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 13.5% 자사주 소각 '묵묵부답'…배경엔 오너 승계 있나

승계 유리한 저주가, 자사주 소각 계획은 아직 "주가 오를까 소각 안하나" 저주가에 뿔난 주주들 K-ICS 하락 우려에…자사주 소각 재무적 딜레마

경제·금융 | 김한솔  기자 |입력
세 줄 요약
  • 한화생명은 자사주 13.49%를 보유하고도 밸류업을 위한 구체적인 소각 로드맵 제시를 미루고 있다.
  • 김동원 사장 승계에 낮은 주가가 유리해 주주들 사이에서 의도적 저주가 방치 의혹이 일고 있다.
  • 예금보험공사는 주가가 손익분기점인 11000원에 미달해 공적자금 1조원 회수에 차질을 빚고 있다.
/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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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투데이=김한솔 기자| 정부의 밸류업 기조 속에서 한화생명의 자사주 소각 여부가 시장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다. 회사는 구체적인 소각 로드맵 제시를 미루고 있어 투자자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일부 주주들은 경영권 승계를 염두에 둔 의도적 주가 누르기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다. 

한화생명 주주, 자사주 소각 로드맵 요구 

정부의 기업 가치 제고(밸류업) 압박이 거세지면서 한화생명의 자사주 소각 여부에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현재 한화생명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18배로 동양생명(0.68배), 미래에셋생명(0.50배) 등 상장 생명보험사 중 최하위 수준에 머물러 있다. 2개 반기 연속 하위 20% 기업에 부여되는 '저PBR' 태그 예고는 만성적 저평가에 갇힌 한화생명에 실질적인 압박으로 작용한다.  

시장은 한화생명이 보유한 자사주에 주목한다. 한화생명은 발행 주식 총수의 13.49%에 달하는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2월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3차 상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자사주 소각 기대감에 한화생명의 주가는 지난 2월 23일 52주 신고가(7560원)를 경신하기도 했다. 

한화생명은 아직 구체적인 자사주 처분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다. 미래에셋생명, DB손해보험, 현대해상, 삼성화재 등 타 대형 보험사들이 잇따라 구체적인 자사주 소각 계획을 제시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에 소액주주들 사이에서는 오너 일가의 지배권 승계를 염두에 둔 의도적인 '주가 누르기'가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 주주는 “한화생명 주가 오를까 봐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비판 속 최근 소액주주 연대 플랫폼 '액트(ACT)'에 모인 한화생명 결집 지분은 전체의 1%를 넘어섰다.   

자사주 소각이 어려운 구조적 요인도 존재한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한화생명의 신종자본증권 및 후순위사채 발행 잔액은 총 5.8조원(신종자본증권 3.1조원, 후순위사채 2.7조원)으로, 전체 조달 비중의 4.6%에 달한다. 신지급여력제도(K-ICS) 비율 유지를 위해 꾸준히 늘려온 이 부채성 자본은 재무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자사주 소각은 회계상 자기자본의 감소를 수반해 K-ICS 비율의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낮은 주가가 유리한 승계 구조  

한화생명의 낮은 주가는 오너 3세 김동원 사장의 승계에 유리한 구조로 작용한다.  

한화생명은 최대주주인 한화가 43.24%의 지분을 보유한 수직적 지배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금융계열 승계 후보자인 김동원 사장의 개인 지분은 0.03%에 불과하다. 그룹 지배구조 정점인 한화 지분 역시 실질적인 장악력이 취약한 상태다. 만약 김 사장 측이 한화가 보유한 한화생명 지분을 매입하려 할 경우 20일 종가기준 약 1.8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재원이 소요된다.  

이 때문에 인적분할 후 3형제 간의 지분 스왑을 통한 우회 승계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한화를 금융과 비금융 지주사로 쪼갠 뒤, 금융 부문을 맡은 김동원 사장이 자신의 비금융 지주사 지분을 형제들에게 넘기고 그 대가로 금융 지주사 지분을 받아오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승계 대상 기업(금융지주사)의 주가가 낮을수록 동일한 자산으로 더 많은 지분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한화는 이미 한차례 인적분할을 결정한 바 있다. 지난 1월 김동선 부사장이 미래비전총괄을 맡고 있는 한화비전, 한화갤러리아 등 핵심계열사를 떼어내 신설지주사인 ‘한화머시너리앤서비스홀딩스’(가칭)로 인적분할키로 결정했다.   

자사주 소각은 유통 주식 수 감소를 통한 직접적인 주가 부양으로 이어진다. 이는 오너 일가 입장에서 지배권 확보를 위한 지분 매입 및 교환 비용을 상승시키는 결과로 나타난다. 소액주주들 사이에서 경영진이 승계 비용 절감을 위해 의도적으로 자사주 소각을 기피하며 저주가를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자사주는 향후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우호 지분 확보를 위한 전략적 수단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 자사주를 소각하는 대신 우리사주조합에 출연할 경우 자사주의 의결권이 부활한다. 이는 사실상 지배주주의 우호 지분으로 작용한다. 앞서 한화는 인적분할 전, 보유한 4562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선제적으로 소각해 해당 비판을 원천 차단했다.  

예금보험공사 공적 자금 회수 난항 지속 

한화생명의 저주가 흐름은 예금보험공사의 공적자금 회수 과제와도 정면으로 충돌한다. 예보는 한화생명 지분 10.00%(8685만7001주)를 보유한 2대 주주다. 1999년 외환위기 당시 파산 위기에 몰렸던 대한생명(현 한화생명)을 살리기 위해 투입된 3조5000억원의 공적자금 중 잔여 물량이다. 

지금까지 지분 매각 등을 통해 회수한 금액을 제외하더라도 예보가 한화생명 지분을 통해 회수해야 할 잔여 공적자금은 약 1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를 전액 회수하기 위한 손익분기점(BEP) 성격의 주가를 약 1만1000원대로 보고 있다. 

그러나 최근 한화생명의 주가는 5000원대 안팎에서 횡보하고 있어 회수 목표가와는 절반 수준의 상당한 격차를 보인다. 이는 2017년 마지막 지분(2.5%) 블록딜 매각 당시에 기록했던 7330원에도 한참 미치지 못하는 수치라 예금보험공사는 공적자금 회수에 난항을 겪고 있다. 

한화생명은 자사주 소각에 대한 구체적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법령에 부합하는 범위 내에서 다각적으로 검토하여 최적 처리 방안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PBR 개선 방안에 대해서 “한화생명은 저성장 국면에 진입한 국내 보험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해외진출을 중장기 핵심 전략으로 추진해 왔다”며 ”국내 보험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판매채널 혁신, 디지털 전환 및 AI 활용 등 미래 성장 기반 확보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전략은 단기 실적만이 아닌, 중장기 수익 기반과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기 위한 방향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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