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 ETF중 주당 가격 10만 원 이상 상품은 68개
ETF 가격 조정은 개인투자자의 진입장벽을 낮춰

|스마트투데이=이태윤 기자| 1000개 이상의 ETF가 국내 증시에 상장돼 있다. 11월 20일 기준, 이 가운데 주당 가격이 10만 원 이상인 ETF는 68개나 된다. 이에 ETF 액면분할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다만, 규제당국은 ETF 액면분할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내 대형 자산운용사의 고위 관계자는 “ETF에도 주식처럼 ‘액면분할’을 허용해야 한다”며 “액면분할이 가능해지면 개별 ETF의 가격을 낮춰 거래단위를 세분화할 수 있고, 이는 곧 유동성 증가로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는 전체 시장의 효율성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한국에서는 ETF의 액면분할이 법적으로 불가능하다. 집합투자기구로 분류되는 ETF는 펀드 단위로 운용되기 때문에 ‘주식 액면가 변경’이라는 개념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것이 현행 규제의 논리다. 하지만 자산운용업계는 "제도가 시대를 따라가지 못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시도는 있었다. 2020년 5월 금융위원회는 ‘ETF·ETN 시장 건전화 방안’을 내놨으며, 마이너스 유가 사태로 원유 ETN 하락에 따라 ‘병합 제도’의 필요성을 밝혔다. 그리고 2022년 금융감독원은 ETF 액면분할 제도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법무부가 상법상 주식 외 채권이나 펀드에 대한 분할·병합 규정이 없다면서 정책은 무산됐다.
또 다른 자산운용사의 실무 담당자는 “ETF는 상장지수상품으로 사실상 주식과 동일한 거래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며 “가격 조정 기능을 허용하지 않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고 지적했다.
◆ ETF 최대 시장 미국, 분할·병합이 매우 흔하게 이뤄져
세계 최대 ETF 시장인 미국에서는 ETF 액면분할(split)과 액면병합(reverse split)이 매우 흔하게 이뤄진다. ETF 가격이 지나치게 높아지면 분할을 통해 접근성을 개선하고, 반대로 구조적 손실로 가격이 지나치게 낮아지면 병합을 통해 상품의 안정성을 높이는 방식이다.
실제로 미국의 대표적 기술 ETF인 Invesco QQQ Trust(QQQ)는 상장 이후 여러 차례 액면분할을 단행했다. TQQQ는 2011년, 2012년, 2014년, 2017년 각각 2대 1 비율로, 2018년에는 3대 1 비율로 액면분할을 여러 차례 진행했고, 2021년에도 2대 1 분할을 진행했다. 캐시 우드가 운용하는 ARK Innovation ETF(ARKK)는 2021년에 4대 1 비율로 액면분할을 단행했다.
최근 사례도 있다. 국내 투자자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는 QQQ 3배 레버리지 ETF(TQQQ)의 액면분할이 지난 11월 20일 이뤄졌다. 지난해 10월에는 미국의 대표 고배당 ETF인 Schwab US Dividend Equity(SCHD)의 3대 1 비율 액면분할이 있었다. 이러한 조치들을 통해 투자자들이 더 낮은 가격에서 진입할 수 있게 됐고, 결과적으로 거래 활성화를 도모했다.
ETF 가격 조정은 단순히 ‘주가를 낮추는 기술적 조치’가 아니다. 시장 미시구조 측면에서 유동성 공급자(LP)의 호가 스프레드를 좁히고, 개인투자자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필수 기능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가격이 지나치게 높아지면 호가 간격이 벌어지고 거래량도 축소되는 경향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