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씨티그룹이 4천억원 대부분 회수
올해 상반기 순이익 2484억원보다 많아
리딩뱅크 주주환원율 목표 50% 웃돌아

한국씨티은행 전경 [출처: 한국씨티은행]
한국씨티은행 전경 [출처: 한국씨티은행]

|스마트투데이=김국헌 기자| 한국씨티은행이 올해 4천억원의 중간 배당을 결정했다. 이는 올해 상반기에 벌어들인 순이익 2484억원보다 많아, 미국 씨티그룹으로 국부가 유출된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졌다. 

총주주환원율로 따지면 무려 161%에 달한다. 국내 대형은행들의 총주주환원율 장기 목표치가 50%라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비율이다. 결산배당에 따라 연간 주주환원율이 달라지겠지만, 상반기 실적을 토대로 한 중간배당이라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씨티은행은 지난 23일 이사회에서 총 4000억7134만원 상당의 2024년도 중간배당을 결의했다.

배당기준일은 오는 11월 8일로, 올해 안에 보통주 1주당 1257원, 우선주 1주당 1307원을 지급한다.

한국씨티은행은 "자본의 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해 실시한 중간배당이 당행의 재무적 안정성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지난 2021년 소비자금융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기업금융의 성장에 집중하는 전략적 재편의 성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 "당기순이익이 증가하고, 작년 4분기 당행의 자본비율이 30%를 상회하고 있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설명이다. 

좋은 실적을 낸 은행이 주주에게 그 이익을 환원하는 것은 자본주의 상식이다. 하지만 한국씨티은행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2484억원으로, 작년 상반기보다 5.4% 감소했다. 다만 지난 6월 말 국제결제은행(BIS) 자본비율과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32.71%와 31.63%로, 30%를 웃돈 것은 사실이다.

장기적 수익 전망이 좋은 것도 아니다. 한국신용평가와 NICE신용평가가 지난 6월 말부터 7월 초까지 한국씨티은행의 장기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하향하면서, 시장지위 저하로 이자이익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씨티은행의 최대 주주는 씨티뱅크 오버시즈 인베스트먼트 코퍼레이션(COIC)으로, 지분 99.98%를 보유하고 있다. 기타 소액주주가 지분 0.02%에 해당하는 7만여 주를 소유하고 있다.

COIC는 미국 씨티그룹이 해외금융투자를 위해서 설립한 100% 자회사인 에지 코퍼레이션(Edge Corporation)으로, 미국 은행 모회사가 할 수 없는 외국 투자를 할 수 있다. 

한국씨티은행이 모기업인 미국 씨티그룹에 돌려주는 상반기 주주환원율은 161%에 달한다. 비슷한 외국계 은행인 SC제일은행이 작년 중간배당과 결산배당으로 연간 2500억원을 배당했다는 점에 비춰봐도 연간 배당을 넘어서는 규모다.

국내에서 리딩뱅크를 다투는 신한은행의 모기업 신한금융그룹이 오는 2027년까지 주주환원율 50%를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목표로 삼았고, 올해 말 주주환원율을 30%대 후반을 예상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나치게 높다. 

최근 밸류업 방안을 발표한 KB금융의 올해 말 주주환원율 전망치도 40.3% 수준이다. 실적과 비교하면, 한국씨티은행의 주주환원율은 국부유출 논란을 피하기 힘든 과한 수치다.

이보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서 주주가 중장기적인 안목으로 주주활동을 수행해 기업의 가치 제고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투자자에게 장기투자에 대한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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