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박재형 기자| 현대자동차그룹 주요 계열사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는 논캡티브(Non-Captive) 전략의 성과가 속속 가시화하고 있다. 이 전략은 그룹 계열사가 캡티브마켓, 즉 계열사 내부 시장에 매출과 수익을 의존하지 않고 글로벌 시장 수주 확대와 이를 통한 성장을 도모하는 것을 의미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의 핵심 계열사가 논캡티브에 방점을 찍어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사 중 논캡티브 전략으로 두각을 나타내는 곳은 현대글로비스다. 한때 현대글로비스의 자동차 운반선(PCTC) 사업은 현대차·기아 물량 비중이 88%에 달할 정도로 그룹 의존도가 높았다. 하지만 현재 비중은 그 절반 수준으로 낮춰진 것으로 알려졌다.
캡티브마켓 비중을 낮춘 비결은 비계열사, 즉 글로벌 완성차 업체 물량을 지속적으로 강화한 덕분이다. 현대글로비스는 BMW, 메르세데스-벤츠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해상 운송을 담당하고, 지난달부터는 중국 자동차 업체와도 거래 관계를 구축해 중국 수출 물량 확보에도 주력하고 있다.
자동차 해상 운송뿐 아니라 에너지 해상 운송에도 힘을 싣고 있다. 지난 11월 현대글로비스는 글로벌 종합 무역회사와 최대 15년간 약 5800억원 규모에 달하는 액화천연가스(LNG) 해상 운송 계약을 체결했다.


현대모비스도 현대차·기아 의존도를 낮추고 글로벌 완성차 업체를 대상으로 외연을 확장하는 중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현대모비스 매출에서 현대차와 기아의 비중은 각각 39%, 36%로 집계됐다. 현대모비스는 오는 2033년까지 비계열사의 매출을 40% 이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글로벌 부품 시장에 더욱 적극 진출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전동화·전장(전기장치부품) 등 고부가가치 핵심 부품 중심으로 기술 경쟁력을 앞세우고 있다. 고마진 제품 위주의 선별적 수주 전략으로 전환해, 현대차그룹 울타리 안에 있던 단순 부품 공급사를 넘어 글로벌 모빌리티 기업으로 도약하려는 계산이다.
이는 현대자동차와 기아를 정점으로 한 그룹 내 수직계열화라는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외부 수주 확대를 통해 실적 변동성을 완화하고 장기적인 성장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선택이라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그룹 내 수직계열화는 사업이 성장할 때는 안정성을 높이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그룹 전체 실적이 악화되면, 그 영향이 계열사 전반으로 퍼져 동시에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그룹 외 매출 비중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의 계열사이자 국내 1위 건설사인 현대건설은 글로비스나 모비스와는 조금 다른 여건에서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최근 수년간 국내 부동산, 사회간접자본 시장이 전반적으로 부진해 그룹 캡티브마켓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면서 동시에 기존과 다른 영역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낼 수밖에 없는 형국이라서다.
이에 현대건설은 글로벌 대형 프로젝트와 원전 사업을 중심으로 논캡티브 기반의 성장을 가속화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연간 수주액 25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목할 점은 수주 내용이다. 기존의 주택·토목 중심 구성에서 벗어나, 에너지·원전 등으로 영역이 확대됐다.
실제로 수주 내용을 보면 미국을 중심으로 한 원전 건설 및 설계가 눈에 띈다. 현재 현대건설은 홀텍과 손잡고 미시간주에 소형모듈원전(SMR) 건설을 추진 중이다. 올해 1분기 착공해 빠르면 2030년 상업운전을 시작하려는 계획이다.
작년 10월에는 미국 에너지 디벨로퍼 페르미 아메리카와 대형 원전 4기 건설에 대한 기본설계(FEED) 용역 계약을 맺기도 했다.
미국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발 전력 수요 급증에 따라 원전 착공을 추진하는 등 차세대 에너지 시장에 진출해, 국내 건설 경기 둔화를 극복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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