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각국과 지자체 정부에 대해 기후 변화를 이야기하는 것은 이제 식상한 주제일 것이다. 유럽에 거주하는 주민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기후 변화와 환경에 대응해 실행력을 높여야한다는 명제에 대한 인식은 가장 앞서 있는 곳이며 주민이다.
유럽은 정책과 당위성 이야기를 넘어 행동하는 단계에 들어갔다. 유럽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경제권이다. EU는 1990년 수준을 기준으로 해 2030년까지 탄소 배출을 55% 줄이고, 2050년까지 최초의 기후 중립 대륙이 되겠다고 시도하고 있다.
많은 환경 및 기후 전문가들이 EU의 목표는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고 진단한다. 유럽 전역에 걸쳐 전기 자전거나 스쿠터 등 마이크로모빌리티 확장 붐이 일어나고 있다. 벨기에, 프랑스 등 해안 인접국가에서는 풍력 및 조력발전소 건설 프로젝트가 다수 진행되고 있다. 내륙에서도 태양광을 비롯한 재생에너지 대체가 활발하다.
독일 등 산업단지가 발달한 곳에서는 수소 경제가 비로소 꽃피우고 있다. 산업 생산에 그린 수소(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청정 수소)를 활용한 에너지를 공급함으로써 공급망의 전 과정을 탄소 제로로 전환한다는 목표다. 현대기아차도 독일을 거점으로 유럽 전역에 수소경제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당연히 태양광, 풍력, 파력, 조력 등 재생에너지 생산도 병행한다. 유럽은 EU 회원국이든 아니든, 탄소 제로와 친환경이라는 측면에서는 일치단결해 있다.
첫 탄소제로 대륙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EU 집행부인 유럽위원회가 롤모델로 삼고 있는 것이 지난 2019년 유럽의 에너지, 식량 및 운송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재설계하자고 제안한 ‘그린딜’이다. 유럽위원회 위원장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은 와이어드와의 인터뷰에서 유럽의 탄소중립 실현을 언급하며 "이는 달에 유럽 일반인이 처음 착륙하는 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린딜은 유럽 각국에 대한 제안이지 실천 계획은 아니다. 여전히 법 제정이 진행 중인 분야도 많다. 일부 회원국에서는 실정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린딜의 일부 조항을 반대하기도 한다. 이미 합의된 내용 조차 실질적인 구속력은 없다. COP(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서명까지 받아낸 합의문이라도 구속력이 없는 것과 같은 이유다. 다만 약속일 뿐, 이를 어겼다 해서 법적 제재를 가할 방법은 없는 것이다.
유럽위원회는 그린딜 수행을 위해 최소한 1조 유로의 지속 가능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추산하고 있다. 티에리 브리튼 EU 관계자는 화석연료 자동차를 2035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합의된 법안도 ”비현실적이라고 판명될 경우 연기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린딜의 제안은 유럽 친환경 정책이 근간이며 뼈대를 제공한다. 이 계획은 기후 변화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세계에 대해, 무엇을 할 것이며 결과적으로 현대 경제가 어떻게 전환될 것인지에 대한 미래 비전을 제시한다.
◆ 바다를 활용한 재생에너지 생산
해상풍력과 조력 에너지 및 EU의 6만 8000km 해안선을 이용해 생산할 수 있는 다른 동력원 등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가속한다. 물론 그린딜은 재생에너지뿐 아니라 수소경제도 내세우고 있다. 수소를 천연가스의 핵심 대체물로 상정하고 있으며 이를 통한 재생 및 순환경제 실현까지 언급한다.
◆ 전기로 완전히 바뀌는 교통 시스템 및 인프라
고속도로가 전기 충전소로 줄지어 있고, 자전거 전용 도로가 도시를 가로지르며, 고속 철도로 이동하기가 더 쉬운 미래를 그린딜은 그리고 있다. 교통 부문에서의 탄소배출 제로 미래를 꿈꾼다. 그렇다고 그린딜의 제안이 다른 교통수단의 폐지 또는 쇠락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선박이나 항공부문은 지속가능한 연료로 운항되고 에어택시와 같은 새로운 수단이 만들어질 것까지도 예상하고 있다 .
◆ 혁신의 물결
유럽은 저마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독특한 양식의 건축물로 유명하다. 코펜하겐의 다채로운 해안가, 파리의 상징적인 옥상도 멋지다. 그러나 유럽위원회는 그들 중 약 75%가 에너지 비효율적이라고 낙인찍었다. 그래서 그린딜은 2050년까지 모든 기존 건물이 배출가스 제로가 되도록, 기존 주거, 상업 및 공공 건물들의 대규모 개보수를 제안하고 있다.
◆ 숲 조성으로 미래 대비
유럽의 숲과 산림지대는 인간의 활동에 의한 파괴나 나무를 죽이는 각종 질병, 산불 등 기후 재난의 위협에 직면해 있다. 때문에 건강한 숲을 조성해 탄소를 저장하고 격리시키는 작업을 인위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그린딜은 2030년까지 30억 그루의 나무를 심어 유럽의 숲의 질과 양 모두를 향상시킬 것도 주장하고 있다.
◆ 식품 생산에서 소비(팜투포크, Farm to Fork)까지의 식품 공급망 혁신
EU의 ‘팜투포크’ 전략은 살충제 사용을 줄이고, 농장에서 사육하는 동물에 대한 항생제 투여를 50% 줄임으로써 EU의 식량 시스템의 환경 영향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또한 유기농업을 활성화하고 농경지에 공해 지표 곤충으로 지목되는 꿀벌의 수를 늘릴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것도 제안한다.
◆ 해양 경제(블루 이코노미) 구축
400만 명 이상의 EU 주민들이 해양 산업에서 일하고 있다. 그린딜은 이 ‘해양 경제’ 전반에 걸쳐 환경 영향을 줄이기를 지향하고 있다. 해양 운송을 탈탄소화하는 것과 함께 미세 플라스틱 오염을 줄이고, 생물 다양성을 보존하며, 선박 재활용을 개선하고, 어부들이 바다에서 잃어버린 쓰레기와 낚시 도구를 수거하도록 장려한다.
◆ 과학 초강대국
EU의 그린딜 성공의 상당 부분은 화석연료를 대체하거나 산업 폐기물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달성할 수 있다. 녹색 대안은 많을수록 좋다. 그린딜에 따라 EU는 독일의 녹색 수소 생산 방법론 연구, 스페인의 산불 예측 연구 프로젝트 등을 지원했다. 기관들의 기후 대응 실행을 위한 연구개발을 지원함으로써 EU를 차세대 과학기술 리더로 키운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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