소비전력이 늘면서 이런 고용량·고신뢰성 MLCC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MLCC 업체 입장에서는 출하량 증가와 고부가 제품 비중 확대가 동시에 발생한다. 이에 따라 평균판매가격(ASP)이 상승하는 제품믹스 개선이 가능해진다.

한국투자증권은 삼성전기와 무라타 등 주요 업체에서 AI 관련 MLCC의 매출 비중이 빠르게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AI 서버 시장 확대가 전체 MLCC 시장의 수량 증가와 ASP 상승을 함께 이끄는 구조다.

주문이 출하 앞질렀다…가격 인상 사이클 초입

수요 증가가 가격으로도 번지기 시작했다.

한국투자증권은 현재 MLCC 시장을 가격 상승을 의미하는 'P-Cycle'의 시작 국면으로 판단했다. 유통채널의 MLCC 재고는 약 30일 수준까지 낮아졌다. 주요 제조사에서는 새로 들어오는 주문 증가 속도가 실제 출하 증가 속도를 웃돌고 있다.

이를 보여주는 지표가 B/B 비율이다. 신규 주문액을 출하액으로 나눈 값으로 1을 넘으면 출하되는 물량보다 새로 들어오는 주문이 많다는 뜻이다. 타이요유덴과 무라타 등 주요 MLCC 업체의 B/B 비율은 최근 가파르게 상승했다. 과거 2017~2018년 MLCC 호황과 코로나19 이후 공급난 당시에도 B/B 비율 상승에 이어 가격 인상이 나타났다.

현재 가격 인상이 진행된 기간도 약 2~3개월에 불과하다. 초기 유통시장 중심으로 나타난 가격 상승이 고객사와 제조사가 직접 거래하는 가격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게 한국투자증권의 분석이다.

황 연구원은 “MLCC 가격 인상 싸이클은 이제 시작이다”며 “인상하는 기업도 늘고 있으며 인상 채널도 유통에서 직납으로 이어지고 있고, 인상 대상도 고사양에서 범용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과거와 비교하면 아직 인상의 초입”이라고 평가했다.

일반 제품 4주, AI용은 10주…수요 뛰어도 공급 확대 제한

수급이 빠듯한 상태가 이어지는 배경에는 생산 난도가 있다.

일반 MLCC는 생산에 약 4주가 필요한 반면 AI 서버용 제품은 약 10주가 소요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AI용 제품은 적층 수가 많고 공정 난도가 높아 같은 생산라인을 더 오래 점유한다.

이에 따라 MLCC 업체가 AI 서버용 제품의 생산 비중을 늘리면 생산설비 자체를 증설하지 않는 한 전체 생산 수량이 줄어드는 '캐파 로스(Capa Loss)'가 발생한다. AI 서버용 MLCC 수요 증가가 고사양 제품의 공급뿐 아니라 범용 MLCC 수급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구조다.

주요 업체도 증설에 나서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무라타와 삼성전기, 타이요유덴 등 대부분의 주요 MLCC 업체가 10~20% 수준의 연간 증설을 계획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AI용 제품의 긴 생산기간에 따른 캐파 로스까지 고려하면 실질 공급 증가율은 명목 증설률을 밑돌 수 있다.

이에 따라 2026년 이후 MLCC 수요 증가율이 공급 증가율을 웃도는 구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수요 확대와 고사양화, 제한된 공급 증가가 겹치면서 가격을 밀어올리는 구조다.

올해 6번째 공급계약…삼성전기 실적 레버리지 커진다

삼성전기는 6일 글로벌 대형기업과 2856억원 규모의 AI 서버용 MLCC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내년 1월부터 12월까지 공급하는 계약이다. 올해 공시한 여섯 번째 장기공급계약이다. 올해 5월 이후 실리콘 캐패시터와 AI 서버용 MLCC, 인덕터 등을 합친 장기공급계약 누적 규모는 약 3조9000억원으로 늘었다.

실제 삼성전기의 실적에서도 AI·데이터센터용 MLCC 비중 확대가 나타나고 있다. 삼성전기는 올해 2분기 AI 서버와 네트워크 등 데이터센터용 MLCC 매출 증가에 힘입어 컴포넌트 부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9% 증가했다고 밝혔다.

증권가는 물량 증가와 판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MLCC 사업의 이익 증가 폭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고선영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커패시터 추가 수주 및 가격 인상 기대 등 MLCC 관련 이익 레버리지 효과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분석했다.

AI 투자 확대의 수혜 범위도 메모리 반도체에서 관련 부품과 장비로 넓어지고 있다. 서버 설치가 늘면서 MLCC 판매량이 증가하고, AI 가속기의 전력 사용량이 커질수록 고용량 제품 비중도 높아진다. 공급 부담이 이어지는 가운데 가격 인상까지 시작되면서 수량과 가격, 제품믹스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투자업계 관계자도 “HBM 공급부족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AI 투자 확대로 수혜를 받을 반도체 소부장 종목이 주목받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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