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심두보, 김나연 기자|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가 상장기업 최초이자 바이오 업계 최초로 정부 주도 국민성장펀드의 직접투자를 유치하며 5000억원 규모의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 이번 조달은 사모 전환사채(CB) 1700억원과 제3자배정 전환우선주(CPS) 약 3300억원을 결합한 구조다. 무이자, 할증 발행, 10년 만기라는 조건이 핵심으로, 대규모 자금을 수혈하면서도 부채 부담과 지분 희석 우려를 통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6월 25일 이사회를 열고 1700억원 규모의 기명식 무보증 사모 전환사채 발행을 결정했다. 같은 날 주당 14만9300원에 221만313주(약 3300억원)의 전환우선주를 제3자배정 방식으로 발행하기로 결의했다. 대금 납입일은 오는 2026년 7월 24일이며, 전환우선주 신주권은 2026년 8월 14일에 교부될 예정이다.
이번 자금 유입은 재무 부담을 완화한 구조가 특징이다. 신한투자증권 이호철 수석 연구원은 전환우선주(CPS)가 66%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대규모 자금 수혈 과정에서도 부채 부담을 최소화한 점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번에 확보한 재원은 전액 회사의 운영을 위한 자금으로 활용된다. 시설자금이나 채무상환자금, 타법인 증권 취득자금에는 편성되지 않았다.
산은 절반, 오리온 4분의 1…투자자 구성이 만든 신뢰
투자자 구성도 시장의 신뢰를 뒷받침하는 요소다. 국민성장펀드(산업은행) 50%, 팬오리온 코퍼레이션 25%, 제3의 금융투자자 25%로 짜였다. 정책금융이 앵커 역할을 맡고 최대주주가 4분의 1을 보증하는 구조다. 일반적인 바이오 기업의 메자닌 조달이 순수 재무적 투자자(FI) 중심으로 이뤄지는 것과 대조적이다. 정책자금과 최대주주 자금이 결합하면서 단기성 자금 유출 우려를 낮췄다.
우선 5년간 총 150조원 규모로 조성되는 정부 주도 국민성장펀드의 일환인 첨단전략산업기금이 전체 조달액의 절반인 2500억원을 책임진다. 한국산업은행을 통해 집행되는 배정 물량은 전환사채 850억원과 전환우선주 110만5157주다. 단순 재무적 투자를 넘어 바이오 첨단전략산업에 대한 정책금융 성격이 짙다.
금융위원회는 이번 투자 승인에 대해 "대규모 인내자본을 공급함으로써 유망기업의 국내 바이오 연구개발 밸류체인 강화와 K-바이오의 글로벌 진출을 뒷받침하고, 우리경제의 신성장동력 확충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정책적 의의가 크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대규모 정책자금 유입에 따른 경영 자율성 침해 우려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리가켐바이오 관계자는 "정책자금 특성상 의결권이 제한되어 경영에 관여하지 않으므로 기존 이사회 구성과 의사결정 체계에는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최대주주인 팬오리온 코퍼레이션도 1250억원을 투입하며 책임 경영 의지를 나타냈다. 오리온홀딩스의 종속기업인 팬오리온 코퍼레이션은 리가켐바이오의 최대주주다. 리가켐바이오는 2025년 사업보고서를 통해 2024년 3월 김용주 창업자에서 팬오리온 코퍼레이션으로 최대주주가 변경됐다고 공시한 바 있다. 이번 딜에서 팬오리온 코퍼레이션은 전환사채 425억원과 전환우선주 55만2578주를 인수한다.
나머지 1250억원은 제3의 금융투자자가 맡아 전환사채 425억원과 전환우선주 55만2578주를 배정받는다. 현재 투자자는 확정되지 않았으며, 리가켐바이오는 선정이 끝나는 대로 정정 공시를 통해 투자자를 공개할 계획이다.
무이자·할증·10년 만기…바이오 메자닌의 이례적 조건
시장에서는 발행사에 유리하게 설계된 메자닌 조건에 주목하고 있다. 전환사채의 표면이자율과 만기이자율은 모두 0.0%로 별도의 이자 지급기일이 없다. 투자자는 만기인 2036년 7월 24일까지 이자수익을 받지 못하고 원금 100%만 상환받는다. 신한투자증권 이호철 수석 연구원은 이자수익이 전무함에도 자금이 몰린 배경으로 "주요 파이프라인의 임상 성과 가시화에 따라 ADC 플랫폼 ConjuALL 및 개별 에셋의 추가 빅파마 기술이전(L/O) 가시권 임박"을 꼽으며 "정부와 최대주주 모두 지금이 기회라고 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만기도 10년 장기로 설정됐다. 전환사채 만기일은 2036년 7월 24일이다. 전환청구기간은 2028년 7월 24일부터 2036년 6월 23일까지로, 발행 후 초기 2년 동안은 주식 전환이 불가능하다. 전환우선주 역시 전환청구기간이 2028년 7월 25일부터 2036년 6월 24일까지로 설정돼 발행 직후 물량이 시장에 출회될 위험을 낮췄다. 전환비율은 100%이며 전환가액은 전환사채와 동일한 14만9300원이다.
발행가액 또한 할증 발행으로 결정됐다. 전환가액인 14만9300원은 이사회 결의일 전일을 기준으로 1개월, 1주일, 최근일 가중산술평균주가를 반영해 산정됐다. 별도의 할인율은 적용되지 않았다. 특히 전환우선주는 기준주가 14만4308원 대비 3.46% 할증된 가격으로 발행됐다. 통상 메자닌 발행 시 할인 발행이 적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발행의 정관상 근거는 제10조 제2항이다. 해당 조항은 긴급한 자금 조달을 위해 국내외 금융기관이나 기관투자자에게 신주를 발행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임상시험 등 회사의 전략상 필요한 자금 조달을 위해 국내외 법인에 신주를 발행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번 5000억원 조달은 발행사 중심의 조건을 확보한 성장 자금 확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제로 금리와 14만9300원의 할증 발행가, 10년의 장기 만기는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에 유리한 구도다. 여기에 대형 정책펀드가 첫 직접투자 대상으로 낙점하고 최대주주가 힘을 보태며 투자의 신뢰성을 보강했다.
신한투자증권은 이번 딜을 두고 "투자자 구성, 규모, 조건 등에서 서프라이즈"라고 총평하며 "국민성장펀드가 선택한 1호 바이오텍이라는 상징성을 고려할 때 향후 주가 상승 모멘텀이 다수 임박해 있어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기회"라고 분석했다.
리가켐바이오 관계자 역시 "신약의 글로벌 출시라는 장기 목표를 안정적으로 완주하기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이라며 "충분한 현금 여력을 보유한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장기·안정 자본을 확보함으로써 임상·허가·상업화 전 과정에 집중할 수 있는 재무적 기반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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