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하이텍 찍은 강성부펀드, DB그룹 부자간 경영권 분쟁에 베팅했다

글로벌 | 김세형  기자 |입력

DB하이텍, 대주주 지분 18%..외부 공격에 취약 김준기 창업회장, 김남호 회장 간 다툼설 파다

김준기 DB그룹 창업회장과 김남호 DB그룹 회장.
김준기 DB그룹 창업회장과 김남호 DB그룹 회장. 

DB하이텍 지분을 대거 사들이면서 등장한 강성부펀드가 DB그룹 김준기 창업회장과 아들인 김남호 회장간 분쟁 가능성을 보고 행동에 나섰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진그룹과 에스엠엔터테인먼트에서 내부자와 손을 잡거나 협력을 이끌어내면서 행동주의펀드가 성과를 이뤄낸 것에 비춰 부자간 분쟁 가능성은 강성부펀드가 칼을 빼들기에 더없이 좋은 요소가 됐다는 분석이다. 

◇ 전격 등장한 강성부펀드.."지배구조에 문제 있다"

지난 30일 강성부 대표가 이끄는 KCGI가 업무집행원으로 있는 캐로피홀딩스는 지난 29일까지 DB하이텍 지분 7.05%를 확보했다고 공시하면서, 자신의 존재를 드러냈다. 

KCGI는 DB하이텍 지분 매집에 2000억원 가까운 자금을 투입했고, 지분 보유 목적은 '경영권 영향'이라고 기재했다. 이전 한진그룹과 오스템임플란트 등에서처럼 지배구조 개선을 천명하고 나선 것이다. 

KCGI는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에서의 활약을 계기로 행동주의펀드 대표주자가 됐다. 

DB하이텍은 대주주인 DB가 12.39%를 갖고 있고, 김준기 창업회장과 장녀 김주원 부회장 등 특수관계인 지분까지 합해도 DB그룹의 보유 지분은 17.85%에 불과하다. 

KCGI 입장에서 국민연금(작년말 현재 7.94% 보유) 등 기관투자자와 소액주주들을 규합할 경우 지분 경쟁에서 충분히 해볼만한 승산이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 개미 떼내려다 호랑이 불러들인 DB하이텍

강성부펀드가 지배구조 개선 작업에 성공하려면 타 주주들의 호응과 지지를 얻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DB하이텍은 최근 1년간 대주주를 제외한 타 주주들의 반감을 살만한 행동들을 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DB하이텍은 최근 몇년새 회사가 급성장하면서 지주사 전환 이슈가 불거졌다. 

실질적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DB는 지난해 5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지주사 전환 통보를 받았다. 공정거래법상 자산총액이 5000억원 이상이고 자회사의 주식가액 합계액이 자산총액이 50% 이상이면 지주사로 전환하도록 돼있다. 

DB하이텍 주가가 실적 호전을 업고 상승하면서 2021년 말 기준으로 해당 기준을 충족한 탓이었다. DB하이텍 주가는 2022년 1월 8만5400원까지 치솟았다. 

두 달 쯤 흐른 지난해 7월 DB하이텍이 핵심사업부문인 팹리스 부문의 물적분할을 추진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회사측도 분사 추진을 검토하고 있다고 인정했다. 

이는 DB하이텍의 기업가치를 일부러 떨어뜨려 지주사 전환을 피해가려 한다는 의심으로 이어졌다. 이론적으로 물적분할을 한다해도 기업가치에는 변동이 없어야 하지만 모회사 기업가치에 분할 자회사의 가치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게 현실이다.  오히려 다른 회사로 간주될 정도다.

DB하이텍은 지난 29일 열린 주주총호회에서 팹리스 부문의 물적분할을 결의했다. 지난해 7월 추진설이 나온 이후 진행과 철회를 오가다 재추진 끝에 얻어낸 결과였다.
DB하이텍은 지난 29일 열린 주주총호회에서 팹리스 부문의 물적분할을 결의했다. 지난해 7월 추진설이 나온 이후 진행과 철회를 오가다 재추진 끝에 얻어낸 결과였다. 

DB는 지주사 전환 요건을 맞추긴 위해선 2년의 유예기간 동안 DB하이텍 지분율을 30%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했다. 하지만 열악한 DB의 곳간 형편상 지분을 취득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했는데 기업가치를 인위적으로 떨굴 수 있는 방안이 튀어나온 것이었다. 

회사측의 꼼수라고 판단한 소액주주들이 8월 들어 세를 규합하고 집단행동에 나섰다. 9월 들어 경기 하락 우려에 따라 주가가 하락하자 회사측은 물적분할 검토를 공식 철회했다. 

회사측이 지주사 전환 원인이 제거됐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DB하이텍의 주가가 상승하면 언제든 다시 불거질 수 있는 사안이었는데 회사측은 지난달 정기주주총회를 소집하면서 물적분할 건을 다시 꺼내들었다. 

