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시티는 최근 수 년 사이에 세계 공통의 유행어가 됐다. 미국과 유럽, 동아시아가 이를 주도하는 가운데 중동과 동남아시아, 중남미, 아프리카 등지에서도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를 속속 발표하고 있다.
BBC, CNBC, 시티투데이, 힌두스탄타임즈, 스마트싵 관련 미디어 등 유명 언론들의 보도를 접하면 거의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는 ‘대 성공’에 가까운 성과를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실체는 어떨까. 스마트시티 건설 프로젝트가 대외에 알려진 만큼 도시를 변화시키고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켰을까.
스마트시티의 성과는 ▲기술을 제대로 적용해 주민을 위한 공공 서비스를 개선했는지 ▲서비스를 위한 인프라를 촘촘하게 건설했는지 ▲기후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해 도시를 친환경으로 변모시켰는지 등 다양한 지표로 나타난다. 성과지표를 적용해 보면 도시마다 결과는 다르게 나타난다.
지역별로 보면 미국과 유럽, 동아시아 지역 등 소위 ‘잘 사는’ 나라들은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이 지역의 스마트시티들은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5G 등 기술을 접목해 초고속 연결성과 데이터에 기반한 분석으로 서비스를 개선했다. 지구온난화를 해결하기 위해 교통 시스템을 비롯한 여러 부문에서의 전기 또는 수소경제 전환을 진행하고 있다.
오일머니로 무장한 중동 지역도 성과 면에서 두드러진다. 사우디의 네옴이나 리야드,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 등이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중동은 수도를 비롯한 대도시의 개선과 병행해 완전히 새로운 스마트시티도 건설하고 있다. 도시 건설에 수천억 달러를 쏟아 붓는다.
그러나 여타 지역, 특히 주민의 삶이 고단한 국가의 스마트시티는 겉모양만 화려한 사상누각처럼 보인다. 강국으로 꼽히지만 인구가 워낙 많은 인도나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 등이 그렇다. 전기, 상하수도, 통신 등의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가운데 스마트시티를 건설하다 보니 삶의 질이 개선되지 않는다.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은 기존의 도시를 스마트시티로 전환하는 길보다는 새로운 도시를 건설하는 방향을 택했다. 남아공 정부는 인구 5만 명 규모의 무이클루프, 중급 규모의 가우텡, 소규모의 이스턴케이프 등 최소 3개의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올 초 발표했다. 이는 본지에서도 보도한 바 있다.
최근 아프리칸뉴스가 보도한 남아공의 실상은 ‘똑똑한’ 도시 건설과는 거리가 멀다. 공공 전력 회사인 에스콤은 국가 전력의 95%를 생산하고 있지만, 석탄 화력발전소가 대부분으로 설비가 노후화되고 제대로 유지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에 따라 거리의 신호등, 상수도 등 공공서비스, 기업과 가정 등 전기를 필수적으로 사용하는 곳에서 조차 하루 8시간 이상 전기를 공급받지 못한다. 8시간을 전기가 없는 상태에서 지내야 한다는 것이다. 에스콤은 전국적인 정전 사태를 막기 위해 전기를 아껴 쓸 것을 요청하고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치유나 개선 없이 ‘사람들에게 전기를 아껴 쓰라’고만 요구하는 것은 올바른 정책이 아니다. 공식 통계기관에 따르면 에스콤의 잦은 정전으로 인해 남아공 경제는 2022년 2분기에 0.7%포인트나 줄어드는 효과를 가져왔다고 한다.
이런 에너지 인프라 상황에서 스마트시티 건설이라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고 더컨버세이션은 지적한다. 남아공은 인프라부터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새로운 스마트시티 건설 계획은 어려울 것이라는 진단이다.
인도 역시 인프라 면에서는 남아공과 다를 바가 없다. 인도는 수년 전부터 100개의 스마트시티를 만든다는 정책을 발표하고 다수의 프로젝트를 펼쳤다. 그러나 내셔널헤럴드 등 현지 언론들의 재난 보도를 접하면 인도의 이중적인 모습을 보게 된다. 스마트시티에 대한 홍보는 많은데, 진정 주민들에게 다가가는 스마트시티는 건설되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다.
100대 스마트시티 중 1위에 올라 있는 보팔이 올해 폭우로 인해 곳곳이 물에 잠겼다. 지난 2020년에는 인도 최고의 스마트시티라던 뱅갈루루가 한 번의 폭우로 인해 대다수 지역이 물에 잠기는 참사를 겪었다. 뱅갈루루는 IT로도 유명세를 날리던 곳이다. 스마트시티라는 델리는 여전히 심각한 대기 오염을 겪고 있다.
인도는 빈부가 극명하게 갈리는 곳이기도 하다. 문제는 가난한 사람들이 워낙 많다는 점이다.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지역은 예외 없이 상수도 난을 겪고 있다. 마실 물이 없어 급수차에 의존해야 한다. 마실 물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기술 인프라는 고사하고 상하수도와 같은 가장 기본적인 공공 인프라부터 미비하다. 스마트가로등은 온갖 홍보물로 뒤덮여 있고 스마트 쓰레기통은 청소를 하지 않아 쓰레기통 주변에 쌓여 있는 쓰레기가 더 많다고 한다.
기본이 되는 공공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스마트시티는 허상이다. 공공 인프라는 주민들의 삶의 기본이 되는 유틸리티 인프라다. 스마트시티는 기술을 적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우선하는 것은 유틸리티 인프라다. 서울의 최첨단이자 최고의 번화가 강남역 인근도 배수 인프라의 미비로 인해 하루 사이에 물에 잠겼다. 기후 변화로 인한 재해였다고 해도, 강남역 잠수는 인재에 가까웠던 사태였다. 인프라가 부족한 스마트시티는 기초 없이 세워진 건물과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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