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형 미술관 못지 않은 수준 높은 전시 구성으로 관람객들의 발길을 이끄는 일명 '동네 미술관'이 주목받고 있다. 과거 소규모 전시 위주였던 지자체 운영 미술관들이 최근 해외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유치하거나 특정 분야에 특화된 전시를 선보이며 문화 예술의 새로운 거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립현대미술관 관람객이 지난해 337만 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하는 등 미술 전시를 찾는 인구가 급증하는 추세다. 이러한 가운데 서울시 내 자치구가 운영하는 미술관들은 지역 주민들의 문화적 갈증을 해소하는 것을 넘어, 타지역 관람객까지 끌어들이는 '핫플레이스'로 변모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는 곳은 노원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노원아트뮤지엄이다. 노원구는 지난해부터 연속으로 '월드클래스'급 전시회를 개최하며 서울 동북권의 새로운 미술 성지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1월부터 7월까지 진행된 '뉴욕의 거장들' 특별전에서는 잭슨 폴록 등 추상표현주의 거장들의 작품을 선보여 6만 3,500여 명의 관람객을 동원한 바 있다.
이 곳에서 지난달 19일부터 모네, 르누아르, 반 고흐, 세잔 등 인상파 거장들의 작품을 전시하며 지자체 미술관의 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는 호평을 듣고 있다. 특히 이번 전시에는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 중 희소성이 높은 세로 구성 작품과 국내에서 처음 공개되는 빈센트 반 고흐의 〈밀밭의 양귀비〉가 포함되어 있어 미술 애호가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노원아트뮤지엄이 이처럼 굵직한 해외 명작을 유치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철저한 인프라 구축이 있었다. 노원문화예술회관 리모델링을 통해 공립 미술관 등록 기준에 부합하는 항온항습 전시실과 수장고를 확보했으며, 전문 인력을 적극적으로 고용해 해외 미술관들로부터 신뢰를 얻어 작품 대여를 성사시켰다.
특색 있는 기획으로 차별화를 꾀하는 미술관들도 있다. 서울지하철 사당역 인근에 위치한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은 조각 전시에 특화된 공간으로 유명하다. 이곳에는 한국 조각사에 큰 족적을 남긴 권진규 작가의 작품 141점을 볼 수 있는 상설전시장이 마련되어 있으며, 오는 2월 22일까지는 45세의 나이로 요절한 추상 조각가 전국광(1945~1990)의 개인전이 열린다.
강서구립 겸재정선미술관은 국립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전시의 질을 높였다.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한 근·현대 수묵채색화 23점을 선보이는 특별기획전을 개최해 화제를 모았다. 이는 주민들이 거주지 인근에서 수준 높은 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지자체와 국립현대미술관이 손을 잡고 기획한 모범 사례로 꼽힌다.
미술계의 한 관계자는 "노원아트뮤지엄의 인상파 전시회 얼리버드 입장권이 4만 3,000여 장이나 판매되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며 "각 동네마다 특색 있는 전시가 활성화된다면 서울이 가진 '미술 도시'로서의 매력과 경쟁력이 한층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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