이와 함께 주가안정을 꾀한다며 결의 당일날 1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신탁계약을 체결했다. 소액주주들은 물적분할 재추진에 분개했지만 다음날 주가가 17% 가까이 급등하면서 이를 탈출의 기회로 삼는 이들도 늘어났다. 

정기주주총회 의결권이 있었던 주주들이라도 막상 주식을 처분하고 나면 관심이 급격히 떨어지기 마련이다. 덕분에 DB하이텍은 지난 29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숙원(?)이던 물적분할을 승인하고 지주사 전환 이슈도 제거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물밑에서는 또다른 분쟁을 준비하는 이들이 있었다. 주총 닷새 전인 지난 24일 주가가 20% 가까이 뛰었다. 정체불명의 기관투자자가 24일부터 29일까지 줄곧 주식을 매집했다.

30일 주식을 사들인 정체가 한진그룹 분쟁 과정에서 이름을 알린 KCGI로 드러났고, DB하이텍 입장에서는 소액주주들과는 치렀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전쟁으로 끌어들려가게 됐다. 

강성부 KCGI 대표는 "DB하이텍은 지배구조에 문제가 있다"며 "KCGI는 올바른 지배구조 확립과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소통하고 협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김준기 창업회장과 김남호 회장의 어색한 동거..분쟁 조짐

무엇보다도 강성부펀드가 DB하이텍에 뛰어든 것은 DB그룹 내부에서 그룹 경영권 분쟁이 일어날 조짐이 보여서라는 관측이다. 

강성부펀드가 한진그룹을 통해 행동주의펀드로서 이름을 얻는 데에는 한진그룹 오너가의 남매간 분쟁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 강성부펀드는 조원태 회장에 반기를 든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손을 잡고 판을 있는대로 키웠다. 

최근 마무리된 에스엠 분쟁에서 행동주의펀드를 표방한 얼라인파트너스가 성과를 거둔 것 역시 경영진이 최대주주였던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에 등을 돌리도록 만드는 데 성공한 것이 핵심이었다. 두 사례에서 내부자 포섭은 행동주의운동의 성패를 가르는 요인인 셈이다. 

DB그룹에서는 창업자인 김준기 창업회장과 아들인 김남호 회장 사이가 크게 벌어져 있다는 관측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김준기 창업회장은 도덕성에 흠집이 생기면서 원치 않게 경영에서 손을 떼야했던 인물로 꼽힌다. 

김 창업회장은 지난 2016년에서 2017년 사이 비서와 가사 도우미 관련 성범죄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문제가 불거지자 2017년 7월께 미국으로 떠났다가 2년 여가 흐른 뒤인 2019년 10월  다시 한국에 돌아왔다. 혐의에 대해 법원은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고, 김 창업회장이 상고를 포기하면서 2021년 5월 형이 확정됐다. 

김 창업회장이 개인사에 주력하는 사이 2020년 7월 장남 김남호 회장이 그룹 회장으로 취임했다. 그룹 이름도 동부에서 DB로 바뀌었다. 

그런 가운데 김 창업회장은 상고 포기를 앞둔 2021년 3월과 4월 DB와 DB하이텍의 경영자문으로 경영에 복귀했다.  

김준기 창업회장의 경영복귀로 김남호 회장은 상왕을 모시는 셈이 됐다.
김준기 창업회장의 경영복귀로 김남호 회장은 상왕을 모시는 셈이 됐다.

김 창업회장은 미국에 머무를 때 1남1녀중 1녀이자 김 회장의 누나인 김주원 당시 DB하이텍 미주법인 사장이 뒷바라지를 해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주원 사장은 지난해 7월 그룹 인사에서 그룹 부회장 겸 해외담당 부회장으로 선임됐다. DB와 DB하이텍에서 그때부터 부회장으로 일하고 있다. 

김남호 회장으로서는 아버지에 더해 전에 없이 누나와 손발을 맞춰야 하는 상황을 맞이했다. 김남호 회장은 DB에서 지분 16.83%를 보유한 최대주주이지만 김준기 창업회장(15.91%)과 김주원 부회장(9.87%) 역시 만만치 않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발언권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 지분 변동도 눈길을 끌고 있다. 김준기 창업회장은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DB 지분이 11.61%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12월28일 DB김준기문화재단이 갖고 있던 DB 지분 4.3%를 사들여 15.91%까지 늘렸다. 

또 1년 전인 2021년 12월24일, 김준기 창업회장의 아내 고(故) 김정희씨가 보유했던 DB 지분 1.1% 상속이 진행됐는데 이때 해당 지분은 김준기 회장과 김주원 부회장에게 각각 0.41%, 0.68%씩 넘어갔다. 김남호 회장은 DB 대신 DB금융투자 등의 지분을 받았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김준기 창업회장이 복귀 후 그룹의 경영에 간섭하기 시작하면서 부자 사이에 틈이 벌어졌다는 것은 재계에 어느 정도 알려진 이야기"라며 "강성부펀드 역시 이점을 노리고 김남호 회장측과 손을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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