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즈에 의미 있는 칼럼이 실렸다. 모건스탠리 투자운용 수석 전략가인 루치르 샤르마가 기고한 글이다. 코로나19로 경기는 좋지 않은데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집값이 오르는 원인을 분석했다. 진위를 떠나 참고할 만한 내용 많아 요약 소개한다.
많은 미국인들이 코로나 대유행을 두려워해 도시로부터 도망치면서 대도시 주변 지역의 집값을 끌어올렸다. 그런데 여기에는 훨씬 더 큰 이야기가 있다.
사실 대유행이 도래하기 전부터 집값은 오르기 시작했다. 시골과 교외 지역뿐만 아니라 미국의 도시도 평균적으로 그랬다. 이는 코로나 대유행으로 얼마나 큰 타격을 받았는지에 상관없이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가격은 주택뿐만 아니라 최근의 시장 혼란에도 불구하고 주식과 채권도 사상 최고치 또는 최고치에 가까운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가격 부문에서의 세계적인 시장 붐이다.
샤르마는 그 요인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아니라고 보았다. 현금 유동성이 가장 큰 요인이다. 미국 연준(FRB)이 이끄는 중앙은행들은 경제회복 또는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수십 년 동안 금리를 인하해 왔다. 새로 발행된 돈의 상당 부분은 계속 금융시장에 흘러들고 있다.
중앙은행들이 수십조 달러의 경기부양책을 내놓았다. 이러한 의도치 않은 경기부양책은 코로나 대유행 기간 동안 급격히 가속화됐다. 올해 주식, 채권, 주택의 가치는 2000년과 2008년경 볼 수 있었던 수준으로 급격히 상승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이것은 좋은 소식이 아니다. 이런 상황은 역사적으로 오히려 경제를 무너뜨리고 부의 불평등을 심화시켜 왔다. 소비자 물가 등 사용자 빅데이터를 집계 분석하는 넘베오(Numbeo)가 전 세계 484개 도시의 집값을 추적한 결과, 현재 집값은 400개 이상의 도시에서 일반 전형적인 가정은 넘보지 못하는 수준이다. 가장 감당할 수 없는 미국의 도시는 뉴욕인데, 뉴욕은 코로나 전염병 유행 기간 동안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여전히 연평균 소득의 10배 이상이다.
적어도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면, 주택 경기는 미국과 전 세계적으로 불경기 동안 항상 침체되어 있었다. 사람들은 일자리를 잃고 더 큰 집을 꿈꾸지 않는다. 그러나 올해 2분기에는 1940년대 이후 최악의 세계적 불황 속에서 집값이 전 세계적으로 4%나 올랐다. 5월 이후 미국 내 신규 주택 판매는 67%, 가격은 15% 올랐다. 미국 내 기존 주택의 중간 가격이 최근 처음으로 30만 달러를 돌파했다.
샤르마는 이 초현실적인 현상을 ‘침울한 어둠 속의 붐’이라고 불렀다. 그는 이 현상이 정부의 창조물이라고 주장했다. 중앙은행들이 신용시장에 돈을 쏟아 부은 때문에 3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미국 3%, 유럽 2% 미만으로 사상 최저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이는 더 큰 집에서 코로나 대유행을 근절하겠다는 꿈을 꾸는 사람들을 값싼 모기지로 유혹하는 모양새라는 것이다.
앞으로 일어날 위험은 호황 국면으로 전환되면 많은 사람들이 이미 집을 살 수 없게 되고 결국 가격이 위험한 거품 수준에 도달하리라는 것이다. 호황이 꺾이면 중산층 전체에 파급되는 부실채권을 해소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이로 인한 불황이 길어지고 깊어진다고 샤르마는 우려한다.
규제당국이 주택담보대출을 단속한다면 투자자들은 주식과 채권, 심지어 미술품, 희귀 와인 또는 다른 이국적인 자산 등 다른 것을 사기 위해 돈을 빌릴 것이다. 대출이 거의 공짜일 때, 규제를 개정하는 것은 한 시장에서 다른 시장으로 돈을 이동시킬 뿐이다.
샤르마의 지적은 한국 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한국 기준금리 역시 최저 수준이다. 정부가 주택담보 대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이미 시중에는 너무 많은 돈이 풀려 있다. 부동산 대책도 중요하지만 금융정책과의 조화와 시중 유동성에 대한 적절한 관리 대책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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