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y Player Interview] 삼성액티브자산운용 김효식 운용2본부 2팀장
전력망 접속 대기만 57개월… 해법은 '온사이트 발전'

|스마트투데이=이태윤 기자|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가 촉발한 전력 수요 폭증과 수십 년 된 노후 전력망 교체 주기가 맞물리며 글로벌 전력 인프라 시장이 단순한 호황을 넘어 구조적인 '슈퍼 사이클(Super Cycle·장기적인 상승 추세)'에 진입했다. 전력 생산부터 송배전까지 산업 전반이 들썩이는 가운데, 시장의 핵심 난제인 '전력망 병목 현상'을 해결할 대안으로 수요지 인근에서 직접 전기를 생산하는 '온사이트(On-site) 발전'이 부상하고 있다.
김효식 삼성액티브자산운용 팀장은 24일 스마트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2024년 1월 상장한 'KoAct 글로벌친환경전력인프라액티브 ETF'의 운용 전략을 설명하며 이같이 진단했다. 김 팀장은 조선·기계 애널리스트 출신 펀드매니저로, 산업재와 에너지 분야에서 굵직한 트랙레코드를 쌓아왔다. 그는 미국의 전력망 접속 지연 사태가 심화됨에 따라 태양광·풍력을 넘어 가스 발전과 연료전지가 새로운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 '노후 교체'에 'AI 수요' 더해져… '빅 사이클'이 '슈퍼 사이클'로
김 팀장은 해당 ETF의 기획 배경에 대해 "당초 2021년부터 미국의 노후 전력망 교체 수요에 주목해 상품을 구상했으나, 2023년 오픈 AI의 GPT의 등장으로 시장의 판도가 완전히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전력망은 대부분 1960~70년대에 구축돼 노후화가 심각한 상태였다. 당초 시장은 이를 교체하는 수요만으로도 수십 년 만의 호황(Big Cycle)이 올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오픈AI의 GPT 출시 이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가 급증하면서 단순 교체를 넘어 신규 인프라 확충이 시급해졌다. 김 팀장은 "교체 수요에 AI 신규 수요가 더해지며 산업의 성격이 '슈퍼 사이클'로 확장됐다"며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전력 기기 수주액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 전력망 접속 대기만 57개월… 해법은 '온사이트 발전'
문제는 전력 수요는 폭증하는데 전기를 실어 나를 '길'이 막혀 있다는 점이다. 김 팀장이 제시한 버클리 랩(Berkeley Lab)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에서 발전소 계통 연결 신청 후 실제 가동까지 걸리는 대기 시간은 2000년대 평균 28개월(약 2년)에서 2024년 평균 57개월(약 5년)로 두 배 이상 늘어났다.
김 팀장은 "변압기와 전선을 아무리 빨리 만들어도 인허가와 계통 연결 대기열이 줄지 않아 병목이 심화되고 있다"며 "전력이 시급한 빅테크 기업들이 마냥 기다리는 대신, 데이터센터 바로 옆에 발전소를 지어 전력을 자체 조달하는 '온사이트 발전'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의 유틸리티 태양광과 에너지저장장치(ESS) 외에 '가스 발전'과 '연료전지'가 핵심 대안으로 부상했다. 태양광과 풍력은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들쑥날쑥한 간헐성 문제가 있어, 24시간 가동되는 데이터센터의 안정적인 전력원이 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김 팀장은 "2024년 초부터 미국 내 대형 가스 터빈 발주가 급증하고 있으며, 트럼프 행정부의 화석연료 우호 정책과 맞물려 2027~2028년을 기점으로 가스 발전소 준공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천연가스' 허용한 IRA 수정안, 연료전지 날개 달아
특히 최근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온사이트 발전원은 '고체산화물연료전지(SOFC)'다. 연료전지는 수소와 산소의 화학 반응으로 전기를 만드는 장치로, 설치 면적이 작고 소음이 적어 도심형 데이터센터에 적합하다.
김 팀장은 연료전지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지난 7월 통과된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수정안을 꼽았다. 그는 "기존에는 세액 공제를 받으려면 비싼 '그린 수소(재생에너지로 만든 수소)'를 써야 해 경제성이 떨어졌지만, 수정안을 통해 탄소 배출 규제가 완화되면서 저렴한 천연가스를 연료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천연가스를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발전 단가가 획기적으로 낮아졌고, 공장에서 완제품 형태로 생산해 설치 기간이 6개월~1년으로 짧다는 강점까지 부각됐다. 김 팀장은 "가스관만 연결되면 별도의 송전망 없이도 전력을 생산할 수 있어 빅테크들의 러브콜이 쇄도하고 있다"며 "대표 기업인 블룸에너지 주가가 최근 1년 새 800% 이상 급등한 배경"이라고 덧붙였다.
◆ 원전·SMR은 '장기전'… "2030년 이후 봐야"
최근 AI 전력난의 해결사로 거론되는 원자력 발전과 소형모듈원전(SMR)에 대해서는 냉정한 시각을 유지했다. 원자력은 탄소 배출이 없고 가동률이 높은 기저 전력이지만, 당장 급한 불을 끄기에는 건설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지적이다.
김 팀장은 "미국 내 원전 신규 건설은 지난 30년간 경제성 문제로 전무했고, 최근 준공된 보글 원전 3·4호기도 예산과 공기를 크게 초과해 경제적 실패라는 평가를 받는다"고 짚었다. SMR에 대해서도 "아직 설계 및 승인 단계로 본격적인 상용화는 2030년대 초중반이 되어야 가능하다"며 "현재 기술적 타당성을 논하기엔 이르며, 투자자 입장에서는 실제 매출 발생까지 긴 호흡이 필요한 섹터"라고 조언했다.
◆ 한국 변압기 2029년 물량까지 매진… 배터리는 점유율 회복 기대
김 팀장이 운용하는 펀드는 미국 기업 비중이 70%로 가장 높고, 미국 전력 부족의 낙수 효과를 누리는 한국과 유럽 기업이 나머지 30%를 차지한다. 그는 "현대일렉트릭, 효성중공업 등 국내 주요 변압기 업체들은 이미 2029년 수주 물량까지 확보한 상태"라며 "전력 인프라 호황은 최소 2020년대 후반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내년부터 시행될 대중국 관세 장벽 강화로 한국 배터리 업체들의 반사이익도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중국산 ESS 배터리에 대한 관세가 높아지면서 미국 ESS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의 점유율 회복이 가시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 팀장은 끝으로 "변동성 장세일수록 테마보다는 실적과 밸류에이션에 집중해야 한다"며 "단순한 기대감이 아니라, 실질적인 수주와 이익 성장이 숫자로 확인되는 기업을 선별해 투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김효식 팀장 신재생에너지 초과성과 163%pt
김효식 팀장은 지난 2019년 5월에 삼성자산운용액티브로 옮겨왔다. 그 전에는 KTB 증권(현 다올증권)에서 조선/기계 애널리스트로 활동했다. 현재 액티브 ETF 3개와 몇 개의 공사모 펀드 및 랩 어카운트 등을 운용하고 있다. 2020년 12월 출시한 KODEX 코리아혁신성장액티브, KODEX 신재생에너지액티브 등 삼성자산운용으로부터 위탁 받아 운용하는 상품도 있다.
성과도 매우 뛰어난데, 11월 11일 기준 KODEX 신재생에너지액티브의 초과성과는 비교지수대비 163%pt나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