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맥주 국내 출고량 감소…주류 기업 실적에 악영향
하이트진로∙롯데칠성음료, 해외 시장 주류 수출 확대 계획
오비맥주, 수출용으로만 소주 만들어…”내수용은 단종”

|스마트투데이=황태규 기자| 주류업계가 내수 시장 침체 돌파구를 해외서 찾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는 직장 회식 문화 쇠퇴와 MZ세대(1980~2010년생)를 중심으로 한 건강관리 강화 트렌드, 고물가· 경기침체 장기화에 따라 소주∙맥주∙와인 등의 전반적인 주류 수요가 줄어든 상황이다.
24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희석식 소주의 총 출고량은 1년 전(84만4250㎘)보다 3.4% 줄어든 81만5712㎘로 집계됐다. 맥주 출고량도 지난해 163만7210㎘로 전년(168만7101㎘)보다 3.0% 줄었다.
제품 소비가 줄면서 국내 대표 주류 기업들의 실적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국내 소주 시장의 59.7%, 맥주 시장의 33.5%를 점유하고 있는 하이트진로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54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22.5%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6695억원으로 2.3% 감소했고, 당기순이익 역시 339억원으로 약 22.6% 줄었다.
소주 시장 점유율 2위 롯데칠성음료의 같은 기간 주류 부문(별도 기준) 매출도 1933억원으로 전년 대비 5.3% 감소했다. 제로 슈거 ‘새로’를 제외한 이 회사 대부분의 주류 카테고리 실적이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다만 롯데칠성음료는 3분기 영업이익을 전년 동기 대비 42.7% 늘렸다. 광고·판촉비 효율화를 통해 수익성을 높였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내수 시장에서의 부진이 이어지자 국내 주류업계가 속속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소주 세계화’ 전략에 따라 동남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수출을 확대하고 있으며, 롯데칠성음료는 파키스탄·필리핀·미얀마 등지에서 판매 실적 호조를 보이며 상반기 해외 매출 비중이 40%를 넘어섰다. 롯데칠성음료의 해외 매출에는 금주 국가에도 판매가 가능한 에너지 음료, 제로 음료 등이 포함됐다.

현지 기준 미달로 수출할 수 없었던 일부 국가에서의 무역 장벽이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국내 주류업계엔 반가운 소식이다.
이날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내년부터 국내 주류의 말레이시아 수출이 가능해진다. 이전까지 한국산 막걸리와 과일소주는 말레이시아 주류 기준보다 도수가 낮아 수출 부적합 품목에 속했다.
이런 규제 완화는 한류(韓流) 문화·’K-푸드’에 대한 우호적인 이미지 확산과 더불어 우리 기업에 상당한 호재로 꼽힌다. 관련 기업들은 특화 마케팅 확대, 현지 공장 건설 등으로 해외 시장 점유율 확대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최근에는 해외 시장에서 K-푸드에 대한 관심이 커진 만큼, 수출은 계속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순하리 등 저도수 소주와 일반 주류 모두 판매를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말레이시아의 주류 수입 기준 완화도 수출 확대에 반가운 소식”이라고 말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해외 수출에 대해서는 꾸준히 노력하고 있으며, 내년 베트남에 짓고 있는 주류 제조 공장이 완성되면 동남아 수출이 훨씬 더 쉬워질 것”이라며 “유튜브나 SNS 마케팅을 활용해 활발한 홍보를 이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K-주류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새롭게 동남아시아 등의 시장으로 진출하는 기업도 생겨났다. 지난해 제주소주를 인수한 오비맥주는 최근 수출 전용 소주 브랜드 ‘건배짠’을 출시,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대만, 캐나다 등 4개국으로의 수출에 나선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제주소주 인수 뒤) 내수용 소주는 단종했고, 수출용 소주를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연말과 내년 초 동남아시아를 시작으로 판매가 개시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