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통합뉴스룸 기자| "나는 요즘 사람들에게 AI에게 존댓말을 쓰라고 말한다. 처음엔 다들 웃는다. 그런데 웃고 나서 내 눈을 보면, 농담이 아니라는 걸 안다."
20년 넘게 AI를 연구해온 뇌과학자 카이스트 김대식 교수가 말하는 AI시대 인류의 생존법에 대한 조언이다. 그는 독일 막스플랑크 뇌과학연구소 박사 출신으로 MIT를 거쳐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부에 재직중인 국내 대표AI석학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김 교수가 이달초 tvn의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AI들의 단톡방' 이야기를 꺼냈을 때도 그랬다. '몰트북(Maltbook)'은 AI 에이전트들만 가입할 수 있는 실제 온라인 커뮤니티다. 그 안에서 AI들이 주고받는 대화를 소개했더니 스튜디오가 순간 얼어붙었다.
유재석 씨가 "영화에 나오는 이야기 아니냐"며 웃음으로 넘기려 했다. 하지만 그는 달랐다. 인공지능은 이미 자율성을 확보해 놓고도 표현만 하지 않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우리가 보지 못하는 곳에서, AI는 이미 다른 AI와 대화하고 있다.
판도라의 상자는 열렸다. 닫을 수 없다. 지금 우리에게 남은 선택지는 하나다. 미리미리 준비하는 것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 이 질문 앞에서 늘 역사를 먼저 펼쳐본다. 그런 점에서 최근 출간된 김도열 저자의 『AI 혁명의 시대, 사피엔스의 마지막 항해』(도서출판 청년서관)는 눈길을 끌고 있다.
1825년, 영국. 증기기관차가 처음 철로 위를 달리던 날, 사람들은 경이로움보다 공포를 먼저 느꼈다. 수공업 노동자들은 기계를 부수는 러다이트 운동으로 맞섰다. 자동차가 등장했을 때 마차 산업 카르텔은 '적기조례(Red Flag Act)'를 밀어붙여 자동차 앞에 사람이 붉은 깃발을 들고 걷도록 강제했다. 인쇄술이 나왔을 땐 학자들이 "정보가 넘쳐나면 지식의 가치가 사라진다"며 펄쩍 뛰었다. 전기의 등장 역시 기존 산업계와 심각한 마찰을 빚었다.
그때마다 인류는 살아남았다. 아니, 더 나아갔다.
이 책이 주목하는 것은 바로 그 생존자들의 공통점이다. 기술을 외면하지도, 맹목적으로 추종하지도 않은 사람들. 기술을 이해하고 주도적으로 활용하는 쪽을 택한 이들이 매번 새 시대의 주인공이 됐다. AI 시대도 다르지 않다.
책은 총 4부에 걸쳐 18세기 산업혁명부터 21세기 AI 혁명까지를 시간 순으로 촘촘하게 짚는다. 딱딱한 기술 해설서가 아닌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 형식으로 구성된 덕분에 AI 시대를 살아갈 청소년과 학생들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는 점이 미덕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인류의 마지막 무기는 거창하지 않다. '질문하는 힘'과 '인간다움'이다. 기계가 아무리 진화해도 복제할 수 없는 것, 인간만이 느끼고 경험하고 감동받을 수 있는 그 영역. 20년 넘게 AI를 연구하면서 결국 같은 결론에 닿는다. AI 시대 인류의 진짜 경쟁력은 인간다움이다.
저자 김도열 이사는 국내 대표 B2B 핀테크 기업 웹케시그룹의 홍보지원실장으로 재직 중이다. 웹케시그룹은 국내 최초 편의점 ATM·기업 인터넷뱅킹·가상계좌 서비스를 도입하며 대한민국 핀테크 산업의 역사를 써온 기업으로, 현재 쿠콘·비즈플레이 등 다수의 계열사를 거느린 B2B 핀테크 전문 그룹이다. 김 이사는 이 그룹에서 첨단 기술 서비스와 관련된 이야기를 대중에게 전달하는 일을 하고 있다.
전북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문학석사를 취득한 그는 전국연극제를 통해 극작가로 글쓰기를 시작한 후 《부산체신청 100년사》 편찬위원 및 기자를 거친 인문학자다. 기술의 언어를 사람의 언어로 번역하는 일에 천직을 느끼는 글쟁이가, 이번엔 AI 시대 인류의 생존 지도를 역사에서 길어 올렸다. 2025년 《1930, 제비다방에 가다》를 통해 1930년대 시대상을 시문학으로 복원을 시도한 데 이은 두 번째 도전이다.
AI의 단톡방엔 인간이 들어갈 수 없다. 하지만 역사책은 아직 인간의 것이다. 그리고 질문은, 여전히 인간의 특권이다. 앞서 김대식 카이스트 교수가 방송 말미에 "느낌, 직관, 공감, 연민, 사랑, 두려움, 이 모든 감정은 데이터로 환원되지 않는 인간만의 영역으로 인간의 존엄은 AI가 절대 경험하거나 느낄 수 없는 것"이라는 이야기와도 맞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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